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카시즘' 협력 美 잡지, 65년만에 "사과합니다"

유현진기자 2012. 11. 2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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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리포터' 창립자 아들 "1947년 진보파 배우·감독 등 블랙리스트 정부 제공 사죄"

미국에서 매카시즘 광풍이 불던 1940년대, 정부에 협조해 영화인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던 잡지사가 65년 만에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20일 가디언에 따르면 윌리 윌커슨(61) 영화산업 잡지 '더 할리우드 리포터' 사장이 이 잡지의 창립자인 자신의 아버지 빌리 윌커슨이 매카시즘 당시 할리우드의 공산주의자 명단을 작성했던 과오에 대해 사과했다. 매카시즘은 2차 세계대전 이후 1940년대 말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를 색출했던 광풍을 일컫는 것으로, 이를 주도한 조지프 매카시 공화당 상원 의원의 이름을 딴 것이다.

윌커슨은 지면을 통해 "블랙리스트가 만들어진 지 65주년을 맞아 사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면서 "나의 가족을 대신해 이 불우한 사고로 인해 희생당한 이들에게 진실한 사과와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빌리 윌커슨은 1920년대 영화사를 설립하려 했지만, 할리우드를 지배하는 대형 영화사들로 인해 좌절돼 강한 반감을 갖게 됐다. 그는 1930년 '더 할리우드 리포터'를 창간한 후, 1947년 대형 영화사들에 복수하기 위해 진보주의 성향의 작가, 감독, 배우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넣는 명단을 작성해 정부에 넘겼다.

그는 당시를 "할리우드판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시대"라고 표현하면서 "명단에 오른 이들은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일자리를 뺏기는 등 역사의 희생양이 됐다"고 밝혔다.

1947년 미 의회는 의회반미활동위원회(HUAC)를 설립해 사회 전반에서 공산주의자들을 색출했다. 할리우드 영화계 인사 수십 명도 공산주의자로 몰려 일자리를 잃었고, 청문회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10명은 감옥에 수감됐다. 유명 배우 존 가필드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후유증으로 39세에 요절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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