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족이 만든 '비리백화점'..무슨 일이 있었나

2012. 4. 2.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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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행수 기자]서울 금천구의 한 사립학교. 이 학교가 바로 교과부 장관(이주호)이 임용을 취소한 교사 중 한 명인 조연희 교사가 해직된 학교다. 조 교사는 학교 비리를 고발해 해직된 후 6년 만에 복직 통보를 받았다가 하루 만에 다시 해직되었다.

이 학교 졸업생으로 모교에 발령받은 조연희 교사는 급식비와 동창회비 등 모교의 사학비리가 인내의 수준을 넘는 것을 알고 이를 고발하기에 이른다. 그로 인해 결국 모교에서 해고당하는 처지가 된 조연희 교사. 그의 복직과 임용 취소가 문제가 되는 지금, 당시 그 학교가 어떤 상태였고, 사학비리가 어느 정도였는지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부에서 아들딸, 며느리에 사돈까지... 전형적 족벌사학

조연희 교사가 해직된 이 학교는 설립자 부부에서 두아들, 딸, 며느리, 사돈이 이사장, 교장, 행정실장, 교사, 급식담당까지 근무하면서 철저하게 족벌로 운영해 왔다.

ⓒ 김행수

이 사학법인은 설립자이자 초대 교장 김○○씨에 의해 1968년 설립된 이래로 중학교, 여고, 여상(뒤에 전산미디어고로 교명 변경)을 차례로 설립하고 1992년에는 유치원, 2000년에는 초등학교까지 설립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초대 이사장으로 1969년부터 2010년 7년 작고할 때까지 40년 가까이 중학교와 여고, 여상 등의 교장을 하였으며(중간에 이사장만 하기도 함), 그의 배우자 한○○씨도 남편을 대신해 이사장 또는 이사를 맡은 바 있다.

큰아들 김△△씨는 1994~2001년 여고 교장을 역임하였으며, 2004년부터 2010년까지는 초등학교 교장을 역임하다가 이후에는 유치원 원장을 맡은 바 있다.

둘째 아들인 김◇◇씨는 대학 교수를 하면서 이 학원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었다. 설립자가 2010년 노환으로 별세한 후 아버지를 이어서 이 학원의 중심학교인 여고 교장으로 부임했다. 당시 큰아들 김△△씨는 초등학교 교장이었다.

딸 김▲▲씨는 여고의 불어 교사로 임용된 후 다른 불어 교사들이 주당 22시간 수업을 하는데 본인만 어떤 업무도 맡지 않고 단 4시간 수업을 하기도 했다. 이후 여고 교사를 그만두고 유치원 원장으로 근무했는데, 최근에는 그의 오빠인 큰아들 김△△씨가 원장을 맡았다.

이 학교의 족벌운영은 이사장, 교장, 유치원장, 이사에서 그치지 않았다. 설립자의 며느리(장남의 배우자)인 한◇◇씨는 여상의 가정 교사로 임용돼 수업은 한 시간도 맡지 않고 식당에 파견근무 나가 급식 업무를 담당했다.

교사로 임용되어 급식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초유의 사건 주인공인 큰 며느리 한씨는 지금은 여고와 전산미디어고의 행정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 사학 비리 당시 전산미디어고 행정실장 김◆◆씨는 설립자의 사돈으로, 지금도 중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 중이다. 그러니까 이사장의 며느리와 사돈이 재단 산하 학교들의 행정을 총괄하고 있는 셈이다.

족벌사학은 필연적으로 비리 부른다? 사학비리의 백화점

동창회비, 급식비 등 비리 액수가 15억을 넘는다. 이런 엄청난 사학비리에도 불구하고 서울교육청은 이 학교에 임원 승인 취소를 하지 않았다. 당시 조연희 교사는 임시이사 파견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진행하기도 했다.

ⓒ 김행수

이 사학은 아버지와 어머니, 큰아들, 작은 아들, 딸에서부터 며느리와 사돈에 이르기까지 친인척들이 이사장과 교장, 이사, 행정실장은 물론이고 교사로 근무하고, 심지어 급식실까지도 장악해 학교를 철저히 족벌로 운영하고 있었다.

2003년 감사를 통해 밝혀진 이들 가족의 비리는 엄청난 규모였고, 그 내용도 입이 딱 벌어지는 수준이었다. 이 학교의 이사회는 사학법인협의회 회장과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의 부친, 전직 국회의원 등 가히 대한민국 최강 이사회라 할 만큼 쟁쟁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설립자인 김○○씨는 이사장과 교장을 하면서 수십억 원의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였다. 당시 학교급식법과 사립학교법 등에 의하여 학생들에게 급식시설비를 부과할 수 없고 감가상각이 금지되어 있었음에도 학교는 이 부담을 학생들에게 떠넘겨서 급식비를 비싸게 받고 있었다.

이렇게 하여 학생들에게 추가로 받아 남긴 급식비가 5억 원에 이른다. 이뿐 아니라 급식업체에게서도 불법으로 기부체납을 받은 돈이 4억6000만 원에 이르러 급식 관련 비리 액수만 무려 10억 원에 가깝다(9억6200만 원). 학생들의 급식 질이 좋을 리가 없었다.

이런 급식비리가 가능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이사장과 교장을 부모와 자식이 맡고 있을 뿐 아니라 교사로 채용된 며느리가 수업 대신 급식실 업무를 하고, 사돈이 행정실장으로 근무했기 때문이었음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동창회비 횡령은 황당함 그 자체다. 이 학교는 1969년 설립 이후 당시까지 동창회가 구성되지 않았다. 그 흔한 동창회장 상도 없었고, 동창회 장학금도 없었다. 그런데 우습게도 학교는 학생들에게 꼬박꼬박 동창회비를 걷고 있었다. 그 유명한 '유령동창회' 사건이다.

있지도 않은 동창회를 빙자하여 학생들에게 받은 돈으로 5000만 원이 넘는 콘도를 구입하고 교사들 선물비에 쓰기도 했다. 이렇게 불법적으로 학생들에게 받은 동창회비가 3억 원에 이른다.

실소를 금할 수 없는 것은 이사장 부자가 개인적으로 타고 다닌 차량 유지비와 세금 등도 학교 돈으로 지출한 것이다. 이렇게 이사장과 교장 부자가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기름값, 세금 등에 지출한 학교 돈이 밝혀진 것만 2000만 원을 훨씬 넘는다.

학생들의 등록금과 국민의 혈세가 주된 금원인 학교회계는 사립학교법에 의하여 엄격하게 용도가 제한되어 있어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으로 횡령이다.

'봐주기 감사' 비난 속에 밝혀진 비리만 15억 원 규모

2005년 12월 9일. 세계 반부패의 날에 제5회 투명사회상을 수상한 조연희 교사. 가운데 상패를 들고 있는 교사가 이번에 하루만에 복직 취소된 조연희 교사이다.

ⓒ 안옥수

교비 횡령은 이외에도 여러 곳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이 학교는 국유토지를 무단 점거하여 사용하고 있었는데 당연히 그 부담은 법인 몫이다. 그런데 국유지 무상 사용 변상금과 변호사비 6000만 원을 학교 돈으로 지출하였다.

더 웃기는 것은 이 학교를 다니던 한 학생이 집단따돌림을 당하여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면서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그 변호사 비용까지 학생들 등록금으로 지출한 것이다. 학교법인의 소송비용을 학교회계에서 지출하는 것도 명백한 사립학교법 위반 횡령이다.

비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설립자의 아내인 한○○씨는 비상임 이사였다. 비상임 이사는 정액 보수 지급이 금지되어 있는데, 월정액으로 3300만 원을 불법으로 받아가다 적발되었다.

또한, 학교식당 건물에 불법으로 자신 명의의 건물을 짓고 이를 문방구로 임대하면서 학교회계로 편입하여야 하는 임대료 5000만 원을 개인적으로 착복하기도 했다.

교사로 채용한 며느리와 딸의 근무 현황을 보면 이 학교가 어떤 상태였는지 알 수 있다. 이 사학법인은 며느리(첫째 아들의 배우자)인 한◇◇씨를 교사(가정 담당)로 채용한 후 수업은 시키지 않고 학생식당으로 파견 근무를 보내는 코미디 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

학생 식당은 파견 대상도 아니며, 교사를 식당에서 급식 담당을 시키는 것도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동안 한씨는 '가정' 수업을 단 한 시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사가 수업도 없고, 학생들은 그런 교사가 있는지도 모르는, 그 유명한 '유령교사' 사건이다. 그 유령교사 한씨는 지금은 행정실장이 되어 있다.

황당하기는 딸도 마찬가지였다. 설립자 딸 김▲▲씨를 여고 불어 교사로 임용한 후 모든 교사들이 다 맡고 있는 업무를 부여하지도 않았다. 또, 다른 불어 교사들에게는 주당 22시간 수업을 배정하면서 딸에게는 4시간만 배정했다. 곧 그녀는 고등학교 불어교사를 그만두고 이 사학법인이 운영하는 유치원 원장이 되었다.

이렇게 설립자의 가족이 철저히 족벌운영을 하다보니 백화점식 사학비리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3년 당시 봐주기라는 비난 속에도 서울교육청의 특별감사로 밝혀진 비리의 규모만 15억 원이 넘는다.

중징계 대상 교장은 이사장 되고 비리고발 교사들만 해고

우리 교육사상 최초로 교과부 장관이 임용취소한 조연희 교사 등이 자신을 해고한 학교 앞에서 교과부까지 행진을 하기에 앞서 사진을 찍고 있다. 조 교사는 2003년에도 이 길을 따라 서울교육청까지 특별감사를 요구하면서 걸었고, 그 결과 동창회비, 급식비리 등 15억 원의 비리가 밝혀졌다.

ⓒ 김행수

학교 측은 교육청의 감사 처분이 부당하다고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는데 2009년 대법원은 감사 처분이 정당하다면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 서울교육청의 손을 들어주었다.

당시 서울교육청은 이렇게 엄청난 비리가 밝혀졌음에도 이사승인 취소를 하지 않았다. 당시 교육계로부터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강한 비판에 직면했다. 그리고 곧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당시 감사 처분 결과 설립자인 아버지는 파면 해임에 해당하는 중징계 대상이었는데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았다. 왜냐하면 비리 중 상당수가 징계 시효 2년을 지났다는 것이고, 더 황당한 이유는 그가 당시 교장에서 퇴임하여 이사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현직 교사에 대해서는 교육청이 징계요구를 할 수 있지만 퇴임 교사에게는 징계요구권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이렇게 중징계 대상인 김 이사장(비리 당시 교장)의 징계는 '불문'에 부쳐졌다. 비리를 저지른 교장이 더 높은 이사장으로 갔는데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그가 교장으로 근무하다가 교육청의 중징계 요구에 물러났다면 이사가 될 수 없다. 그런데 그는 미리 교장에서 물러나 이사장으로 가면서 징계 요구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리고 이사장 직위를 이용하여 비리 고발 교사들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이들을 해고한다.

중징계 대상이었던 교장은 이사장이 되면서 아무런 징계를 받지 않고, 비리를 고발한 조연희 교사만 보복 해고를 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빗발 치는 교육계의 임원취임 승인 취소 요구에도 불구하고 서울교육청은 끝까지 이사 승인을 취소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감사 민원을 학교 측에 그대로 갖다주어서 교사들의 신분을 노출시켜 징계의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했다. 조연희 교사는 이에 항의하여 서울교육청 정문에서 수십 일간 단식을 진행했으나 서울교육청은 움직이지 않았다.

상황이 이랬으니 사학비리척결과 사학개혁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이 학교의 족벌운영과 사학비리는 크게 사회문제가 되어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에 의해 추진된 사립학교법 개정의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와 나경원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은 극렬하게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어머니 이사장에 형제 교장 하려다 좌절

걷기대회 중인 조연희 교사

ⓒ 박은선

이 학교에도 최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40년 가깝게 교장과 이사장을 하던 설립자 김○○씨가 2010년 별세했다. 사망 당시 그는 서울교육청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 교장이었다.

당시 그의 배우자 한○○씨가 이사장이었는데, 개정된 사학법에 의하여 이사장의 친인척 또는 배우자가 교장을 하려면 관할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 학교는 승인을 받지 않은 것이다. 설립자 교장의 사망 이후 둘째 아들 김◇◇씨가 교장으로 부임했다. 큰아들 김△△씨도 이미 초등학교 교장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교장으로 부임한 둘째 아들 김◇◇씨의 배우자가 그 학교의 행정실장으로 왔다.

그런데 이들의 족벌운영에 장애물이 등장했다. 사학비리 척결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불법 친인척 교장들에 대해서 해임을 요구하였고, 나아가 이들 교장에게 국민 세금으로 지급되었던 임금을 모두 환수하도록 한 것이다.

이 학교 교장도 임금을 고스란히 토해내야 할 처지가 되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2011년 7월 곽노현 교육감의 손을 들어 부당하게 지급된 임금 환수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학교는 이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했지만 항소심 역시 같은 결정이 나왔다.

곽노현 교육감은 임금 환수에서 그치지 않고 친인척 교장을 한 학교법인당 1명밖에 할 수 없도록 하는 족벌운영 제한 규정을 만들어 버렸다. 서울교육청이 이 규정에 근거해 큰아들인 초등학교 교장 김△△씨의 중임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이 학교는 2명의 친인척 교장을 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이 부당하며, 교장 임명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무효라면서 서울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3월 8일 서울행정법원은 이 소송에서도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려 곽노현 교육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제 조연희 교사의 해직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이 학교에서 직접 절차를 거쳐 복직시키든지, 아니면 서울교육청 특별채용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그것은 이 학교가 새로운 교육의 요람으로 거듭나는 상징적 조치가 될 것이다.

< 덧붙이는 글 > < 교육희망 > 에도 송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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