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교과서> 낸 이유? 누군가는 해야 하니까"

김형태 2016. 3. 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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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진영효 전교조 416특별위원회 위원

[오마이뉴스 글:김형태, 편집:손지은]

 지난 1월 10일 오후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 세월호침몰사고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겨울방학식'이 4시 16분에 열렸다. 방학식에는 유가족과 뜻을 함께하는 시민들이 참여해 희생 학생들 출석을 대신해 대답을 했다.
ⓒ 이희훈
세월호 참사 2년이 다가온다. 일부에서는 이제는 그만 묻어버리자고 한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는 지우고 싶어도 지울 수 없는, 우리의 뼈아픈 역사다. "가만히 있으라"라는 구호로 상징되는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늦었지만, 참사 원인과 구조 실패의 철저한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방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전국교직원노조는 <기억과 진실을 향한 416 교과서>(아래 <416교과서>)를 만들었다.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방원중학교에서 416특별위원회 위원인 진영효 선생님을 만나 발간 관련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누군가는 계속 기억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출발점"

▲ 전교조 416특별위원회에서 발간한 <기억과 진실을 위한 416교과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교사들이 모여 교육과정초안을 만들고 여러 차례 집필과 감수를 거쳐 마침내 발간된 <416교과서>.
ⓒ 김형태
- <416교과서>를 발간하게 된 이유는?
"나도, 내 아이도 세월호와 살고 있다. 이 땅의 교사와 아이들 누구나 그 시간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공감하며, 실체적 진실을 알아보는 일을 누군가는 지속적으로 해야 하지 않나? 그 안타까움과 절실함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 어떤 분들이 모여, 어떤 과정을 거쳐 발간되었나?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전후하여 많은 선생님들이 '계기 수업'을 했다. 소중한 수업이었지만 단순한 추모를 넘어 진실 규명과 이번 참사를 어떻게 정의내릴 것인가를 고민하는 일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보다 체계적인 교육활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전교조 416특위를 중심으로 경험과 자료를 가진 선생님들이 모여 교육과정초안을 만들었고, 여러 차례 집필과 감수를 거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 <416교과서>가 초등용과 중등용 2권이 나온다고 하는데, 교과서 구성은?
"<416교과서>는 초등용과 중등용으로 발간됐다. 모두 4단원인데 '기억과 공감', '진실 찾기', '정의 세우기', '약속과 실천' 단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1단원은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의 시작인 기억에 관한 내용이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그날의 하루와 배에 탄 사람들과 그 가족들, 참사 이후의 삶에 대한 성찰이다.

2단원에서는 세월호는 어떤 배이고 왜 그 큰 배가 가라앉았는지, 가라앉는 순간의 구체적인 상황은 어떤지를 탐색했다. 선장과 선원들, 해경, 정부는 왜 적극적으로 배 안의 사람들을 구조하지 않았는지 세월호 침몰을 둘러싼 순간들의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3단원은 세월호 특별법을 만들어 정의를 세우려는 노력을 치열하게 해온 분들의 노고를 살피고, 정의 실현을 위해서 책임질 주체를 고민했다. 아직도 책임의 주체가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4단원에서는 세월호 참사 이후 힘들어하는 이웃과 더불어 손잡고 '기억과 치유의 길'을 걷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치유와 연대의 힘에 고마움을 느끼며 진실과 정의 찾기에 헌신하는 유가족의 삶과, 그분들의 발걸음에 동참하는 많은 이들을 다뤘다. 특히 학생으로서 학교와 자기 삶의 현장에서 직접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같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교과서에 담긴 고뇌를 이해해주었으면"

 <416교과서>는 초등용과 중등용으로 각각 발간됐다. 참사의 진실 범위를 정하는 일이 가장 어려웠고, '교과서'라는 명칭을 두고 고민이 깊었다.
ⓒ 김형태
-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교과서 작업을 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많았다. 첫째, 진실의 범위를 정하기가 힘들었다. 아직 진행형인 사건에 대한 객관적 사실과 역사적 평가가 부족한 상황에서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정부의 발표와 재판 결과만 가지고는 아직도 해명되지 않는 의혹들이 너무나 많다. 이런 점에서 2단원 '진실찾기' 작업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둘째, '교과서'라는 명칭이다. 교과서에 대한 통념은 '보다 객관적이고 사회적 합의를 거친 핵심적 지식만을 정선하여 담은 책'이다. 우리가 준비한 내용에 비해 이름이, 담은 형식이, 너무 크고 무겁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교과서'라는 말을 상징적인 표현으로라도 사용하기로 했다. 그 무게에 대한 고뇌를 이해하기 바란다.

셋째, 인용된 글과 사진의 저작권 문제로 많은 고생을 했다. 더 좋은 텍스트나 사진들을 놓친 것이 많아 못내 아쉽다."

-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의 반응은?
"교과서 감수 작업 등을 통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간접적으로 교과서 발행에 참여하였다. 가족들은 참사를 잊지 않기 위한 교사들의 실천에 기본적으로 신뢰를 가지고 있다. 특히 이번 교과서 작업에 대해서는 교사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고 고마움의 인사를 여러 번 보내주셨다."

- 앞으로 <416교과서>를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지?
"<416교과서>는 수업과 활동을 돕기 위한 교사용 책자다.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학습지 형태로 제공할 수 있도록 파일 형태로도 보급된다. 학교와 학생들의 상황과 실정에 맞게 충분히 재구성하여 사용하면 좋겠다. 또 자유학기제 시행 학년에, 또는 여러 교과의 교사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 수업이나 창의적 체험활동, 학생회, 동아리 활동 시간에 활용하기 바란다."

- 끝으로 교과서를 구입은 어떻게?
"현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서 구입신청을 받고 있는 중이며, 이미 책자를 발송 중이다. 개인, 단체 구매도 모두 가능하지만, 여러 권 구입하여 개인적으로 선물하거나 학교 내에서 공동 활동을 모색했으면 좋겠고, 특히 지회·분회 단위의 결의를 통해 함께 구입하여 활용하면 더욱 좋겠다."

<416교과서> 발간에 대해 전명선 세월호참사피해자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발간을 위해 애써주신 선생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우리 가족들은 이 <416교과서>와 함께 '가만히 있으라'는 것을 거부하고 우리의 힘으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길에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또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은 "학생들이 이 교과서를 배우면서 생명의 소중함, 사람 사이 바른 관계의 중요함을 스스로 알기 바라고, 선생님들이 그런 방향으로 이끌어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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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416교과서>는 권 당 5천 원에 판매 중이며, 02-2670-9452(416특별위원회)에 전화해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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