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로 밑 종교시설 불허' 대법판례 확인하고도 공사 허가 내줬다

2011. 3. 24. 20: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서울시 '사랑의 교회' 공사 부정적 의견 전달

서초구 "안된다는 말 없었다" 여전히 발뺌

서울 서초동에 새 교회를 짓고 있는 '사랑의 교회'가 공공도로 지하를 파서 예배당 공간으로 활용하는 공사를 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당시 서울시는 공공도로를 점용하는 건축 허가에 부정적인 입장을 서초구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서울시가 서초구에 보낸 대법원 판례를 보면, 대법원은 '종교단체가 사적으로 공공도로의 지하를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서초구가 판례를 확인하고도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생기는 대목이다.

24일 서울시 도시안전본부 도로행정과는 "지난해 3월 서초구가 공공도로 지하를 예배 시설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문의를 해와 부정적인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도로점용 허가는 서초구 소관이지만, 통상적으로 법령 사항을 집행할 때 상급기관인 서울시에 문의를 하기 때문에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서성만 도로행정과장은 "우리가 허가 여부를 결정해줄 수는 없지만, 당시 서울시는 공공도로 지하의 종교시설 활용을 불허하는 내용의 대법원 판결문을 보내는 방식으로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고 설명했다.

2008년 11월27일 대법원이 선고한 판결문(2008두4985)을 보면, 대법원1부(재판장 차한성)는 한 교회가 공공도로 점용허가를 내주지 않은 서울 동대문구를 상대로 낸 '건축 불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동대문구의 점용허가 불허는 위법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당시 해당 교회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개의 교회 건물을 연결하는 지하통로를 만들려고 공공도로 지하를 뚫는 건축허가 변경을 신청했고, 동대문구는 이를 허가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하구조물을 설치하기 위한 도로 지하의 점유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고, 이 사건의 지하통로는 관내 주민들에게도 필요하지 않다"며 "자치구가 이를 받아들일 경우 오히려 도로 지하의 무분별한 사적 사용과 그에 따른 공중안전에 대한 위해의 우려가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사랑의 교회의 경우, 공공도로 지하가 통로도 아닌 예배당으로 활용되는 것이어서 사적 활용의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서초구 등 점용 허가에 관여한 기관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서초구 도로관리과 관계자는 "지난해 초 서울시가 보내온 회신에 '안 된다'는 말은 없었다"며 "서울시가 상급기관이긴 해도 같은 집행기관이므로, 그보다는 유권해석 기관인 국토해양부와 행정안전부의 지도 내용을 따랐다"고 해명했다. 반면 국토부 도로운영과는 "국토부가 지도를 해준 게 아니며, 공익상의 필요와 교통 문제, 향후 도로의 건설 가능성 등을 고려해 허가 여부를 판단하라고 답변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조성찬 토지자유연구소 토지주택센터장은 "도로점용 허가라는 것은 잠시 도로를 점용하고 원상회복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지하 예배당은 거의 영구적이기 때문에 건축 허가 자체에 특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공식 SNS [통하니][트위터][미투데이]| 구독신청 [한겨레신문][한겨레21]

Copyrights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겨레는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