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번개'로 푼 임정욱 라이코스 대표의 '美 인터넷이야기'

입력 2010. 3. 6. 13:02 수정 2010. 3. 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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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많은 이들이 왜 미국에서만 글로벌한 IT 서비스가 등장하는지 궁금해하는 한편 안타까워 합니다. 우리 뿐 아니라 일본, 유럽의 인터넷 업계 사람들이 모두 궁금해 하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사실 출발점부터 다르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들이 쓰는 언어가 '영어'라는 사실 자체가 빼도 박도 못할 (차이를 만드는) 일이지요. PC 생산도 미주권에서 대량으로 이뤄지고 표준도 영어로 구성돼 있지 않습니까. 휴대폰도 마찬가지지요."

임정욱 대표가 언급한, 이러한 '기본적인' 차이는 어쩌면 체급 구별이 없는 운동 경기에서 서양인들이 동양인에 비해 우위를 점하는 것과 비슷한 일인지도 모른다. 이를 메우려면 그만큼의 노력과 창의, 정부와 각 산업 주도군들의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임 대표는 지난 5일 저녁, 서울 한남동 다음 사옥에서 '트위터 번개'를 통해 모인 90여명의 '트위티언'들을 상대로 그가 미국에 체류하면서 느꼈던 미국과 인터넷 세상에 대한 단상을 털어 놓았다. 모임 공지가 트위터를 통해 이뤄졌고 참석자 중 한 사람이 이를 동영상으로 생중계 했다.

◆ 참담해 보였던 라이코스 상황, 그러나 美 시장은 넓었다

임 대표가 미 대륙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고 있던 지난 1998년, IMF 한파가 몰아닥쳤을 때다. 유학을 선택한 그가 버클리대에 입학한 후 접한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고.

"2000년부터 닷컴버블이 꺼지며 실리콘밸리가 망해가던 상황이었습니다. 휴대폰과 초고속인터넷의 발전상 등을 볼 때 한국 IT의 발전이 더 빨라보였습니다."

9.11테러가 난 후 조선일보로 복귀한 그는 선배인 석종훈 전 다음 대표의 권유로 다음에 입사했고 1년여 전 다음의 자회사인 라이코스 대표로 발령이 나 다시 미국 땅을 밟았다.

"처음엔 두렵고 비관적이었습니다. 그동안 라이코스가 해온 모든 사업들이 다 실패했고 창립 후 15년 동안 매년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 스스로도 '어떻게 15년간 한결같이 적자만 내고 있었을까' 놀라울 지경이었죠."

300여명에 달했던 조직이 '꾸준한' 감원을 통해 50명 수준으로 줄어들 정도인데 회사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다. 남아 있는 사람들도 사장인 임 대표가 옆에서 지켜봐도 회사 책상에 앉아 버젓이, 구직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하고 오후 5시만 되면 모두가 칼 퇴근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희망이 보인 건 작년 3분기에 처음으로 흑자를 내면서 부터였습니다. 4분기까지 결산결과 창립 16주년만에 첫 연간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근근히' 흑자를 낸 라이코스의 연간 매출은 한화 300억원 남짓. 이중 절반 가량은 검색사업으로 인한 것이다.

"미국인들은 라이코스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고 보면 됩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이름은 아는데 잊혀진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는 것은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 아이폰, 트위터에 빠지다

아이폰을 초기 버전부터 이용한 임 대표는 이내 트위터에 재미를 붙였다. 라이코스에는 임 대표외에 단 한 사람의 한국인도 없다. 미국에 대해 제대로 배우고 현지인들과 비지니스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선 그들이 무엇을 즐기는지, 무엇에 관심을 가지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첨에 트위터는 익명으로 했습니다. 일하라고 미국 보내놨는데 놀고 있는 것 처럼 보일까봐 그랬죠."

임 대표는 한국을 비롯한 각국 이용자들과 교감을 나눴다. 트위터를 통해 손정의 회장과 교분을 맺는 등 국경을 넘는 교류도 가능했다. 트윗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의 트위티언들과 교류하던 그의 정체를 밝혀낸 것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였다고. 이후 그는 실명으로 교류를 진행중이고, 당시 인연이 닿았던 이들을 번개 형식으로 불러모은 게 이날 모임이었다.

◆ 트위터는 다른 매체와 보완관계· · · 현지 SNS 성공이유는?

임 대표는 "트위터가 다른 매체와 상호 보완관계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미국 슈퍼볼 결승 시청률은 사상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전통 매체인 TV를 통해 펼쳐진 중계가 각종 디지털 미디어가 넘쳐나는 현 상황에서 그러한 성과를 기록한 것은 역설적으로 아이폰 등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킹 서비스 때문이라는 게 임 대표의 분석이다.

지인들과 트위터로 슈퍼볼과 관련한 메시지를 나누며 관심없던 사람도 TV를 켜서 보게 되고, 중계를 보면서 페이스북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자연스레 연출됐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트위터의 특성상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순 없겠죠. 트위터로 못다 한 말은 블로그를 통해 풀어나갈 수 있습니다. 각 서비스들이 보완재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미국에서 SNS가 성행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페이스북은 미국의 디지털 서비스 이용층의 90%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며 "워낙 큰 나라이기에 가족과 친지들이 멀리 떨어지기 마련이고 이들을 연결하는 역할을 SNS가 대신하며 안정감을 느끼게 해줍니다"고 진단했다.

◆ 구글의 힘···편리한 서비스 역작용에 대한 우려도

임 대표는 "구글을 받쳐주는 버팀목은 위키피디아"라고 단언한다. 영미권에 지식인 같은 서비스가 없지만 위키피디아가 그러한 공백을 거뜬히 메워준다고 한다.

스마트폰이 있으니 음성검색을 통해 바로 바로 필요한 것을 찾을 수 있으며, 특히 사람찾기, 인물정보가 너무 잘 갖춰져 비즈니스에 활용하기도 좋다고 털어놨다.

"뭐든지 궁금한거 검색하면 알 수 있어 암기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왔다는 느낌마저 줍니다."

물론 역작용도 없지 않다. 스마트폰은 다 좋은데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휘발성 있는 정보들을 사람들이 모두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이전에 매스미디어의 권위가 있을때 신문에 나오는 내용이 다 사실이라고 믿었던 것 처럼 말이다.

"구글의 에릭 슈미츠 CEO도 언급한 것 처럼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검색하면 다 나오고 연결을 통해 정보의 폭을 넓혀주나 딥 씽킹(Deep thinking)을 못한다는 것이지요. 기사와 동영상을 워낙 편리하게 볼 수 있다 보니 책을 잃지 않게 된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미국 사회

"다윗이 혁신적인 것을 들고 나와 골리앗을 이길수 있는 게 미국사회입니다."

임 대표는 회원제 우편 비디오 대여사업자 넷플릭스의 예를 들었다. 이 회사는 월정액으로 20불을 내면 2만여편의 DVD를 한번에 3장 이내로 연체료 걱정없이 신청할 수 있으며,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우편으로 다시 재발송하는 영업방식을 취했다.

온라인 사용 편의성, 롱테일 콘텐츠를 미국 전역에서 단 하루만에 회원들의 집으로 공급하는 신속성을 통해 해당 분야의 지배적 사업자인 블록버스터를 추월하기도 했다.

4만명 이상의 종업원을 두고 연 매출 5~6조를 달성하던 동종의 공룡기업 블록버스터를 980명의 직원이 일한 넷플릭스가 넘어섰고 지금의 넷플리스는 1천4백만 가입자와 4조원의 시총규모를 가진 새로운 공룡이 됐다.

"블록버스터의 경우, 최근의 토요타도 마찬가지로, 오만에 빠지면 죽는 것이 미국 시장입니다."

그 외에 임 대표는 미국 시장의 풍토로 '선순환 구조의 확립'을 들었다. 소규모 벤처에서 출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이 구글같은 상층부의 주요 기업들로부터 구매돼 널리 활용되고 기술의 원천인 엔지니어들이 우대받는 '기회의 땅' 이라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경쟁 결과 끊임없는 인수합병이 이뤄지며, 산업의 지평이 요동치는 것도 현지 시장의 특성이라고 전했다.

강연 내내 스마트폰과 트위터 등 현지 IT 트렌드에 대해 예찬했던 임 대표는 "너무 좋은 콘텐츠가 많아 미칠 지경"이라며 "이는 이를 사용해본 이들만 알 수 있는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임 대표는 "미국의 인터넷 사회는 너무나 풍성한 좋은 콘텐츠들이 흘러 넘치며,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양화가 악화를 구축하는 곳"이라고 전했다.

이런 콘텐츠들을 보다 여유있게 향유하기 위해 "내게 시간이 2배 있었다면"하는 생각을 할 정도라는 임 대표는 "뉴욕타임즈는 종이보다 LCD에서 더욱 멋지다"는 개인적인 품평을 빼놓지 않았다."

◆ 한국이 근본적인 제약을 넘어서기 위해선

한국은 선순환 구조가 없다는 게 임 대표가 꼽은 아쉬움이다. 그는 "글로벌 시대에서의 생존은 국경을 넘어 정보를 습득하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에 따라 갈린다"고 강조했다.

높은 사회적 위치가 저절로 사람을 현명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끊임없는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임정욱 대표 동영상 중계는 막바지에 급작스레 중단됐다. '언어 같이 기본적인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는 방안'에 대한 임 대표의 '명쾌한 진단'이 막바지에 어떻게 내려졌는지는 현장에 있었던 90여명의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일이다.

중계가 중단되기 직전 임 대표는 "닷컴버블 당시와 달리 지금 모바일로 이행해가는 미국의 인터넷 붐은 진짜"라면서 "페이스북이 올해 1조를 상회하는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되며, 이러한 격변기에 기회를 잡지 않으면 어찌하냐"고 국내 IT산업 종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권유했다.

사실 한국 IT의 근본적인 제약을 뛰어넘기 위한 방안은 쉽게 풀어놓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다만, "국경에 얽매이지 않는 정보 수집에 힘 기울이고, 열린 마음으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강연 중 그가 던진 화두와 큰 차이는 없으리라 짐작된다.

모바일 인터넷과 SNS 열풍에 무심한 이들이 들었으면 '예찬 일색'으로 비춰졌을 지 모를 임 대표의 세미나는 글로벌 시장의 현실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본'은 무엇인가 생생하게 들려줬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있어 보인다.

/서정근기자 antila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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