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해효가 호주제 폐지운동하는 이유

2004. 6. 14.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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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 영화배우 권해효씨. ⓒ2004 오마이뉴스 윤성효 "둘째 아이를 낳고 출생신고 하러 동사무소에 갔어요. 서류에 집사람의 본적주소까지 적었더니, 동사무소 직원이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더라구요.본적은 아이의 아버지만 적도록 되어 있다는 겁니다. 남편과 집사람의 본적은 당연히 다르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호적에는 여자가 결혼하면 남편의 호적에 들어오게 되어 있다는 겁니다."영화배우 권해효씨는 "평소 호주제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고 말했다. 권씨는 10일 경남민언련 주최로 창원대에서 열린 제20회 시민언론학교에 강사로 나와 "언론이 호주제 폐지에 나서야 한다"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는 호주제의 여러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호주가 사망하면 "아들-미혼인 딸-처-어머니-며느리 순으로 호주승계 순위"라든가 "혼인한 여성의 남편호적 입적" "남편의 아버지 호적 입적" "남편은 처의 동의 없이 혼인 외 자녀 입적이 가능하나 처는 남편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 등을 열거했다.

그는 재혼가정이나 혼자 살아가는 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현행 호주제에서는 담아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부가 이혼을 해서 아이를 엄마가 데리고 산다고 하더라도 그 아이는 자식이 아니라 동거인"이라면서 "호주제로 인해 아이들의 교육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재혼가정의 경우 아이와 아버지의 성이 다른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가족사항을 적는 란에 성이 다른 아버지 이름을 적기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죽었거나 같이 살지 않는 아버지의 이름을 적는 경우도 있다. 이는 모두 호주제가 잘못되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그는 호주제 폐지 반대론자들의 논리에 모순이 많다고 지적했다. 반대론자들은 호주제를 폐지할 경우 근친간 결혼이라든가 순수혈통 유지가 어렵다는 주장을 편다는 것.이에 대해 그는 "반만년 순수혈통이라 하는데, 임진왜란이며 당나라와 원나라 침입 때 과연 순수혈통이 지켜졌느냐"면서 "중국계 성씨가 많다는 것만 봐도 순수혈통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근친간 결혼"에 대해, 그는 집에서 키우고 있는 개를 비유하면서 반박했다. "진돗개(수컷)와 "시쮸"(암컷)가 교미를 해서 어떤 개(A. 수컷)가 나고, 그 개가 다시 "치와와"(암컷)와 교미를 해서 개(B. 수컷)가 났는데, 호주제 폐지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 한다면, 진돗개와 거리가 먼 개인 B도 진돗개가 된다. 이는 부계혈통만 인정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권해효씨는 "수없이 많은 조상(여성)을 무시하고, 왼쪽인 한 쪽 라인만 있다고 주장하는 게 부계혈통주의"라 말했다. 이로 인해 가족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이 벌어지는데, "오죽했으면 엄마가 사망신고를 해서 다시 입적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것.권씨는 "17대 국회에서, 그것도 빠른 시일 안에 호주제 폐지 관련 법률이 통과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4 윤성효 /윤성효 기자 (ysh@ohmynews.com)- ⓒ 2004 오마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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