정용진 '멸공 놀이'에 하루 새 시총 2200억 날아갔다

김종철 2022. 1. 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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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불매-주가 폭락에 색깔론까지..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오너 리스크 확산

[김종철 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멸공' 논란 발언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0일 신세계의 주가는 한때 8%가 폭락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28일 정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암병원 강당에서 비공개로 열린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영결식에 참석하는 모습이다.
ⓒ 사진공동취재단
      
"재용이형은 잘 나가는데, 용진이형은 나락으로 가네" (아이디 namm***)

10일 오후 포털사이트 증권토론방에 올라온 한 투자자의 말이다. '재용이형'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일컫는 말로, 최근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것을 빗댔다. 반면 '용진이형'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을 지칭하는 말로, 최근 '멸공(공산주의 세력을 멸망시킴)' 발언 논란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은 신세계 그룹에 대한 불매운동과 함께 대 중국사업에 대한 우려를 시장에 확산시켰다. 실제 이날 주식시장에서 신세계 주가가 한때 8% 넘게 폭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유통 경쟁사들은 1% 대의 하락에 그쳤다.

결국 신세계 주가는 지난 금요일보다 1만7000원(6.80%) 하락한 23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역시 전일보다 7500원(5.34%) 떨어진 13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룻동안 신세계는 1673억원, 신세계인터내셔날은 530억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이 두 종목에서만 2203억원의 시가총액이 날아간 셈. 주로 외국인과 기관들이 신세계 주식을 대거 내다 팔았고, 개인들이 사들였지만 주가 급락을 막지 못했다. 

주가 한때 8% 폭락... "신세계다 신세계… 멸공은 공멸"

신세계 관련 주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주를 비롯해 투자자들의 거센 비판과 항의 글이 올라왔다. "돈에 좌우가 있나, 돈 관리해야 할 사람이 좌우 따지면 망한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멸공 ㅋㅋ", "시장 논리도 모르고 멸공, 이럴 거면 엄한 주주들 피해 입히지 말고 신세계당 만들어라"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자신을 신세계 주주라고 밝힌 투자자는 "신세계다 신세계... 멸공은 공멸"이라며 한탄하는 모습의 이모티콘을 남겼다. 

이들은 주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내 재벌 총수가 중국을 자극하는 불필요한 발언으로 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 누리꾼은 정 부회장의 발언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정 부회장의 '멸공' 논란은 작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해 11월 15일 지인이 운영하는 피자브랜드를 홍보하는 글을 올리면서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해시태그를 붙이면서부터다. 이후 '난 콩(공산당 지칭) 상당히 싫다'(11월18일), '이것조차도 불편러(매사 불편함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다'(11월 19일)' 등의 글과 함께 관련 사진을 올렸다.

이후 본격적인 논란은 정 부회장이 지난 6일 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얼굴이 실린 신문기사 사진과 함께 '멸공', '승공통일', '반공반첩' 등의 해시태그를 올리면서 시작됐다. 이후 7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트위터에 "21세기 대한민국에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멸공이란 글을 올리는 재벌회장이 있다"며 "거의 윤석열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정 부회장도 물러서지 않고, 조 전 장관의 트윗을 그대로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면서 "리스팩"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조 전 장관과 정 부회장 사이의 SNS 배틀은 계속됐다.

정치권으로 번진 논란... 오너 리스크 확산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지고 있는 신세계 불매운동 이미지.
ⓒ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쪽에서 '멸공' 논란을 대선판으로 끌어왔다. 윤 후보 스스로 이마트에서 달걀을 비롯해 파, 멸치, 콩 등을 구입하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멸치볶음과 콩조림을 곁들인 식사 영상을 올렸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역시 "오늘 저녁은 이마트에서 멸치, 콩, 자유시간, 그리고 토요 야식거리로 국물 떢복이까지. 멸공! 자유!"라는 글을 올리면서, 멸공 릴레이를 이어갔다.

이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모 유통업체 대표의 철없는 멸공 놀이를 말려도 시원찮을 판인데 이것을 따라하는 것은 자질을 의심케 한다"면서 "나경원 전 의원은 '일베놀이'를 즐기며 극우 보수의 품으로돌아간 듯 하다"고 비판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은 여수 멸치를 들고 있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멸공이라고 했는데 멸공은 공산주의자를 완전히 다 없어지게 한다는 뜻으로 반공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윤 후보가 여수 멸치를 든 것은 '개 사과'와 같은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위 정책본부장이나 이용호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윤 후보의 멸공 메시지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정 부회장도 뒤늦게 "나의 멸공은 중국과 상관없다. 나의 멸공은 오로지 우리 위에 사는 애들에 대한 멸공"이라고 적었다. 이어 "날 비난할 시간에 좌우없이 사이좋게 싸우지 않고 우리 다같이 멸공을 외치자. 그게 바로 국민들이 바라는 대화합이다"는 글을 남겼다.

정 부회장은 자신의 '멸공' 발언이 정치경제적으로 파장을 일으키자, 문제가 됐던 일부 포스팅을 삭제했다. 하지만 국내 유통재벌 총수가 쏘아올린 '멸공'이라는 공이 뜬금없는(?) 색깔론과 오너리스크 확산이라는 부메랑을 가져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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