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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하라, 버티면 장땡이다

입력 2006. 10. 30. 23:33 수정 2006. 10. 30.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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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작가 기자]

▲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는 더더의 'It's you'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2006 팬텀 엔터테인턴트

심심하다 싶으면 한번씩 고개를 드는 논란이 있다. 표절이다.

내 나이 서른 둘, 어릴 때부터의 어렴풋한 기억만으로도 표절 판정, 혹은 시비에 오른 노래들이 있었다.

먼 기억으로는 손지창과 김민종의 듀오였던 블루의 '나를 위해'가 X-재팬의 명곡 'Endless Rain'을 표절했다 하여 수많은 소녀팬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좀 더 또렷한 기억으로는 룰라의 '천상유애'가 역시 일본 그룹 닌자의 '오마쓰리 닌자(お祭り忍者)'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나 그룹을 해체하고 이상민은 자해소동을 벌이고… 뭐, 난리도 아니었다.

이효리의 'Get Ya'와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Do Something' 논란이야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이승기는 '마룬 5'의 노래를 "표절한 게 아니라 샘플링했다"고 해명하며 직격타를 피해갔지만 앨범에는 그런 표기가 되어 있지 않으니 떳떳이 고개를 들 만한 입장은 못 된다.

참고로, 저작권 개념이 엄격한 서양이나 일본에서는 샘플링을 하기 위해서는 원저작자에게 댓가를 미리 지불하고 앨범 크레딧에 그 사실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이를 샘플 클리어링(sample clearing)이라 한다. 이런 절차를 어겼다가는 거액의 저작권 소송에 휩싸이기 십상이다.

블루의 '나를 위해'부터 이효리의 'Get ya'까지

지금 언급한 사례들은 아예 물위로 부상해서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경우다. 이 노래들 말고도 꽤나 많은 노래들이 네티즌들의 표절 의혹 제기를 받는다. 다만, 미묘한 차이로 표절 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을 뿐이다. 심증은 있으되 물증이 없는 경우들이다.

하물며, 물증에 가까운 심증을 가지고 표절 논란에 오르는 노래들도 결말은 언제나 불투명하다. 언젠가부터 표절 판정은 없어지고 의혹만 제기되는 것이다. 표절여부를 가리는 기구가 없기 때문이다.

1997년 10월까지는 공연윤리위원회가 이를 결정했다. 블루·룰라 등이 한창 활동하던 당시에 표절 판정을 받을 수 있었던 건 이 때문이다. 허나, 공연윤리위원회가 폐지되면서 표절 심의기구가 없어졌다. 원저작권자가 제소하여 재판으로 판가름 나는 친고죄가 된 것이다.

표절 대상이 되는 노래는 대부분 외국곡이다. 그러다보니 법정에서 사활을 걸고 싸우기 보다는 합의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표절 논란은 언제나 용두사미가 되기 일쑤다.

이런 와중에 MC몽의 '너에게 쓰는 편지'가 더더의 'It's You'를 표절했다는 판결이 나왔다. 늘 시비만 있고 명확한 판정이 없었던 기존의 관행에서 법으로 분명히 표절 여부가 결정된 건 바람직한 일이다. 표절 대상이 외국곡이 아니라 국내 작곡가의 작품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끝까지 갈 수 있었을 것이라 본다.

이미 껌의 단물은 다 빠졌는데

▲ 'Get ya'로 표절 논란을 일으킨 이효리.
ⓒ2006 DSP엔터테인먼트

허나, 문제가 있다. '너에게 쓰는 편지'는 2004년 발표된 MC몽의 1집에 담겨 있는 노래다. 지난 9월에 그의 3집이 나왔으니 지나도 한참 지난 노래다. 2년 반 동안 이 노래로 볼 수 있는 재미는 다 봤다는 얘기다. 단물 몽땅 빠지고 딱딱하게 말라붙은 껌이다. 지방법원의 판결이었으니 법정 싸움을 2년 반이나 했을리는 없고, 원곡의 작곡가가 소송을 늦게 제기했으리라 본다.

자,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표절이 친고죄인 이상,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거친 후에야 결정되는 이상 이런 일들은 계속 생길 수 있다.

즉, 일단 어떤 인기곡을 베끼거나, 너무 뻔하게 모티브를 차용하거나, 몸서리처질만큼 교묘하게 멜로디와 리듬을 따오거나 해서 일단 노래를 만든다. 그리고 그 노래로 방송 출연도 하고, 콘서트도 하고 우려먹을만큼 우려 먹는다.

만약 외국곡의 경우라면 그동안 그래왔듯이 합의하면 그만이다. 국내 작곡가의 작품이라면 원저작자가 소송을 제기할 때까지 버티고 판결이 날 때까지 또 버틴다. 만약 얼굴에 강화 철판을 깔았다면, 항소에 항소를 거듭하여 대법원까지 가는 방법도 있다.

그렇게 시간이 가는 사이 표절의 가능성이 있는 노래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인기의 유통기한을 마감한다.

표절심의 느리다, 너무 느리다

'너에게 쓰는 편지'의 경우, 법원은 피고로 하여금 원고에게 '고작'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심하게 말하자면, 공소시효 끝난 사건의 범인을 잡는 격이랄까.

어째, 어디서 본 수법 같다. 예전에 정치인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제소되도 버티고 버텨서 임기 끝난 후에야 유유히 판결 받던 그런 관례 말이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선거법이 개정됐다. 표절 심의도 마찬가지다. 보다 빠른 처리가 필요하다.

공연윤리위원회가 사라졌을때 문화계에서는 환호했다. 그 환호가 마음놓고 표절을 할 수 있어서는 분명히 아니었으리라.

관이 문화를 주도하던 시대의 유물을 그리워 할 일이 이제는 없어졌으면 한다. 법정까지 가며 버티고 또 버티는 그런 추태는, 성추행을 해놓고도 법으로 판결받겠다며 버젓이 국회의사당에 얼굴을 내미는 모 의원만으로도 충분히 지겹기 때문이다.

/김작가 기자

덧붙이는 글기자소개 : 김작가님은 <오마이뉴스> 칼럼니스트입니다. 홍대앞에서 초ㆍ중ㆍ고를 졸업하여 지금도 홍대앞을 벗어나면 왠지 불안하다고 합니다. 음악월간지 MDM, 영화주간지 FILM2.0에서 기자 생활을 했으며 현재도 프리랜서로 FILM2.0, 시사저널, GQ 52 STREET 등에 음악 칼럼 및 리뷰를 기고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사운드데이 오디션 심사위원이며 직업수집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온갖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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