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국선변호사입니다]② "나는 '피해자 국선변호사' 입니다"

박보희 기자 입력 2016. 2. 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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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리포트] '아동·성범죄' 피해자 지원..전국에 17명 뿐

[머니투데이 박보희 기자] [[the L리포트] '아동·성범죄' 피해자 지원…전국에 17명 뿐]

사진=대한법률구조공단

국선변호사는 형사사건 피고인에게 배정된다.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된 이를 변호하는 것이 일이다. 하지만 피고인이 아닌 피해자를 위한 국선전담변호사도 있다.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다.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는 아동학대·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법률 지원을 해 주기 위해 지난 2013년 도입됐다. 초기에는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난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만들어지면서 아동학대 피해자까지 지원 대상이 확대됐다.

초기 11명의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로 시작해 올해에는 17명의 국선전담변호사가 전국에서 활동 중이다. 이들은 수사 초기부터 재판이 끝날 때까지 피해자들을 위한 전반적인 법률지원을 도맡는다. 부모에 의한 아동성폭행 사건 등을 비롯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각종 사건에서 이들은 국선변호인으로 자리를 지켰다.

◇"수사·재판부와 피해자 사이 연결고리가 역할"

"수사를 하는 경찰과 검찰, 재판을 하는 판사, 피해자 사이의 연결고리가가 되는 것이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피해자가 마지막까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변호사니까요."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 중인 신진희 변호사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 변호사는 지난 2013년 처음 제도가 시행됐을 때부터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신 변호사가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게 된 것은 가정법률상담소에서 법률상담을 하면서다. 신 변호사는 "뉴스에서나 봤던 사건들이 실제 한다는 것을 이때 알았다"고 말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의 국선전담변호사로 일하다 2013년 6월 '피해자 국선전담변호사' 제도가 시행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신 변호사가 지금까지 맡은 성폭행·아동·장애인 등 관련 사건만 400여건에 이른다.

그는 "재판 일정이 겹쳐 재판 참석이 힘들 때 피해자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말했다. 재판부의 배려로 일정을 조율하기도 하지만 지방과 서울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재판이 있을 때는 어쩔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하기도 한다. 현재 가해자의 거주지에 따라 관할이 정해지는데, 서울에서 사건을 배정받아도 실제 재판은 부산이나 제주 등 지방에서 이뤄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는 사건에 따라 결정을 해요. 만약 가해자가 범행을 자백했거나 이미 피해자가 합의를 했다면 변호인이 없어도 재판 진행에 큰 영향은 없어요. 하지만 가해자가 범행을 인정하지 않거나, 증인으로 피해아동을 부를 수 있는 사건이라면 꼭 참석을 해야겠죠."

피해자를 대리한다는 특성 때문에 변호인 없이도 재판이 가능하다고 보는 생각도 문제다. 현재 형사재판에서 피해자를 대리하는 자는 검사다. 피해자는 사건 당사자지만 실제 재판에서 '주체'가 아닌 '객체'가 된다. 재판에는 '증인'으로 참여한다.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는 '당사자'와 '객체' 사이의 간극을 메워주는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또 작은 일이라도 자세히 설명을 해주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피해자들은 인생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위기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에요. 누구보다 예민할 수밖에 없죠. 수사와 상담이 형식적으로 느껴지면 외면받고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런 일을 매일 접하는 수사기관이 볼 때는 피해자가 이해 안 될 수 있죠. 이들 사이의 틈을 채워주는 것이 변호사의 역할이에요."

◇"국선전담변호사를 믿어야 도와줄 수 있어요…부족한 변호사 수 늘려야"

신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히 성폭력 범죄의 경우 범죄의 특성상 심정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입증이 힘든 경우가 많다. 법원은 심정만으로 판결을 내리지 않는다. 결국 피해자는 분명 존재하지만 처벌받는 이는 없는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가해자의 처벌을 바라는 피해자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는 무엇보다 '변호사를 믿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가 변호사를 믿어야 변호사도 다양한 방면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성폭력 사건은 입증이 힘든 경우가 많아요. 분명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이해는 되는데 증거가 없으면 입증이 안돼요. 이런 사건에서 가해자는 무죄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죠. 이럴 때 변호사는 안타까운 마음에 민사로 소송을 하거나, 합의를 해서 보상을 받는 방법을 제안할 수도 있어요. 그렇게라도 보상을 받는 편이 피해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런 변호사의 말이 피해자는 상처가 될 수 있죠. 그래서 변호사는 피해자에게 최대한 자세히 이야기해주고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더 조심해야해요."

그는 '현재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가 부족하다"며 인원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는 전국에 17명에 불과하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피해자 1인당 50여만원의 비용으로 사건 시작부터 종결까지 모든 부분에서 변호사가 피해자를 지원할 수 있는 제도에요. 특히 지방의 환경은 더 열악해요. 지방을 중심으로 전담변호사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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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희 기자 tanbbang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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