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포스텍 교수 "세월호 사건, 학생들 생각이 없었기 때문"

김선영 입력 2016. 3. 16. 11:36 수정 2016. 3. 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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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발언 논란

포스텍(포항공대) 교수가 강의 도중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을 가리켜 “생각이 없어서다. 생각을 하지 않으면 단원고 학생들과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발언해 학생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연세대에서도 교수가 세월호 희생자에 대해 폄하 발언한 사실이 알려져 큰 물의를 빚었다.

16일 포항공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대학생활과 미래설계’ 과목 담당인 홍모 교수는 지난 9일 ‘생각’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단원고 학생들이 사고를 당한 이유는 생각하는 습관이 없어 선박 관리자의 지시를 아무런 생각 없이 믿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생각하는 습관이 없으니까, 그냥 선장이 하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들었던 것”이라고 재차 언급하는 등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들에 대한 지적을 한동안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 홍모 교수가 지난 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이 논란을 빚자 15일 밤 학교 내부망에 올린 해명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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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의 이와 같은 발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의 익명 커뮤니티인 ‘포항공대 대나무숲’ 페이지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당일 강의를 들었던 한 학생이 글을 올린 것. 이 학생은 “세월호 사건으로 소중한 친구를 잃은 사람으로서 그 이야기를 용납하기 힘들었다”며 “심지어 강의 마지막에 생각을 하지 않으면 똑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억울하고 슬퍼서 어쩔 수가 없었다”고 적었다.

익명 글인 만큼 해당 학생이 실제로 세월호 참사 희생 학생과 친구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희생 학생들이 고교 2학년생이었던 만큼 올해 대학 신입생과 친구일 개연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포항공대 총학은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 상당수 수강생들로부터 글이 사실이라는 증언을 확보했고, 11일 홍 교수의 공개 사과와 학교 측의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총학 학생교육위원회는 성명서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몰이해에 따른 망언이라고 밖에 칭할 수 없다”며 “최근 연세대 이과대학 부학장이 ‘세월호 참사 때 학생들이 개념이 있었다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발언해 전국적으로 큰 이슈가 된 이 상황에서 똑같은 발언이 우리 학교에서 나왔다는 것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총학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홍 교수의 공식 사과나 학교 측의 조치는 없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15일 밤 뒤늦게 학교 내부망에 글을 올려 유감을 표명했지만, 이 글로 인해 반발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홍 교수는 “논란에 대하여 몇 자 적습니다”로 시작하는 글에서 “나의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 받았습니다. 학생들이 상처를 받았다니 유감이고 미안합니다”라면서도 “나로서는 납득 안 되는 상처지만 학생들이 상처라하니 그려려니 생각하겠습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에도 똑같은 얘기를 했는데 아무도 이의를 제기한 학생이 없었습니다. 왜 작년에 학생들이 상처를 안 받았는지 또는 받고도 참았는지 궁금합니다”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총학 김상수(21) 회장은 “수업에서 잘못된 사실을 전달한 데 대한 사과와 참사를 겪은 학생들에 대한 사과 그 어떤 것도 없다”며 “총학은 사과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학생회 측은 홍 교수와 학교 측에 다시 한번 문제 제기를 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홍 교수와 수강생 개인 간의 의견차가 있을 수 있고, 어떤 맥락에서 발언이 나왔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홍 교수가 학생들과 대화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이고 이후 사과도 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홍 교수는 메모를 남겼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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