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경련, 더민주 어버이연합 TF에 맞춤형 '노무현·세월호' 의전 논란

김원진 기자 입력 2016. 5. 22. 14:02 수정 2016. 5. 2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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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어버이연합 TF(태스크포스)’를 꾸린 야당 국회의원들을 맞아 과도한 의전과 홍보를 진행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다만 어버이연합 우회 지원 배경 등에 대해서는 알맹이있는 답변은 하지 않았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난 19일 어버이연합 TF 구성원으로 전경련을 방문했다. 당시 전경련은 모르쇠로 일관했고 성과는 없었다”며 “전경련이 며칠 사이 기자단이 동행한 복도의 좌우 인테리어를 새로 했다고 한다. 비치돼 있던 전경련 홍보책자에도 더불어 민주당을 의식한 사진으로 도배했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 기독교선교복지재단의 계좌를 통해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과 탈북자 단체를 우회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건물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이 원내대변인은 또한 “방문 통보 며칠 만에 큰 돈 들여 준비했다고 감동하고 감사했을 것이라고 생각할까”라며 “예의를 아는 사람이라면, 국민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자 한다면 (전경련의 어비이연합 지원에 관해) 제대로 해명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주장했다.

같은날 전경련을 방문한 박범계 의원은 이날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전경련) 7층 회의실 입구에 들어가는데 양 옆으로 3m씩 30여개 사진이 있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가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진이 눈에 띄었다. 야당 인사들도 제법 있었다”며 “각자 자리에 비치된 홍보물에도 야당에 맞춘 사진들이 많았다. 10~15쪽 되는 A4 용지 크기의 홍보물에도 권양숙 여사 사진이 있었다. 야당 맞춤형 제작이냐는 농담도 오고 갔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 우회지원의 결재권자로 지목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야당 국회의원들 앞에서 “세월호 관련 행사에 다녀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민 국회의원 당선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회의석상에서 장식이나 홍보물을 야당 맞춤형으로 제작했다고 전경련 측에서 인정하더라”며 “당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자신이 세월호와 관련해서 인천과 안산을 오갔다고 강조했다. 당일에도 세월호 현장에 가느라 지방 출장을 갔다왔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 당선자는 “어버이연합의 세월호 반대 집회를 의식해서 전경련이 동선까지 야당 맞춤형으로 맞춘 게 아니냐고 현장에서 지적했다”며 “하지만 전경련 측은 당시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너무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했다.

더민주 어버이연합 TF 소속 박범계·진선미 의원, 이재정·표창원·박주민 국회의원 당선자 등은 지난 19일 전경련을 찾았다. 더민주 의원들은 이날 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 어버이연합 지원 배경에 대한 명확한 입장 등을 물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이 여소야대 국회를 앞두고 과잉 의전을 통해 야당의 공세를 피하려하면서도 어버이연합과의 연루 의혹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맞춤형 의전을 한 것은 맞다”며 “7층 회의실은 보통 기업 회장님들이 회의를 하는 장소여서 관련 인물들의 사진이 걸려 있다. 야당 의원들이 다녀가 뒤 사진이 다시 바뀌어 걸렸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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