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성문헌법에 없어도 관습헌법 인정"

2004. 10. 22.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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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수도=서울’ 이라는 사실은 ‘관습헌법’에 해당하기 때문에 개헌 없는 수도이전 추진은 ‘위헌’이라고 결정한데 대해 법조계와 정치권은 물론 사회각계에서 타당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조계는 헌정 사상 유례없이 관습헌법을 인정한 것은 성문법 전통이 확고한 국내법 체계상 수긍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공식논평을 통해 “관습헌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성문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모호한 점을 보충하고 실효성을 증대시키는 범위내에 있어야 한다”며 “관습헌법에 의한 성문헌법의 무제한적 변질을 야기할 우려가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민변은 나아가 “관습헌법을 동원한 위헌결정은 통상적인 헌법해석이 아닌 자의적이고 부당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의 김갑배 법제이사도 “불문조항에 근거해 위헌여부를 결정한 것은 헌법에 위임한 한계를 벗어나 결정한 것으로 헌법상에도 불문헌법에 의해 결정하라는 조항은 없다”고 밝혔다.

경희대 정태호 교수는 “관습헌법의 변경이 성문헌법의 개정을 통해 이뤄진다는 논리는 말도 안된다”며 “다분히 정치적 결정이고 헌법파괴행위로 봐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대법원의 한 부장판사도 “언제 배웠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한 관습헌법을 들이댄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는 자칫 관습이 헌법보다 우위에 있다는 논리가 일반화돼 법적 안정성이 헤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서도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관습헌법’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이날 상임중앙위에서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헌재가 헌법을 훼손했다. 이 문제는 헌재 판결의 효력과 별도의 문제로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정치이슈화 할 것임을 뚜렷하게 천명했다.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위헌결정에 대해 찬반 양론으로 엇갈린 가운데서도 생소한 관습헌법에 대해서만은 대다수가 의문을 표시했다.

‘삼십대’라는 ID로 헌재 게시판을 글을 올린 이는 “급변하는 21세기를 살면서 6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억지로 꿰맞춘 궤변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위헌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거꾸로 논리를 만든 것”이라고 비난했다.

회사원 강모씨(36.서울 강서구 등촌동)는 “헌재 논리대로 라면 호주제나 가장상속제도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관습이므로 헌법으로 봐야 하냐”면서 “법치주의 국가의 근본이 흔들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헌재의 위헌결정과는 별도로 관습헌법 인정 여부 및 범위를 둘러싼 법적. 사회적인 논란은 상당기간 논쟁거리로 대두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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