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본 은행 서울지점, 한국인 여직원 '성추행' 얼룩

입력 2015. 9. 22. 02:50 수정 2015. 9. 2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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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울 출장 온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직원

환영 회식때 한국인 여직원 앉혀 술시중

귀갓길 택시에서 성추행까지…검찰 수사

고용부 소극적 조사…인권위는 뒷짐

자산 규모 세계 10위권인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에서 한국인 여직원을 본사에서 출장 나온 일본 직원 옆에 앉혀 술시중을 들게 하는 등의 성차별적 문화가 드러나 말썽이 일고 있다. 그 와중에 성추행 사건까지 벌어져 검찰 수사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1일 이 은행 전·현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울지점에선 한 달에 두세 차례 본사에서 온 출장자를 위해 회식을 여는데 남성 출장자의 양옆에 한국인 여직원을 앉혀 술시중을 들게 한다. 직원 ㄱ씨는 "출장자 양옆에는 항상 젊고 예쁜 여직원을 앉혔다. 일본은 첨잔이 예의라 술잔이 비지 않게 시중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직원 ㄴ씨는 "옆에 앉힐 여직원을 미리 정해 자리배치표를 만든 적도 있다"고 했고, "회식과 관계없는 부서 여직원을 데려가 옆에 앉히는 경우도 있었다"(직원 ㄷ씨)는 증언도 나왔다.

회식 이외 자리에서의 성희롱도 심각하다는 주장이 있다. ㄱ씨는 "고위 임원이 술에 취해 여직원을 바라보면서 영어로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본 적도 있다. 이 정도 농담은 흔하다"고 했다.

몇 개월 전엔 성추행 사건까지 일어났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기선)는 지난 4월9일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택시에서 부하 여직원 ㄹ씨를 성추행한 혐의(강제추행치상)로 일본인 ㅇ(33)씨를 입건해 조사중이다. ㅇ씨는 "한번만 안아봐도 되겠냐"며 ㄹ씨를 껴안고 허벅지 밑으로 손을 집어넣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결혼 6개월 신혼이던 ㄹ씨는 그 충격으로 30일 가까이 입원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ㄹ씨는 "ㅇ씨는 평소 여직원들에게 '얼굴이 예쁘니 유흥업소에서 일하면 인기가 많을 거다', '남자 경험이 없으면 옆 부서 사람과 자봐라'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ㅇ씨는 5월께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에서 사건을 넘겨받았다. 양쪽 주장이 다른 부분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ㄹ씨의 의료기록 등을 제출받아 정신과 치료를 받은 것을 '상해'로 볼 수 있는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 전·현직 직원들은 "(성추행 사건 등의) 배경엔 '파와하라'라는 일본 직장문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파와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의 합성어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고함을 치고 여러 명 앞에서 창피를 주는 상명하복식 문화 때문에 부당한 대우에 항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가기관은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ㄹ씨는 4월 고용노동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자신의 성추행 사건과 함께 성차별 문화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김아무개 감독관은 5월에 ㄹ씨를 조사하며 "지난해 (다른 회사의) 어린 여직원 두 명을 (성희롱 사건으로) 조사했다"며 "(회사 쪽에서) 충분한 여행경비를 해가지고 그렇게 (합의를) 진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관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합의하라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건 사례를 말한 것뿐"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6개월 가까이 조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사건을 맡은 최아무개 조사관은 "수사중인 사건은 인권위가 조사할 수 없다. 수사중인 사건 외에 ㄹ씨가 피해를 주장하는 성희롱 사건은 조사를 나갈 수 있지만 바빠서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은 검찰이 수사중이라 답변하기 어렵다. 다른 문제들은 고용노동부에서 조사가 있었고 관련 공문이 온 상태지만 해당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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