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카드 분실했다고 전화했더니..

박수익 2009. 8. 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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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20일 새벽 1시 20분. 직장인 A씨는 만취상태에서 택시에 승차한 이후, 강도를 당해 겸용카드(신용카드와 현금카드 기능이 동시에 탑재)와 휴대폰 등을 모두 빼앗겼다. 강도 혐의자는 1시간 뒤 A씨의 카드에서 돈을 인출하기 위해 ARS로 접속을 시도했으나, 비밀번호 입력 오류로 이용이 불가능했다. 10분간격으로 2차, 3차 시도를 했으니 역시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다.

이때 A씨 부인의 휴대폰 문자로 남편의 카드 비밀번호 오류 입력 사실이 전송됐다. 부인은 남편이 귀가도 하지 않고, 휴대폰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비밀번호 오류'라는 문자가 계속오자 카드 발급사인 B은행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은행 직원은 카드가입자 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분실 등록을 거부했다. 시간이 지체되는 사이, 강도 혐의자는 비밀번호를 알아내 결국 ATM에서 482만원의 대출금(마이너스통장 대출)를 인출했고, 이어서 현금서비스로 60만원을 빼내갔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사례이다. 이경우 카드를 도난당한 A씨 부부는 피해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A씨는 우선 현금서비스 부정사용 금액 60만원에 대해서는 여신전문금융업 관계 법령에 따라 보상을 받았다. 문제는 겸용카드에서 부당 인출된 482만원의 대출금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위는 B은행이 선관주의 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B은행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사고의 개연성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지만, 이를 게을리해 잠정적인 사용정지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은 고객의 재산을 관리하는 은행의 업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다만 A씨에 대해서도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만취된 상태에서 귀가하던 중 사고를 당한 점 등으로 볼때,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카드 관리·이용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일부 책임을 물었다. 결국 B은행은 부당 인출된 482만원의 대출금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385만원을 배상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신용사회가 정착되면서 카드 한 두장 정도는 지갑에 넣고 다니는 사람이 많다. 신용카드는 현금이 없어도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얻을 수 있어 매우 편리하지만, 분실·도난시 적절히 대처하지 않으면 막대한 금전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위의 사례에 등장하는 A씨는 금전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이는 부인의 기민한 대처 때문이었다.

이런 사례도 있다. 회사원 C씨는 신용카드를 잃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았으나 신고를 하지 않고 미루고 있다가, 이틀 후에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했다. 카드사는 즉시 거래중단 조치를 했지만, 분실 신고전에 이미 다른 사람에 의해 총 370만원이 부정 사용됐다. 카드사에서는 부정 사용액 370만원 중 C씨가 분실사실을 안 시점부터 신고할때까지 부정사용된 136만원은 보상해 줄 수 없다며 C씨에게 대금을 청구했다.

신용카드 사용자는 분실·도난 사실을 아는 즉시 신고를 해야한다. 신고일로부터 60일전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현금서비스는 신고 시점 이후부터 보상해준다. 카드를 발급한 금융회사에서는 연중무휴 24시간내내 사고 신고를 받고 있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바로 신고할 수 있다. 대부분 카드사의 경우 전자금융거래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본인 이외에 가족들의 분실 신고도 접수·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첫번째 A씨의 사례와 같은 경우에도 일단 연락을 취해야한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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