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일종족주의, 최신 연구 외면한 채 '일베류 선동' 반복하는 수준"

배문규 기자 입력 2019. 10. 1.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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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민족문제연구소 토론회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가 1일 서울 식민지역사박물관에서 공동 주최한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반일종족주의>를 두고 토론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제공

지난 7월 출간된 <반일종족주의>는 “한국 사회가 샤머니즘적 반일 민족주의에 빠져있다”는 주장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연구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와 일본군 ‘위안부’ 연구회는 1일 ‘반일종족주의 긴급진단 - 역사부정을 논박한다’ 토론회를 열고 <반일종족주의>에 대한 학문적 비판에 나섰다. 학계 차원에서 공동 대응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토론회에선 <반일종족주의>에서 비판하는 강제동원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중심으로 책의 주장을 검토한다. 발표자들은 저자들이 ‘팩트’를 내세우지만, 정작 한·일 학자들의 최신 연구성과는 외면한 채 이전부터 나온 ‘일베류 역사 선동’을 되풀이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김민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강제동원 서술과 관련해 “주권 침탈부터 식민지배에 이르는 전 과정이 폭력에 의존하는 ‘식민주의’ 체제라는 점을 외면한다”고 비판한다. ‘열등한 조선인’ 이데올로기를 바탕으로 임금체계에서 일본인 대 조선인이 ‘2 대 1로 제도화’돼 있었고, 전쟁 말기로 가면서 조선인들의 불만을 줄이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임금 수준을 70~80%에 근접하도록 차별을 축소한 전시정책의 맥락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강제노동’도 노동자들이 돈을 벌기 위한 자발성을 근거로 부정하지만, 조선인의 강제동원은 “지배, 피지배 구조 속에서 일본인의 전쟁 동원과 근본적으로 차원”이 다르다고 지적한다. 임금차별 부정의 근거로 제시한 통계도 학술적 가치가 없으며, 민족차별의 경우도 노동재해나 의료 분야에서 반례들을 제시했다.

책에선 일본군 ‘위안부’를 “종족주의의 아성”으로 꼽으며 핵심적으로 비판한다. 일본군 위안부제는 민간 공창제가 군사적으로 동원된 것이고, 폐업의 권리와 자유를 가지고 있어 성노예가 아니며, 강제연행은 없었다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역사전쟁에서 공창제를 소환하는 것은 강제동원과 성노예제를 부정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2000년대 들어서는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두고 ‘성노예제 대 공창제’라는 양자택일 구도를 넘어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단순히 ‘강제로 끌려갔냐’는 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국제적으로 여성 본인 의사에 반하는 강제동원이 불법이라는 점, ‘위안부’ 제도의 운영과 생활이 성노예와 같았다는 점 등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강제연행을 지시한 공문서가 없다는 주장대로라면 히틀러의 지시를 입증할 공문서를 찾지 못하면 홀로코스트 학살도 없던 일이 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위안부가 ‘고수익’이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당시 도쿄에 비해 버마에서 1200배 인플레이션 때문에 실제 금액은 얼마 되지 않았고, 일본 엔으로 바꿀 수도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책에선 국제법에 따라 식민지지배 배상을 요구할 수도 없다는 주장도 폈다.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식민지지배 책임 문제는 청구권 협상 대상이 아니었고, 일본이 35년 만에 한반도 총 재산의 85%를 차지한 것 자체가 착취와 수탈의 증거”라고 지적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반일종족주의>의 역사 수정 욕망이다.

강 교수는 “뉴라이트로 전향한 인사들은 대한민국 위기의 근원으로 ‘종북’ 대신 ‘우리 안의 반일’로 싸움을 걸었다”면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자들이 연대하며 목소리를 확산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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