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선서 내륙까지 동시 타격 노리나.. 김정은 '작계 수정' 추진 배경은

박수찬 2022. 6. 23.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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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유도무기에 전술핵 결합
한·미 '작계 최신화 작업' 맞대응
南 동해안 지도 펼친 사진 공개
작계 수정 '남한 타깃' 분명히 해
한·미 새 작계 이르면 연말 윤곽
전술핵 등 추가 위협 반영 전망
한국과 미국, 북한이 한반도 유사시 작전계획 강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1일부터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를 소집해 작전계획 수정과 조직 개편 등을 논의했다. 전술핵 등을 앞세워 휴전선과 인접한 부대의 작전영역을 대폭 확장해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이고, 지난해 한·미가 발표한 연합작전계획 최신화 작업에 맞서 작전계획을 수정해 대응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2일 남한 동해안 일대를 묘사한 작전지도를 펼쳐둔 채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3일 김 위원장의 회의 주재 사실을 보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휴전선에서 내륙까지 동시 타격 노리나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3일 공개한 회의 사진에는 남한 동해안 지역의 윤곽이 보인 작전 지도를 펼쳐 놓은 모습이 포착됐다. 북한군의 작전계획 수정이 남한을 노린 것이라는 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수년간 모습을 드러냈던 신형 유도무기를 대남 작전계획에 결합하려는 의도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북한은 한·미 연합군 미사일방어망을 회피할 수 있는 KN-23·24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KN-25 초대형방사포를 개발, 시험발사를 진행해왔다. 지난 4월에는 KN-23과 KN-24의 장점을 혼합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쐈다. KN-23·24·25는 휴전선 일대에서 한반도 중·남부를 타격할 수 있고,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서부전선에서 수도권을 공격할 잠재력을 갖췄다. 북한군 일선부대가 기존에 갖췄던 장사정포나 로켓보다 위력과 정확성, 공격 범위가 대폭 향상된 신무기들이다.
북한 철도기동미사일연대가 운용하는 열차에서 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노동신문·뉴스1
기술적 검증을 마친 신무기의 위력을 극대화하려면, 북한군 일선부대들이 신무기를 사용해 진행할 임무 등을 작전계획에 명시해야 한다. 북한이 기존 작전계획을 수정해 최전방부대가 전시에 실행해야 할 신무기의 운용 전략과 전술을 확립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핵탄두 소형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북한이 최근 징후가 포착되는 제7차 핵실험과 맞물려 최전방 부대의 전술핵 운용 개념과 실행방안을 작전계획에 포함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사거리가 400∼600㎞에 달하는 미사일과 전술핵이 결합한다면, 휴전선에 집결한 북한군 일선부대의 작전 반경은 사실상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된다. 과거에는 휴전선과 수도권을 겨냥한 북한의 군단급 기계화부대와 장사정포 위협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휴전선에서 남부지방에 이르는 남측의 군사 시설을 신속하고도 광범위하게 타격할 북한군 군단급 포병이 대남 위협의 선봉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북한의 대남 위협이 질적으로 달라지면서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부담이 한층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대목이다.

◆북한 위협 방어에 초점 맞춘 한·미 작계

북한이 전술핵과 미사일을 대남 공격용으로 쓰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한·미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작전계획 수립에 착수한 상태다. 한·미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제53차 안보협의회의(SCM)를 계기로 작전계획 최신화 필요성에 공감,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 지난 3월 한·미 합참의장 회담에서는 새 전략기획지시(SPD)에 서명했다. SPG가 작전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로 만드는 데 필요한 기본방향을 담는 지침서라면, SPD는 이를 구체화한 가이드라인이다. 새 작전계획은 이르면 연말쯤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 F-15K 편대가 경남 합천군 가야산 인근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공군 제공
현재 한·미 군 당국은 2015년 수립된 ‘작전계획 5015’를 바탕으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북한의 고도화된 핵·미사일 능력과 한국군 전력증강 및 군 구조 개편 등을 반영한 새로운 작전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한·미가 새로 만들 작전계획에는 북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등 최근 수년간 새롭게 등장한 위협이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이 작전계획을 수정하는 동향도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는 새로운 작전계획이 완성되면 이를 토대로 북한 핵공격 대비 연합훈련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원인철 합참의장은 23일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과 화상으로 한반도 및 역내 안보상황을 논의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원 의장과 밀리 의장은 “올해 연이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지역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하고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는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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