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교사는 수저 나중에 들고 식사 후 선배 나가면 일어서라' 서울사대부초 황당한 교사 군기잡기·서열 문화

이혜리 기자 2015. 5. 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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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 "교육 차원일 뿐.. 잘못된 점 개선할 것"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부설초등학교(서울사대부초)가 교사들에게 교장·교감 등 윗사람을 모시는 식사·음주 예절을 가르치고, 기수와 나이 순서대로 자리를 배치하는 등의 시대착오적 관행을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8일 서울사대부초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학교는 교사의 경력에 관계없이 전입 순서대로 교사들에게 기수를 부여한다. 또 선배 교사는 새로 들어온 후배 교사에게 식사예절과 음주예절 등을 가르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식사예절은 "(후배 교사들은) 식당에 10~20분 먼저 도착해서 물, 수저 등 식사준비를 한 뒤 기다려야 한다", "교장, 교감 선생님과 선배 교사들이 도착하면 후배 교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하고 모두 자리에 앉은 뒤 착석한다"는 식이다. "선배 교사들이 먼저 수저를 든 뒤 후배 교사들이 식사를 시작하며 식사 중 선배 교사들의 건배사나 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식사가 끝났다고 먼저 일어나지 않으며 식사 후에는 교장, 교감 선생님, 선배 교사들을 뒤따라 나간다"는 내용도 있다.

음주예절도 까다롭다. "술자리에서 윗사람부터 앉은 다음 차례대로 앉는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술을 권할 수 없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에게 질문을 할 수 없고 질문 받는 것에만 답한다"는 등이다.

지시나 보고는 기수의 최연장자인 기장을 통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는 2012년 학부모의 직업 등 학생의 가정환경 조사를 폐지토록 했지만 서울사대부초는 '학생일람표'를 만들어 여전히 학부모의 직업과 직위를 조사하고 있다. 아동 교육에 필요하다는 이유지만 조손가정이나 저소득층 학생은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 학부모들이 교실 냉장고에 주기적으로 커피나 음료수 등을 채워넣는다는 증언도 있다. 교육부는 서울사대부초가 학부모로부터 불법 찬조금을 받은 일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 학교 황모 교장은 "교사들끼리 전통적으로 하는 기수 문화이고, 새로 오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 차원"이라며 "개선해야 할 부분은 개선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교장은 "(학생일람표에 대해서는) 담임교사에 따라서 지도상 정보가 필요해서 하는 경우가 있을 수는 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정보 문제 때문에 함부로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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