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난다..이게 바로 선진국" 17년만에 문 연 공립 특수학교 첫 등굣길

조민아 기자 2019. 9. 2.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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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서울나래학교 앞.

이날은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 학생들의 첫 등교일이다.

서울나래학교에 첫발을 내딛은 학생은 강모(18)군이었다.

유·초·중·고 과정 학생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는 지난 2016년 11월 설립 행정예고가 이뤄진 지 약 2년 10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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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나래학교 2일 첫 등교길..기쁨 눈물의 입학식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선생님들이 2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로 첫 등교하는 학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유어 마이 선샤인, 나만의 햇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염곡동의 서울나래학교 앞. 특수교사들의 즐거운 노랫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머리띠를 한 교사들이 들고 있는 풍선에는 ‘환영합니다’고 적혀있었다. 아침 일찍 학교에 방문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고생 많으셨다. 포옹 한 번 하자”며 격려했다.

이날은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 학생들의 첫 등교일이다. 서울에서 공립 특수학교가 신설된 건 지난 2002년 종로구 서울경운학교가 개교한 이후 17년 6개월 만이다. 입학식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은 제각기 기쁨의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나래학교에 첫발을 내딛은 학생은 강모(18)군이었다. 휠체어를 타고 통학버스로 등교한 강군은 교사들의 환대를 받으며 가장 먼저 학교로 들어갔다. 조 교육감은 강군의 휠체어를 직접 끌며 “축하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 버스에서 내린 김모(16)양은 얼굴 가득 미소를 띠고 있었다. 김양은 입학식 행사장에서도 “이 학교 정말 좋은 것 같아요”라며 들뜬 모습이었다. 통학버스를 타고 등교한 학생은 11명이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선생님들이 2일 서울 서초구 염곡동에 개교한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로 첫 등교하는 학생들을 환영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학부모들과 교사들도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김양 아버지(53)는 “딸과 함께 장애 학생을 위해 특수제작된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이게 바로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아이가 더 좋은 환경에서 친구들과 공감하며 교육받을 수 있게 돼 참 좋다”고 말했다. 김양 할머니(79)는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손녀도 어젯밤 (첫 등교일이라고) 설레서 잠을 못 잤다”고 했다. 김정선 서울나래학교 교장은 “개교하기까지 학부모들과 지역 주민들의 많은 도움이 있었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전 10시 교내에서 열린 입학식에는 재학생 66명 중 30명이 참석했다. 입학식은 학생들과 학부모의 동시 입장으로 시작됐다. 김 교장이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들을 소개할 때는 식장이 눈물바다가 됐다. 김 교장은 “이분들이 함께 투쟁해주시고 무릎 꿇어주셔서 지금의 나래학교가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학부모들과 교사들도 뒤따라 눈물을 훔쳤다. 김남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장은 “나래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교육부에서 점거 농성까지 벌이며 4년간 싸웠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유·초·중·고 과정 학생을 위한 공립 특수학교인 서울나래학교는 지난 2016년 11월 설립 행정예고가 이뤄진 지 약 2년 10개월 만에 문을 열었다. 특수학교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으로 빠르게 설립과정이 진행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 교육감은 “염곡동 주민들이 협조해주셔서 나래학교가 신속하게 개교할 수 있었다”며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성숙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나래학교를 시작으로 특수학교 설립 논란이 불식되길 바란다”며 “한 번만이라도 (장애 학생들이) 내 가족일 수 있다고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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