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스톰 오나"..코스피 2300선 '위태'·환율 12년 만 1300원대 돌파

입력 2022. 6. 23. 17:22 수정 2022. 6. 23.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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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금융권 붕괴 이어져..개인마저 투매 나서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 이탈이 이어지면서 코스피 연저점이 더 내려갔다. 코스닥은 700선마저 위태로워졌다. 원/달러 환율은 1300원을 돌파했다.

23일 국내 증시에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28.49(1.22%) 내린 2314.32로 장을 마감했다. 2400선을 힘없이 내준 코스피는 이제 2020년 11월 2일(2300.16) 이후 처음으로 2200선까지 내려갈 위기에 처했다.

외국인이 이날도 국내 증시를 이탈하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외국인은 2959억 원을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5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하락장을 떠받친 개인마저 이날 6722억 원 순매도에 나서 장 하락을 부채질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한 공포성 투매로 풀이된다. 기관이 9267억 원 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증시 이탈이 이달 들어 극심해지면서 장 하락세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을 보면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총 5조5000억 원이 넘는 순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정확히 반대로 개인이 5조2000억 원 이상 순매수로 장을 떠받쳤으나 장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32.58(4.36%) 급락해 714.38이 됐다. 이틀 연속 4%대 폭락장세를 이어가면서, 이날 기준 코스닥지수는 2020년 6월 15일(693.15) 이후 최저치가 됐다. 추세로만 보면 700선이 무너지는 것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외국인의 이탈로 원화 가치 폭락세도 이어졌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올라 1301.8원이 됐다. 달러당 원화 값이 1300원을 넘은 것은 2009년 7월 13일(1315.0원) 이후 12년 11개월 만에 처음이다.

원화 가치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겨진 1300원선이 힘없이 뚫리면서 원화 약세 추세도 더 가팔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금융권에 팽배해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워낙 강경해 앞으로도 달러 가치가 지속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고, 이에 따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소비시장의 침체 우려가 점차 커지는 형국인 셈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이 이틀 연속 연저점으로 추락한 2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8.49포인트(1.22%) 내린 2,314.32에 장을 마쳤다. 종가는 2020년 11월 2일의 2,300.16 이후 1년 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32.58포인트(4.36%) 급락한 714.38에 마감하며 이틀 연속 4%대 하락률을 기록했다.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1,301.8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의 1,300원 돌파는 2009년 7월 14일(장중 고가 기준 1,303.0원) 이후 12년 11개월여 만이다. ⓒ연합뉴스

금융권의 약세 흐름은 가상자산시장으로도 제대로 옮아붙었다. 이날 오후 4시 40분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마켓캡에서 비트코인은 2만473.6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24시간 전보다 다소 올랐으나 한주 전에 비해서는 5.73% 내려갔다. 얼마 전까지도 저항선으로 여겨진 3만 달러대가 힘없이 무너졌고 이제 2만 달러대도 위협받는 가운데, 글로벌 금융권에서는 비트코인 가치가 더 폭락하리라는 전망이 나왔다.

23일(현지시간) CNBC에서 이언 하넷 앱솔루트 스트래티지 리서치 설립자는 시장 유동성이 (각국의 금리인상 기조로) 줄어듦에 따라 "앞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1만3000달러 선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정한 기조는 대형자산인 부동산 시장 낙폭도 키우고 있다. 한국도 본격적인 유동성 흡수에 들어감에 따라 사실상 부동산 거래 시장이 마비되는 모습이다.

이날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이달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3% 하락했다. 전주(0.02% 하락)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4주 연속 하락세다. 

서초구(0.02% 상승)와 강남·용산·동작구(이상 변동 없음)를 제외한 서울의 전 지역이 하락세를 보였다. 서대문구가 0.06% 하락해 전 지역에서 가장 크게 하락했고 동대문·성북·강북·노원·은평구가 각각 0.05% 하락해 뒤를 이었다.

금융시장 위기 징후가 서서히 심화하면서 정부의 경고도 더 뚜렷해지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금감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에서 현 상황을 두고 "세계은행 등 국제기관들이 올해 성장 전망을 연이어 하향 조정하고, 경제학자들은 1년 내 침체 확률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보다 높게 분석했다"며 "시장은 현 상황을 오일쇼크 때 스태그플레이션 수준과 유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현 상황에 따라 앞으로 "미증유의 퍼펙트 스톰(총체적 복합위기)이 밀려올 수 있다"고 우려하며 "갑작스러운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계기비행'만 하지 말고 '시계비행'을 병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계기비행은 계기판에 의존하는 비행이고 시계비행은 조종사가 스스로 지형을 파악해 위험을 회피하는 비행을 뜻한다.

이 원장은 구체적으로 금융회사 건전성 관리 강화, 금융시스템 복원력 제고 등을 주문했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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