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장 퇴선명령 있었다'..살인 고의 인정 안한 결정적 근거

2014. 11. 11.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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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세월호 선원들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선장 등에게 살인죄를 물을 수 있느냐였다. 이준석 선장, 강원식 1등항해사, 김영호 2등항해사, 박기호 기관장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부작위) 승객들을 살해하거나, 생존자들을 살해할 뻔했다는 게 검찰의 기소 내용이다.

해경에 구조요청 등 사실 들어유기치사상죄만 유죄 인정피 흘리며 쓰러진 조리사 2명보고도 그냥 나온 기관장은살인의 '미필적고의'로 인정

■ '퇴선명령 있었다'가 판단 갈라

세월호 승객들 사망에 직접적 책임을 물으려고 적용된 혐의는 살인·살인미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도주선박, 유기치사상이다. 세 죄목의 법정형량은 각각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 '3년 이상 징역'이다.

1심 재판부는 셋 중 죄책이 가장 가벼운 유기치사상죄만 유죄로 인정했다. 계약상 구호 책임이 있는데도 승객들을 내버려둬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선원 15명 모두에게 이 죄를 인정하면서 "퇴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승객들의 생명·신체에 위험이 발행한다고 인식했으면서도 필요한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선실에 대기하라는 방송을 반복하며 자신들만 배를 버린 것은 승객들을 유기한 행위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살인·살인미수죄는 "자신들의 행위로 피해자들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한 것을 넘어서 이를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미필적 고의)까지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 판단을 내렸다. 거칠게 표현하면,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예견하고도 승객들을 방치한 것에 유기치사죄를 물을 수는 있어도, '죽어도 좋다'는 식의 태도와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선원들이 해경에 구조요청을 한 것과 함께, '퇴선명령은 없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퇴선명령이 있었다고 본 게 결정적이다. 이 선장은 수사 때는 퇴선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가 재판에서는 "검찰에서는 죄책감으로 자포자기한 상태로 진술했다", "'나 혼자 살아야겠다. 승객을 다 죽여야겠다'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며 말을 바꿨다. 그가 퇴선명령을 내렸는지에 관해서는 선원들마다 그 여부와 시간, 경로에 대해 진술이 중구난방으로 엇갈렸다. 하지만 재판부는 퇴선방송 지시를 받았다는 선원의 진술, 오전 9시37분께 "탈출할 수 있는 사람들만 탈출을 시도하라고 일단은 방송했다"고 한 세월호와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교신 내용을 근거로 퇴선명령이 있었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결과적으로 퇴선방송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특가법의 도주선박죄를 최초로 적용하려고 했지만, 재판부는 다른 선박을 파손하고 달아난 선박이 아니라 스스로 침몰한 선박의 선장 등에게는 이 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박기호 기관장에게는 살인 혐의를 일부 유죄로 인정해 이 선장 다음으로 무거운 형량인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세월호 3층이 침수 직전인 상황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등 이동이 불가능했던 조리사 2명을 구조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방치하고 퇴선한 뒤 해경에도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경우에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는 판단인데, 항소심에서는 승객들을 방치한 것과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지에 대한 논란이 일 수도 있다.

■ 선장에게 징역 36년 선고 이유는?

이 선장의 경우 나이(69)를 고려하면 징역 36년은 사실상 종신형이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 유족들은 실망감을 나타냈지만, 법원은 300여명의 사망 책임에 대한 세 가지 혐의 중 가장 가벼운 죄목만 인정하면서도 사건의 '무게' 때문에 그에게 중형을 선고했다고 볼 수도 있다.

재판부는 한 죄에 대한 유기징역의 상한은 30년이기 때문에 유기치사상죄에 대해 일단 징역 30년을 설정했다. 여러 죄가 인정되면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에 2분의 1을 더할 수 있어, 얼핏 징역 45년까지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개별 죄목들의 형량을 더한 것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는 없다. 이 선장의 경우 함께 유죄가 인정된 업무상 과실 선박매몰죄와 해양환경관리법 위반죄의 법정 최고 형량이 각각 징역 3년이라, 이 두 죄의 최고 형량까지 더한 결과가 징역 36년이다. 재판부는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형을 가중했지만, 개별 죄를 더한 형량을 넘을 수 없다는 법적 근거 때문에 36년을 선고했다"고 설명했다.

노현웅 기자, 광주/정대하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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