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야 기사 한 줄이라도" 두 아버지의 두 번째 삭발

소중한,남소연 입력 2016. 3. 9.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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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국회 앞 80시간 단식 1인시위.. "특별법 개정, 특검안 수용하라"

[오마이뉴스 글:소중한, 사진:남소연, 편집:손병관]

▲ 삭발에 단식까지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처리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는 10일 자정까지 80시간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남소연
"단식하고, 삭발하는 거요? 아이들이 있는 분향소 앞에 서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2년 싸웠는데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잖아요."

세월호 유가족들이 또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고 유예은양 아버지)과 정성욱 인양분과장(고 정동수군 아버지)은 8일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과 특검안의 처리를 요구하며 삭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날 오후 4시 국회 앞 1인시위와 단식을 시작한 두 아버지는 19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10일 자정까지 이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가족들은 지난해 4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 권한 축소'의 내용이 담긴 시행령을 밀어붙일 때, 이에 반대하며 단체로 삭발을 한 바 있다. 이날 삭발 기자회견 직후 두 아버지를 만났다. 부쩍 차가워진 날씨에 유 위원장은 "머리가 시리긴 시리네"라며 옅은 웃음을 내보였다. 옆에 있던 정 분과장은 "그 동안 많이 해봐서 단식은 일도 아니다"며 농담을 던졌다.

유 위원장은 "머리 깎고, 단식한다고 해서 뭐가 해결될 거 같진 않은데, 어쨌든 국회가 하고있는 짓이 너무 답답하지 않나"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어차피 평소에 입맛도 없고, 단식이라도 좀 해야 기사 한 줄이라도 나갈까 싶어 이렇게 국회 앞에 섰다"며 말끝을 흐렸다. 

"국회, 특검 요청 당연히 받아들여야"

▲ 세월호 가족, 삭발 단식농성 돌입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처리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는 10일 자정까지 80시간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남소연
현재 세월호 특조위는 특별법 개정안과 '특별검사 수사를 위한 국회 의결 요청안(특검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황이다. 두 아버지는 이 두 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에는 그 동안 논란이 된 특조위의 활동기간과 예산을 명확히 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관련기사 : "조사 방해 막자" 세월호 유가족, 특별법 개정 청원).

유 위원장은 "특별법 개정안을 낸 이유는 하나다. 특조위가 제 역할을 못하는 건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고, 그 원인은 특별법이 가진 한계 때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라며 "모호한 조항을 정부여당이 악용하는 것을 막고, 특별법을 만든 취지에 따라 특조위가 활동할 수 있도록 국회는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검안과 관련해 유 위원장은 "특조위가 활동하는 동안 두 번의 특검을 요청할 수 있다"라며 "이를 국회가 받아들이는 건 논란의 대상이거나 토론할 거리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특별법 37조에는 "특조위는 특검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회에 의결을 요청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4년 5월 유가족들과 만나 "검경 수사 외에 국정조사와 특검도 해야한다"고 말했고, 담화를 통해 "필요하다면 특검으로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 위원장은 "그런데 특조위가 특검을 요청했더니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왜 이런 시기에 특검을 요청하나', '왜 정치공세를 하냐'라는 식으로 말하더라"라며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2일 원 원내대표는 "(특검안은) 이견이 있어서 처리되지 않은 사안인데 갑자기 왜 법사위에 내놨는지 모르겠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아래는 이날 두 아버지와 한 인터뷰를 요약한 내용이다.

▲ 세월호 가족, 국회 앞 농성 돌입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처리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는 10일 자정까지 80시간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남소연
- 사고 이후 두 번째 삭발이다.
정성욱 "답답하니까. 머리 밀어버리니 속도 시원하고…. 하아, 모르겠어요. 

유경근 "답답해서 머리 밀었어요. 머리 깎고, 단식한다고 해서 뭐가 될 거 같진 않은데, 어쨌든 답답하니까요. 제일 답답한 건 국회가 하고 있는 짓이죠. 말도 안 되고 상식에도 안 맞아요. 분명히 사인하고 합의문까지 작성한 내용들을 국회는 나몰라라 하고, 오히려 엉뚱한 이야기를 하는 상황에서 언론은 그것을 지적하지 않고….

"총선 후보들에게 세월호 진상규명 의지 물을 것"

- 국회에 특별법 개정안 통과와 특검 수용을 요청하고 있다.
유경근 "특별법 개정안을 낸 이유는 하나입니다. 특조위가 제 역할을 못하는 건 정부여당의 책임이 크고, 그 원인은 특별법이 가진 한계 때문이라고 봤던 거죠. 모호한 조항을 그들이 악용하는 거예요. 특별법을 만든 취지에 따라 특조위가 활동할 수 있어야죠. 그래서 개정안에 조사기한, 예산 등을 명확히 보장하라는 내용을 담았어요.

또 특조위가 활동하는 동안 두 번의 특검을 요청할 수 있어요. 특조위가 국회에 특검을 요청하면 국회는 이를 받아들여 의결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 논란의 대상이거나 토론할 거리가 아닌 거죠. 근데 특조위가 특검을 요청했더니 원유철 새누리당 대표가 이렇게 말해요. '왜 이런 시기에 특검을 요청하나', '왜 정치공세를 하냐….' 완전히 막혀 있는 거죠.

- 진상규명을 위해 특조위가 인양한 선체를 조사할 수 있어야 할텐데.
정성욱 "만약 6월에 특조위 활동을 끝낸다면 7월에 인양되는 세월호는 누가 조사하겠어요. 해수부가 주관하겠죠. 그럼 그냥 '이상 없다'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있는 거예요."

유경근 "특조위 활동 기한 자체도 중요하지만 특조위가 왜 존재하는 지 생각해봐야죠. 참사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특조위가 있는 거잖아요. 때문에 특조위는 누구보다 먼저 선체조사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거기 증거가 있든 없든 조사해야 하는 거죠. 근데 인양된 세월호의 선체를 보지도 못하고 특조위 활동을 끝낸다? 이건 특별법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 거예요. 이번 개정안에 들어간 내용이 인양된 세월호 선체조사를 개시한 뒤 6개월 동안 특조위의 활동기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10일까지 단식 및 1인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떤 행동을 이어갈 예정인가.
유경근 "이번 19대 국회의 회기가 10일 자정에 끝나니, 그때까지 단식과 1인시위를 통해 국회에 특별법 개정안 및 특검 수용을 요구할 겁니다. 이번 회기에 처리가 되지 않으면 임시회가 4월에 또 국회가 소집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그때 똑같이 요구할 거고요. 총선 기간 동안에는 후보자들에게 같은 내용을 물을 겁니다. 그래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약속하는 후보들을 발굴할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할 것인지 정해진 건 없어요. 선거법도 따져봐야 하니까요. 다만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고, 일정 부분 총선시민네트워크와 연대해 우리의 목소리를 낼 생각입니다."

"유가족 한 풀기? 전국민 위한 안전사회 만들어야"

▲ 세월호 가족 위로하는 이석태 위원장 이석태 세월호특별조사위원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처리를 촉구하며 80시간 단식농성에 들어간 416가족협의회 희생자 가족들을 위로하며 손을 잡고 있다.
ⓒ 남소연
- 80시간 동안 물만 먹어야 하는데. 걱정되진 않나.
유경근 "뭐 그래봐야 나흘도 안 되는데요. 어차피 평소에 입맛도 없고(웃음). 이렇게라도 해야 기사 한 줄이라도 나갈까 싶어서…."

정성욱 "단식은 크게 걱정 안 된다. 그 전에 많이 해봤으니(웃음). 새벽에 좀 추운 건 걱정되더라."

- 궁극적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유경근 "우리 아이들 생각하면 가만히 있을 수 없죠. 궁극적으로 우리 아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건 사실 우리 만의 일이 아닙니다. 제대로 진상규명해서 그것을 토대로 안전사회를 만드려는 거예요. 이에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셨고, 특별법을 위한 서명도 해주셨어요. 그런데 점점 잊혀지는 게 안타까워요. 단순히 유가족의 한을 풀기 위해 이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억울하니 알아봐달라, 우리 불쌍하니 쳐다봐달라, 이런 거 아니니까요."

정성욱 "지금 유가족들이 돌아가며 동거차도에서 세월호 인양 작업을 감시하고 있잖아요. 최근에 거기서 사고난 거 알아요? 그때 한 사람이 죽었어요. 근데 그 사람 결국 못 찾았어요. 우리 가족들은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사고 전이나 후나 바뀐 게 없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우리 아버지, 어머니들은 분향소에 잘 못들어가요. 애들한테 미안해서요. 2년을 싸웠는데 해놓은 게 없잖아요. 가서 아이들 앞에서 떳떳이 이야기 할 만한 게 하나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게 없으니 분향소에 들어가기가 미안한 거죠. 분향소 앞에 서는 거에 비하면 단식하고 삭발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훨씬 쉬워요."

▲ 세월호 가족들의 삭발시위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별법 개정과 특검 처리를 촉구하며 삭발하고 19대 국회 회기가 끝나는 10일 자정까지 80시간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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