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형사립고, 또 다른 특목고로 변질

송현숙·정유진 기자 2011. 11. 2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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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육 강화' 취지 실패

자율형사립고(자사고)는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관련 핵심 공약인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에서 나왔다.

사립고교에 학생선발과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허용해주면 학교 간 선의의 경쟁이 일어나고 교육 수요자의 학교 선택권이 확대돼 공교육이 강화될 것이라는 논리에 의해 생겨났다. 정부가 교사 인건비 등을 지원하지 않아도 되므로 교육재정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도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과 달리 자사고는 새로운 유형의 특수목적고 혹은 귀족학교로 변질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자사고가 고교 평준화를 약화시킨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학생 선발 등에 일부 제한을 뒀다. 그러나 결국 자사고의 주요 수요층은 일반고보다 등록금을 최대 3배 더 많이 내더라도 대학입시에 최적화된 교육을 원하는 학부모들이었다. 자사고는 교육과정 자율권을 이용해 주요 입시과목인 국·영·수 수업시수를 확대했고, 선발 자율권을 이용해 내신 상위권 학생들을 뽑아갔다.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조사한 '2011년 고교 신입생 과목별 이수단위 현황'을 보면, 자사고 학생은 일반고 학생에 비해 주요 입시 과목인 국·영·수를 13~14단위(15.8%)씩 더 많이 듣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자사고가 우후죽순 늘어나면서 기존 일반고교는 학력 저하가 심화되고 저소득층 자녀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늘면서 '기피 학교'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자사고를 하나 만들면 우수학생이 자사고로 몰려 그 지역 일반고들이 황폐화되고, 고교선택제와 맞물려 선호·비선호 학교가 뚜렷해져 학교 배정 자체가 매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자사고 안에서도 양극화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강북 지역의 일부 학교는 학생을 뽑지 못해 존폐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일반고의 3배인 등록금 부담에 내신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서울 지역 26곳(하나고 제외) 가운데 13곳이 1차 모집에서 미달됐고, 추가신청까지 받았지만 10곳이 또다시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정부는 이달 초 자사고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전학 간 학생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도록 전·편입학 횟수 제한을 없애고, 입학전형 방법도 교육감 승인 없이 학교장 뜻대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에는 대규모 미달 사태를 빚은 학교들에게 운영비를 지원하는 '워크아웃 제도'도 도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서울의 한 일반고 교장은 "정부는 자체 재원으로 운영하는 자사고가 많이 생기면 그만큼 공교육 재원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자사고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말했다.

관리·감독도 부실하다. 학교법인은 입학금과 수업료의 5% 이상 금액을 매년 학교로 전입해야 하지만 이것 역시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형태 서울시 교육의원이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은 '자사고 법인전입금 현황'을 보면 지난 3월부터 9월까지 서울지역 27개 중 4개 학교는 재단전입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홍인기 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장은 "자사고 정책은 이미 실패했는데도 정권 차원에서 응급처방을 내려 겨우 연명하고 있다"면서 "교육적으로도 자사고는 고교 평준화를 깨뜨려 일반고의 슬럼화를 야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송현숙·정유진 기자 sogun77@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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