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문10답 뉴스 깊이보기>10년간 100조 퍼부었는데 임신을 왜 안할까..

이용권기자 2015. 10. 2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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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는 결혼·주택·고용 구조적 문제 맞춤형 지원

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우리나라는 저출산과 고령화로 2020년이면 생산인구가 큰 폭으로 감소하기 시작하는 초고령화시대로 접어든다. 일할 사람은 없고, 노년층만 많아지는 인구절벽에 돌입하게 되면 국가적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 정부는 앞으로 5년을 준비하는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시안을 지난 19일 내놨다. 지난 2월 박근혜정부의 첫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개최 이후 약 8개월 동안 100여 명의 각계 전문가와 20개 관계부처가 총동원돼 90여 차례 회의를 거쳐서 나온 대책이다. 고심 끝에 만들어낸 대책이지만, 실효성 논란이 여전하다. 그동안 정부가 추진했지만 실패했던 1, 2차 대책과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어떤 대책이 나왔고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봤다.

1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이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서 저출산 및 인구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5년 단위로 마련하는 중장기 대책이다. 먼저 대책을 만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부터 살펴보는 것이 이해가 쉽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3년 10월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종합대책을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기획단 내에 구성된 인구고령사회대책팀이 그 출발이다. 이어 2004년 2월 9일 대통령 자문 '고령화 및 미래사회위원회'로 개편됐고, 2005년 6월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이 제정됨에 따라, 같은 해 9월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족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이명박정부 출범 직후인 2008년 4월 18일 대통령 직속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으로 조정됐다가, 박근혜정부 들어 다시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됐다. 위원회는 위원장(대통령)을 포함한 25인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되며, 현재 관계부처 장관 14명과 민간위원 9명 등이 참여하고 있다.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2006년에 발표됐으며,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2010년에 완성됐다. 이번 제3차 기본계획은 2016년부터 2020년에 맞춘 정책이다.

2 1·2차 기본계획 실패 요인

정부는 제1차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2차 대책 기간까지 10년 동안 약 10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을 반등시키지 못했다. 올해 2월 3차 계획 수립과정에서 분석된 바로는 시대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보육과 출산, 지원 프로그램 등 현상적 문제에만 대처한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또 백화점식 대책으로 정책목표가 뚜렷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받았으며, 해외 대책을 벤치마킹하면서 규제와 제도를 신설하는 데만 그쳤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또 저출산 대책에 골몰하면서 고령사회 대책부문에서는 소극적으로 일관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3 3차 저출산고령사회 주요 내용

정부는 이번 3차 기본계획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저출산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 맞춤형 정책을 펼치겠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내놓은 것이 만혼(晩婚)·비혼(非婚) 등 결혼문제, 고용·주거·교육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따라 3차 계획에서는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 신혼부부가 주택 마련의 어려움 때문에 결혼·출산을 기피하지 않도록 주거지원을 대폭 강화키로 했다. 전세임대주택 지원 기준을 완화하고,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은 현실에 맞도록 대출금액을 상향한다. 현재 신혼부부에게 부여하는 임대주택 입주 우선순위를 예비부부까지 확대한다. 만혼 추세를 완화하기 위해 전세임대 입주자 선정 시 나이가 어릴수록 가점을 부여하고, 국민임대주택의 경우에도 자녀 수가 동일한 경우, 부모 평균연령이 낮을수록 가점을 부여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또 임신과 출산에 드는 본인부담비용을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없애고, 아빠의 육아휴직 인센티브를 확대하며, 육아휴직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고령사회 대책을 위해서는 60세 이상 정년제 안착을 추진하고, 현행 65세로 통용되는 고령자 기준을 재정립하는 연구도 수행키로 했다. 고령자 대상 전세임대제도를 신설하고, 고령 운전자 안전관리 대책도 마련한다.

4 대책이 나오게 된 배경은

먼저 저출산 대책에서 정부가 만혼과 비혼 추세에 주목한 점은 현재의 출산형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전체 출산율과 기혼자 출산율을 비교해 보면, 25세부터 39세까지의 미혼자 비율은 2001년 22%에서 2005년 38%, 2010년 41% 등으로 늘었다. 또 여성의 결혼시기에 따른 평균 자녀 수는 25세 미만은 2.03명인데 반해 35세 이상은 0.84명에 그쳤다. 즉 결혼을 빨리하면 자녀를 많이 낳지만, 늦게 결혼할 경우 자녀의 수가 채 1명이 되지 않는 것이다. 또 고용과 주거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빨리 취업해야 만혼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많은 청년이 결혼비용 부담으로 결혼을 포기하거나 늦추고 있으며, 특히 주택마련 비용은 가장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81.8%가 신혼주택비용을 가장 큰 부담으로 인식했다.

5 저출산 고령화 얼마나 심각한가

우리나라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 수)은 1.21명으로, 2011년부터 15년간 초저출산(합계출산율 1.3명 미만)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전 세계 190여 개국 중 홍콩(1.20명)과 마카오(1.19명)를 제외하고 가장 낮다. 또 2000년 진입했던 고령화사회(인구 중 65세 이상 비중 7% 이상)가 26년 만인 오는 2026년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이상)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일본이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데 36년이 소요된 것과 비교해 10년이 빠르다. 이처럼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가 진행될 경우 노동력의 노쇠화와 생산성 저하, 노동인구 감소 등으로 심각한 경제위기가 예상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7년 생산인구 감소 시작, 2018년 고령사회 전환, 2020년 베이비부머 노인세대 진입 등이 이어지는 3차 기본계획 기간이 인구위기 대응의 마지막 골든타임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6 노인 연령 기준 상향 논의는

이번에 발표된 3차 기본계획에는 현재 65세로 통용되는 노인 연령의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70세 정도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노인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들을 부양해야 하는 생산가능세대와의 갈등을 비롯해 사회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전체 인구의 7.2%였던 노인 인구는 올해 13.1%로 늘었고, 2030년이면 24.3%에 달할 전망이다. 고령화 시대로 접어드는 추세와 관련 대한노인회는 이미 지난 5월 '국가와 후세대의 부담을 덜어주는 차원'에서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적지 않다. 노인연령 기준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서는 현재 65세인 기초연금 수급 시기와 60세인 정년 연령도 조정이 불가피해진다. 그러나 정년 60세가 아직 안착되지 않았고, 65세 이상 노인빈곤율이 49.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노인의 삶의 질을 더욱 하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노인복지를 포함한 사회 전반의 사회시스템과 정합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구를 실시하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중심으로 사회적 합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7 전문가들의 평가는

지난 19일 열린 3차 기본계획 공청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저출산 대책의 한계성을 지적했다. 강혜련 이화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고용·교육·보육 등 4가지 정책 방향을 제시했지만 부처마다 중요시하는 부분이 달라 전체적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될지 의문"이라며 "각 부처의 제도 나열보다는 시행주체를 명시하고 핵심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한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혼부부와 청년층 임대주택 확대, 어린 신혼부부 우대정책 등은 현재 수혜를 받고 있는 저소득 주거취약계층의 소외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며 "저출산 문제는 전 소득계층에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 계층을 탈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부장은 "2차 계획 때와 큰 틀에서 변화는 없어 보인다"며 "임신과 출산에 대한 언급이 많은데 이 부담을 줄이는 것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8 고령화 정책의 문제점은

복지 예산의 조달방법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이날 공청회에서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복지정책은 정부의 지출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민간 및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필요한데 현재 정책은 정부 중심인 데다, 예산 조달방법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며 "노동환경을 고령사회에 맞춰 혁신하고, 기업 복지를 늘리는 등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보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기정 부장은 "정년 연장을 통해 국민연금수급제를 일치시키는 것은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현재 임금체계를 감안할 때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능력 있는 사람이 오래 일할 수 있도록 노동구조를 개혁한 뒤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출산과 고령화를 따로 떼서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김용환 대한노인회 사무총장은 "저출산과 고령화는 인구문제라는 점만 제외하면 공통점이 전혀 없다"며 "저출산과 고령화를 따로 떼서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9 새롭게 추진되는 대책은

새누리당과 정부는 지난 21일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관련 당정협의에서 직업전선에 뛰어드는 입직 연령을 낮추기 위해 초·중등학교 입학을 2년가량 앞당기는 학제 개편을 검토키로 했다. 현재 만 6세인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낮추거나, 현행 '6(초등학교)'-3(중학교)-3(고등학교)-4(대학교)'의 학제도 개편될 가능성이 있다. 청년들의 입직 연령이 높아지는 것을 만혼과 저출산의 원인으로 보고, 빨리 학제를 마쳐 취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또 건강보험을 통해 산전·산후 휴가자 및 육아휴직자에게 평상시 소득의 80%를 보전해주는 스웨덴식 부모보험을 한국에 도입하는 방안도 추가로 검토되고 있다.

10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나

정부는 지난 19일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비롯해 각 계에서 접수되는 제안 등을 검토하고, 부처 간 협의에서 추가 발굴된 과제 등을 반영해 3차 기본계획을 보완할 예정이다. 이후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11월 중 3차 기본계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간사인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청회에서 "저출산 추세의 반전은 인식의 변화와 행태가 바뀌어야 하는 장기적 과제"라며 "단기적 과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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