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 부활한 '로큰롤의 황제'

김성현 기자 입력 2022. 6. 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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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올해 칸 영화제를 통해 공개된 영화 '엘비스'. 1991년생 미국 배우 오스틴 버틀러가 엘비스 프레슬리 역을 맡았다.

“내가 엘비스 프레슬리를 세상에 안겨준 사람이지. 나 없이는 엘비스도 없었어.”

프랑스 칸에서 엘비스 프레슬리(1935~1977)가 ‘부활’했다. 올해 칸 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된 ‘엘비스’는 ‘로큰롤의 제왕’으로 불렸던 불멸의 팝스타 프레슬리에 대한 전기 영화다. 이 영화가 독특한 것은 프레슬리의 매니저였던 톰 파커(톰 행크스) 대령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재구성했다는 점이다. 영화 대사처럼 파커 대령은 무명 신인 프레슬리의 잠재력을 누구보다 일찍 간파하고 대형 스타로 키워냈다. 하지만 수입의 절반을 떼어 가는 비윤리적 관행과 도박 중독으로 명성이 바래고 만 문제적 인물이기도 했다.

블루스와 영가(靈歌)까지 흑인 음악의 창법을 소화했던 백인 가수라는 점이야말로 프레슬리의 결정적 매력. 흑백 분리와 인종차별이 만연했던 시대에 그는 음악을 통해서 장벽을 먼저 허물었다. 영화는 소년 프레슬리가 흑인 부흥회에 잠입하는 초반 장면을 통해서 그의 음악적 잠재력을 넌지시 암시한다.

‘물랑루즈’와 ‘위대한 개츠비’를 연출한 배즈 루어먼은 영화에서 음악의 매력을 극대화할 줄 아는 감독. 이번 신작에서도 현란한 화면 분할과 과감한 만화 장면 삽입을 통해서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했다. 프레슬리의 주옥같은 히트곡들을 원재료로 삼으면서도 힙합 같은 최근 장르를 버무려서 현재성을 살렸다. 특히 흑인 음악과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비교하는 방식을 통해서 팝 음악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영화뿐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빛난다.

다만 프레슬리의 음악적 매력을 구현하는 데 공들이다 보니, 거꾸로 입체적 인물 묘사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화려하게 펼치는 공중전에는 강하지만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접전에는 약하다고 할까. 특히 이야기를 전달하는 화자(話者) 역할을 하는 파커 대령과 프레슬리의 대립 구도가 중요한 후반부에서 급속하게 극적 긴장감을 잃고 만다. 칸 공개 직후 해외 언론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올해 보게 될 가장 섹시하고 결점 없는 작품”이라고 호평했지만, 가디언은 “화려하게 반짝이는 것 같지만 초점을 잃었다”면서 별 두 개(다섯 개 만점)의 혹평을 안겼다.

전기 영화에서 언제나 관심을 모으는 건 누가 주인공을 연기했느냐는 점. 이번 영화에서는 1991년생 미국 배우이자 가수 오스틴 버틀러가 주인공 프레슬리 역을 맡았다. 아역 배우 출신의 그는 팝의 고전 ‘언체인드 멜로디’를 오디션 곡으로 불러서 감독을 사로잡았다. 우울함이 깃든 눈매와 뇌쇄적 표정으로 격렬하게 엉덩이와 다리를 흔들면서 관객들의 흥분을 자아내는 프레슬리의 공연 장면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다만 약물 남용, 매니저와 겪은 분쟁으로 얼룩진 생애 후반부까지 소화하기에는 아직 31세의 나이가 젊게 보인다. 2시간 39분의 상영 시간은 길지만, 프레슬리 음악의 매력이 절반 이상은 든든하게 채워준다. 국내에선 7월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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