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결정 법리적 쟁점 '주목"

2004. 10. 22.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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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헌법" 판단기준 되는가"에 초점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류지복 기자 = 헌법재판소의 수도이전 위헌 결정에 대해 법조인들은 헌재의 위상과 권위를 상기시킨 계기라고 평가하면서도 판단 내용에법리적인 공방의 소지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학계를 포함한 법조계에서 제기되는 법리적 쟁점은 관습헌법이 헌법재판의 판단기준이 될 수 있는지, `수도=서울"을 관습헌법으로 볼 수 있는지, 관습헌법 개정절차를 성문헌법과 대등하게 취급할 수 있는지 등이 골자다.

물론 헌재의 결정은 최종심으로서 지닌 법적 강제력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없지만 헌재가 관습헌법을 끌어들여 하위법률의 위헌 여부를 판단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법리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관습헌법도 헌법심사의 기준 = 헌재는 21일 결정에서 관습헌법도 성문헌법과마찬가지로 헌법재판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준의 하나라고 명시했다. 일반 재판에서 법원이 관습법의 존재를 인정, 심리과정에 참고하는 것과 같은 논리다.

헌재가 특정사건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지만 실상 헌재 재판의교과서라 할 수 있는 실무제요에도 이같은 법리는 명시된 내용이다.

헌재는 실무제요 93쪽 `위헌 법률심판의 심사기준"에서 "헌재는 헌법전에 포함된 개별규정 뿐만 아니라 개별규정의 근저에 가로놓인 헌법 원칙이나 근본적 결단까지 심사기준이 될 수 있고 이밖에 `헌법관습법"도 심판절차의 기준"이라고 명시했다.

허영 명지대 헌법학 교수는 "어느 나라든지 성문헌법 외에 헌법관 습법을 두고성문헌법이 담을 수 없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며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을 반대하는것이 아니라 보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이같은 논리를 뒷받침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그러나 "우리 헌법은 관습헌법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지않고 있다"며 "설령 관습헌법으로 인정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관습헌법으로서 보충적 효력을 가질 뿐 성문헌법과 동등한 효력을 갖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 `서울=수도" 관습헌법인가 = 헌재는 "조선왕조 창건 이후 한성(漢城)이 수도로 기능해왔고 이는 경국대전에 반영된 것일 뿐만 아니라 일제시대와 건국이후까지서울은 수도로서 전국민의 폭넓은 승인을 얻었으므로 관습헌법"이라고 규정했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수도는 국기나 애국가와 같이 실체가 있는 헌법사항"이라며 "명문화만 안됐지 실체가 있는 것이므로 관습헌법으로서 부족한 면이 없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그러나 "헌재 논리대로라면 최근 여야 공히 법개정을 추진하고 있는호주제나 동성동본 혼인금지제도 관습헌법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이 경우헌법개정이 아닌 법개정을 추진한다면 이 역시 위헌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변도 "`서울=수도"라는 사실이 관습헌법의 일부라고 하는 헌재의 해석은 그동안 헌법학계와 판례에서 전혀 거론된 바 없다"며 "이는 헌재의 자의적 해석이 들어간 부분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는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에 서울특별시는 `수도로서의특수한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헌재가 미리 `위헌"이라는 정치적 결정을 내려놓고 논리를 개발한 인상이 짙다"고 톤을 높였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헌재가 `서울=수도"라는 개념이 관습헌법 조항이라고 판단했다면 위헌결정은 당연하다"면서도 "다만 `서울=수도"라고 볼 수 있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 관습헌법, 성문헌법과 `대등" = 헌재는 관습헌법을 폐지하기 위해서는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헌법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관습헌법에 반하는 내용을 창설하기위해서는 헌법에 이 내용을 새로이 넣는 것만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는 관습헌법의 개정 역시 성문헌법의 개정과 마찬가지로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과 유권자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으로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관습헌법의 헌법적 합의를 더 중시하고 헌법개정을통해 수도이전 문제를 해결하라는 헌재의 결정은 정당하다"며 "정부와 여당, 국회의원들은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영수 고려대 교수는 "헌법 130조 국민투표권 규정은 성문헌법의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지 관습헌법의 개정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며 "헌재의 법리전개는적절치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갑배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관습헌법이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고판단할 경우 헌재가 언제든지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며 "이때 국회의결과 국민투표를 통해서만 가능한 개헌은 헌재가 불문헌법이라는 이유로 헌법화,헌법창설기능까지 갖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또 헌법은 개정 절차의 난이에 따라 일반 법률의 개정절차보다 엄격한 경성헌법과 그렇지 않은 연성헌법으로 구별하는데 모든 불문헌법은 일반 법률의 개정절차에준하는 연성헌법이라는 점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임지봉 건국대 법대 교수는 "헌법적 관습, 정신, 관행 등에 대한 위배를 지적한사례가 독일과 미국 등에 있었지만 성문헌법 위배 여부가 우선적 판단기준이 됐을뿐 이번처럼 판단 근거로 관습헌법 위배만 놓고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jooho@yna.co.kr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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