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의 '갑옷'을 벗기다

김민아기자 2009. 10. 8.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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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이탈리아 헌재 "총리 재임중 형사소추 안받는 것은 위헌"

ㆍ야당선 "판결 환영" 정치적 타격 불가피

ㆍ베를루스코니는 "사임 없다" 강공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했다. 섹스 스캔들로 궁지에 몰려 있는 터에 헌법재판소가 그의 '갑옷'을 벗겨버렸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헌재는 7일 대통령과 총리, 상·하원 의장 등 4명에 대해 재임 중 형사소추를 받지 않도록 한 고위공직자 면책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당장 2건의 형사재판에 서야 할 처지가 됐다. 그는 사임 가능성을 일축하며 정면돌파를 다짐했지만,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의회를 통과한 고위공직자 면책법이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결정 사유를 밝혔다. 헌재는 2004년에도 유사한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제1야당 민주당의 다리오 프란세스치니 당수는 "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을 재확인시켰다"며 환영했다.

베를루스코니는 1990년대 영국인 변호사에게 위증의 대가로 60만달러를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이 소유한 메디아셋 그룹을 통해 TV채널에 대한 권리를 사들이면서 탈세와 회계조작을 한 혐의로 기소돼 있다. 두 사건의 재판은 헌재 결정으로 재개된다. 그는 18세 모델과 부적절한 관계라는 의혹 때문에 부인에게 이혼소송을 당했으며, 최근에는 성매매여성과 밤을 보낸 사실이 보도됐다.

베를루스코니는 "우리는 (면책)법이 있든 없든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며 사임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스캔들이 불거질 때마다 '좌파 정적들' 탓으로 돌려왔다. 7일에도 헌재와 '붉은 법복을 입은' 검사들이 자신의 정부를 전복시키는 데 사법체계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헌재 결정으로 베를루스코니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약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철학 교수인 지아코모 마라마오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베를루스코니의 대중적 이미지는 섹스 스캔들에 대한 언론 보도로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라며 "헌재의 이번 결정으로 그 상처는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BBC방송은 "베를루스코니는 법률적 면책이라는 방패가 없는,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었다"며 "그의 갑옷은 아직 뚫리지는 않았지만 움푹 들어간 상태"라고 비유했다.

베를루스코니의 지지율은 최근 잇단 성 추문으로 하락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IPR마케팅 조사에서 4월 56%이던 지지율은 지난달 47%까지 떨어졌다. 밀라노에서 발행되는 신문 '일 조르날레'는 7일 베를루스코니가 68.7%의 지지율을 얻었다고 보도했지만, 이 신문은 베를루스코니 가족이 소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베를루스코니가 조기 총선을 통해 정치적 면책을 시도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그러나 현재로서는 조기 총선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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