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안에 동료들 있는 것 알면서도, 탈출구 닫았다

정준호 기자 2019. 8. 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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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빗물배수시설 공사장 사고는 경찰 조사가 진행될수록 어처구니없는 당시 상황들이 계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공사 관계자들은 당시 희생자들이 터널 내부에 있는 걸 알면서도 탈출구였던 문을 닫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준호 기자입니다.

<기자>

협력업체 직원 두 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7시 10분쯤 점검차 신월 빗물배수시설 터널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이후 30분 뒤 수문이 열렸고 현대건설 직원 안 모 씨가 이들을 구하기 위해 7시 50분에 터널로 들어갔습니다.

방류가 끝나 물살이 몰아치던 8시 15분쯤, 구조 작업에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현대건설 직원 등이 취한 조치는 방수문 폐쇄였습니다.

안에 동료들이 있는 걸 알면서도 가장 가능성 높은 탈출구를 막은 셈입니다.

배수 통로 쪽에 이동식 계단이 있어 탈출할 수 있을 걸로 생각했다는 게 이들이 내놓은 이유입니다.

[경찰 관계자 : 수영을 하든지 유출 수직구(배수통로)로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다는 거예요. (직원들이) 그 위치를 알고 있으니까.]

방수문을 닫은 건 펌프와 전기설비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습니다.

방수문을 닫은 이들은 뒤늦게 배수 통로인 유출 수직구를 통해 구조에 나서려 했지만 여의치 않자 8시 24분쯤에야 신고한 걸로 드러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동료 2명을 구하려고 터널로 내려갔다가 희생된 현대건설 직원 안 모 씨의 아버지가 SNS에 자식을 잃은 심정을 올렸습니다.

관할 관청은 위험 상황을 카톡으로 알렸다면서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관계 회사들은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안전불감증에 걸린 대한민국이 두렵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남성·김용우, 영상편집 : 박기덕, CG : 방명화·정현정) 

정준호 기자junhoj@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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