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은 거푸 돈줄 죄는데 정부는 '대선용 추경' 14조 푼다니

2022. 1. 14. 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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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8월 이후 세 번째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초과 세수를 활용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추경 편성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2020년 추경은 21대 총선, 지난해 추경은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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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등 우려 기준금리 또 인상
文대통령 '민주당 추경 요구' 수용
나라살림·선거중립 안중에 없나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어제 기준금리를 연 1.00%에서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지난해 8월 이후 세 번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코로나19 충격으로 전격 인하한 2020년 3월 이후 1년 10개월 만에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크고 초저금리가 한국의 가계부채를 심각한 수준으로 늘렸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미국이 조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에 대응하려는 측면도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연내 금리 추가 인상을 강력 시사했다.

금리 인상으로 가장 걱정되는 건 가계의 이자 부담 가중이다. 1800조원의 막대한 가계부채 속에서 금리가 오르면 ‘영끌·빚투’의 이자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한은은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진행된 3차례(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연간 이자 부담이 9조6000억원 늘 것으로 추산했다.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이 이뤄지면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도 있다. 코로나 여파로 소득이 줄어든 가계에는 이중의 고통이 될 것이다. 게다가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이자 낼 돈도 벌지 못한 한계기업이다. 가파른 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폭발, 기업 파산을 부를 수 있다. 가계와 기업이 부채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 금리 인상의 충격을 최소화해야 할 때다.

정부도 돈 풀기를 자제하고 빚 줄이기에 나서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대선을 앞두고 돈 풀 궁리만 하는 여당과 손발을 맞추고 있으니 한심하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어제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준비해 설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14조원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초과 세수를 활용해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라”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추경 편성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세수 초과가 60조원 수준이라는 게 명분이다. 세수 추계를 엉터리로 하고도 선거용으로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재원은 대부분 적자국채 발행으로 충당되므로 재정건전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돈이 남아서 추경을 한다면서 당장 돈을 빌리는 것이다. ‘2월 추경은 말이 안 된다’고 했던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번에도 여권의 압력에 밀려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문재인정부 들어 편성된 1분기 추경은 모두 선거 직전 이뤄졌다. 2020년 추경은 21대 총선, 지난해 추경은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편성됐다. 이번 추경이 편성된다면 2020년 이후 3년 연속 1분기 추경 편성이란 기록을 세우게 된다. 대통령과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 중 하나는 선거를 공정하고 중립적으로 관리하는 일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과 정부는 이번에도 정치적 중립 의무를 망각하고 관권 선거를 부추긴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선거만 보이고 나라살림과 국민 고통은 안중에 없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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