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업, 방사성물질 제거 작업에 베트남 실습생 투입

윤지연,최유경 입력 2019. 9. 23. 21:40 수정 2019. 9. 2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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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지역의 방사능 오염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에 외국인이 불법으로 투입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기술을 배우며 일하려 간 베트남 청년들은 영문도 모른채 피폭 피해를 입었습니다.

KBS가 이 문제를 이틀에 걸쳐 집중보도합니다.

베트남과 일본 현지에서 윤지연, 최유경 기자가 이어서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KBS 취재진이 베트남 경제중심지 호찌민을 찾았습니다.

기술을 배우며 일을 하는 '기능실습생' 자격으로 일본에 갔다 피폭 피해를 입은 곤 씨를 만나기 위해섭니다.

수소문 끝에 만난 곤 씨에게 당시 사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곤/후쿠시마 피폭 노동자/베트남 : "처음에는 몰랐습니다. (제가 치우는) 쓰레기 더미가 방사성물질이라는 걸, 그게 건강에 나쁜 지도요."]

철근 시공 같은 전문 기술을 배우러 갔지만 정작 한 일은 고리야마 같은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 오염 주택 철거와 청소.

제염 작업자들이 받을 수 있는 특수근무 수당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회사로부터 후쿠시마 원전과의 최접경지, 나미에 마을로 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곤/후쿠시마 피폭 노동자/베트남 : "너무 무서워서 안 간다고 했지만, 강제로 가라고 했습니다. 안 가면 베트남으로 돌려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곤 씨는 비자 연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나미에로 향했습니다.

나미에에서 일을 한 지 2달쯤 지나 방광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았습니다.

[곤/후쿠시마 피폭 노동자/베트남 : "병 이름은 몰랐습니다. 일본어로 적어 놓았으니까요."]

결과는 내부 피폭 진단.

3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 곤 씨에게 남은 건 우리 돈 몇 백만 원의 현금과 피폭으로 인한 끊임없는 불안감입니다.

[곤/후쿠시마 피폭 노동자/베트남 : "지금도 계속 건강을 걱정하고 있어요. 홀몸이지만 결혼하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혹시라도 결혼한 뒤에 아기에게 이상이 생기면 어떡하나 해서요."]

원자력 발전소가 없는 베트남에서 피폭 노동자로 살아야 하는 곤 씨.

같은 피해를 입은 동료 2명과 함께 자신들을 고용했던 일본 기업을 상대로 이달 초, 소송을 시작했습니다.

[곤/후쿠시마 피폭 노동자/베트남 : "만약에 미리 알았다면 우리는 당연히 안 갔습니다. 선진국인 일본에 가서 전문 기술을 배우려고 했던 것이니까요."]

호찌민에서 KBS 뉴스 윤지연입니다.

▼ “피폭 숨긴 업체, 방치한 정부”…힘겨운 싸움 시작

제가 서 있는 이곳은 후쿠시마 사고 원전으로부터 10km 떨어진 나미에 마을입니다.

앞서 보신 베트남 기능실습생들이 피폭될 당시 일했던 곳인데요.

지금 제 뒤로는 보시는 것처럼 제염작업을 마친 흙이 쌓여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서는 지금도 방사능 수치가 기준치의 6배 넘게 치솟습니다.

이 곳에서 외국인 실습생들은 지난해까지 길게는 2년 동안 별다른 안전 조치나 장구도 없이 일했습니다.

방사능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겁니다.

이들을 고용한 건설사를 찾아갔습니다.

곳곳에 철근이 쌓여있고 산업 기계를 제작한다는 설명이 적혀 있는데, 제염 작업에 대해 묻자 대답을 피합니다.

[○○○ 건설회사 관계자 : "(원래 제염 작업을 하는 회사인가요? (간판에) 건설기계 설계라고 적혀 있는데 회사 내용이 좀 다르네요.) 죄송해요. 일이 있어서 들어갈게요."]

회사 측은 실습생들의 피폭량을 조사하고도 당사자들에게 이를 숨겼습니다.

실습생들 스스로 뒤늦게 피폭 사실을 밝혀낸 겁니다.

하지만 회사는 사과도, 보상도 끝내 하지 않았습니다.

피폭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가액은 1,230만 엔, 우리 돈 1억 3천여만 원.

[나카무라 유스케/외국인노동자변호단 : "제염작업이 기능 실습 계획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명백하고요. 작업 과정에서 그들의 안전을 철저하게 지킬 수 없고 그런 노동환경도 전혀 아니죠."]

기능실습생 제도를 안이하게 운영해 온 일본 정부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외국인 실습생들이 방사능 제염과 같은 고위험 작업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제염 작업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외면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사사키 시로/전통일노조 서기장 : "이 제도는 기능 실습이라는 허울 아래 실제로는 저임금 노동을 매매하는 제도입니다. 일본 사회가 그런 상황을 고의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똑똑히 직시해야 합니다."]

개발도상국에 기술을 이전해 국제 사회에 공헌하겠다는 일본의 기능실습생 제도.

하지만 자국인이 꺼려하는 위험한 방사능 오염 제거 작업에 아시아 노동자를 투입해 위험을 외주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일본 후쿠시마에서 KBS 뉴스 최유경입니다.

윤지연 기자 (aeon@kbs.co.kr)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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