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희 위원장 "셧다운제는 사회 상황 반영한 규제"

입력 2011. 5. 10. 11:09 수정 2011. 5. 1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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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계현기자]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을 대상으로 밤 12시부터 오전 6시까지 게임 이용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셧다운제는 이례적으로 본회의장에서 7명의 국회의원이 나서서 토론을 벌이는 등 찬반 양측의 시각이 극명히 갈리는 법이다.

찬성 측은 100만명에 가까운 중·고등학생이 게임중독 상태에 처해 있는 듯 그 폐해가 심각하며 수면권 확보를 위해서라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청소년의 게임중독이 우리나라 청소년이 처해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들의 결과일 뿐인데 게임을 '유해매체'로 몰아가면서 실효성도 낮다는 반대의 시각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청소년의 게임중독·과몰입 문제는 그 자체로 사회문제일까, 아니면 여러 사회문제가 반영된 결과일 뿐일까. 2004년부터 2008년까지 국가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최영희 여성가족위원장을 만나 청소년 게임중독의 문제를 짚어 봤다.

◆"청소년이 선망하는 게임업계, 책임지는 모습 보여줘야"

최영희 위원장은 지난 2009년 청소년 본인 또는 친권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에만 심야시간 게임이용을 제한하는 '선택적 셧다운제'를 발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영희 위원장은 자신의 '선택적 셧다운제' 발의안은 한 마디로 '우아한 법안'이었다고 표현했다.

"모든 법은 당시 사회가 처한 상황을 반영합니다. 지금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중·고등학생을 합쳐 100만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게임중독·과몰입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현상에서 출발하게 된 겁니다. 2만명~3만명 정도라면 지금 이 대처방법이 아닐 수도 있겠죠. 그러나 2005년부터 '강제적 셧다운제' 얘기가 나왔는데도 6, 7년동안 게임업계가 제대로 된 대안이나 보완책을 내놓은 적이 없습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바로 거기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최 위원장은 2010년 매출규모가 약 10조원에 달하는 게임업계의 지금과 같은 발전은 어느 정도 국민들에게 빚지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역설했다.

"정부가 국민의 세금으로 많은 돈을 쏟아부어서 광케이블을 설치했고 이러한 인프라가 갖춰진 덕분에 게임업계도 발전할 수 있었던 겁니다. 업체에서 지금과 같은 현상에 맞서 아이들을 보호할 의지나 표현을 조금이라도 보여줬다면 이 법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안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청년 실업자가 많은데 지금 어떤 사람이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려고 하겠습니까. 세상에 어딨어요. 가출한 애들도, 성매매했던 애들도 희망이 웹 디자이너, 프로그램 개발자 이런 식으로 다 IT업계에 종사하고 싶어해요. 그 정도로 꿈같은 업종이에요. 그런데 우리가 아무리 꿈 같은 걸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자동차 롤스로이스를 만들었어도 브레이크가 없다던지 공해를 유발하는 배기가스를 너무 많이 배출한다던가 하면 그건 못 팔아요."

최영희 위원장은 게임산업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특히 그는 셧다운제가 교육용게임 같은 기능성게임이 아니라 다중이 한꺼번에 접속하는 네트워킹 게임, 즉 장시간 이용자가 게임에 몰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을 규제하기 위한 제도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게임업체들이 MMORPG류의 온라인게임을 시장에 내놓을 때 '어떻게 하면 이용자들이 PC앞에 오래 앉아있을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고 들었습니다. 중독으로 가도 어쩔 수 없다는 거죠. 이젠 게임업체들도 '대박 상품'이 아니라 '좋은 상품'을 만들어야 해요."

◆"이미 부모선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 국가가 나서야"

게임업체에선 그동안 편부모·조손 가정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있는 아이들의 게임중독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근거를 들어 게임중독·과몰입의 문제는 부모의 지도가 훨씬 더 크게 작용하는 문제라고 항변해 왔다. 그러나 최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최영희 위원장은 "게임중독의 문제는 이미 부모가 관심을 가진다고 해서 해결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선을 그었다.

"부모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는 애들이라고 해서 절대 게임중독에 안 걸리는 거 아니에요. 부모가 최선을 다해서 자식을 위해서 희생하고 있다고 하더도 부모의 힘으로 안되는 일입니다. 부모들이 셧다운제를 찬성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예요."

그렇다면, 부모가 관심을 기울이는 정상적인 가정의 아이들조차도 게임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가 아이들에게 너무 각박하고 틀에 짜여져 있는 사회, 아이들을 한 곳에 몰아가고 있는 부분들이 있잖아요. 학원에 갔다가 밤 12시 넘어서 1시, 2시에 집에 들어오는데 이런 아이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겠어요. 여기에서 업계가 주장하는 행복추구권도 정당성을 얻을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정당성에 비해선 게임에 중독되는 아이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요."

"지금은 아이들이 유치원 때부터 게임을 접합니다. 중독 증세가 중학교 때 나타날지, 고등학교 때 나타날지 몰라요. 지금 현재 아이들이 겪고 있는 것보다 더 심한 증세가 더 나이가 어릴 때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거의 못하게 된다면 아이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까요."

이 부분은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측과 의견이 엇갈리는 지점이다. 최영희 위원장은 '게임중독을 부모로서도 어찌할 수 없는 질병'이란 전제 하에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측에서는 "게임 이용의 총량을 제한하거나 본인·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공급을 제한하는 등 여러가지 대안의 가능성이 있는데도 모든 게임을 시간으로 제한하는 것은 침해 최소성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부모와 자녀가 의견 조율을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여지도 주지 않은 채 개인의 사생활에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인 것이다.

◆"셧다운제, 전반적인 교육의 문제와도 연결돼"

최영희 위원장은 게임중독의 문제에 대해선 여전히 경계하면서도 우리 사회의 교육환경이 게임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동의했다. 그는 밤 10시 이후 학원 교습을 급지하는 심야 교습권 규제도 셧다운제와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국민들의 감정이나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밤 10시 이후에는 학원 수업을 안하는게 좋겠다'라고 생각을 해서 10시로 규정을 했어요. 근데 그 이후에 하는 것은 불법적으로 하는 거죠. 그렇게 규제를 해 놓으면 적어도 80%의 아이들이 심야 교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생활 문화를 바꾸고, 아이들의 청소년 문화도 바꿔나가야 하는 거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12시 이후에 활보하는 나라가 있나요. 이게 정상적인 나라인가요."

마지막으로 최영희 위원장은 아이들이 방과후 학교에서 영어·수학 보충수업을 하는 대신 운동도 하고, 공동체 프로그램도 하고, 함께 사는 지혜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넣자고 제안했다.

"모든 사람이 머리를 맞대도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거든요. 우리 사회 전반적인 문제가 다 교육과 연결이 돼 있고, 교육에서 실타래를 풀어야지만 해결되는 게 많아요. 근데 교육은 교육부 장관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국민 모두가 생각을 달리할 때만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입니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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