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200兆 시장에도 수익률은 사실상 '마이너스' [마이머니]

김범수 2019. 9. 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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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균 수익률 1.01% 그쳐 가장 문제 / 국민연금 4%대 수익률에도 크게 못미쳐 / 물가상승률·수수료 등 빼면 남는 게 없어 / 디폴트옵션제도 도입 등 개선 노력해야 / 안정·수익 잡을 수 있는 TDF 대안으로 / 시중은행들 수수료 인하 등 대책 마련 / 수익률 높이기 위해 조직 정비 등 분주

‘1.01%’. 지난해 국내 퇴직연금 수익률이다. 1억원을 투자했다면 1년간 101만원 벌어들인 셈이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과 수수료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이너스’다. 퇴직연금이 최근 가장 좋았던 2015년도 고작 2.15% 수익률에 그쳤다.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노후 생활을 지탱하는 큰 축이다. 퇴직연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평범한 직장인들의 노후는 사실상 무대책이다. 정작 상당수 직장인은 자신의 퇴직연금이 어떻게 운용되는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퇴직연금 DB형과 DC형의 차이는?
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190조원으로 2017년 대비 약 21조6000억원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2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퇴직연금은 크게 확정급여(DB)형과 확정기여(DC)형으로 나뉜다. DB형과 DC형의 가장 큰 차이는 자산 운용자가 누군인지다. DC형은 개인이 퇴직연금을 직접 운용한다. DB형은 회사 재무팀이나 인사팀에서 운용한다.

운용 주체가 다르다보니 퇴직연금을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DB형의 경우 사실상 퇴직금과 동일한 역할을 하므로 금융투자라기보다 노사관계에서 보장하는 복지 성격이 강하다. 회사 입장에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고 위험한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면 직원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자산 투자를 선호하게 된다. 상당수 DB형 상품이 은행과 관련있는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은행을 물색해 이자율을 퇴직연금 DB형 수익률로 연결 짓는 것이다.

DC형은 개인이 직접 운용하므로 금융투자 측면이 강하다. 개인 성향에 따라 안전자산을 선호할 수도, 반대로 높은 위험을 감수하고 많은 수익률을 노릴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근로자 개인이 금융투자를 상당히 공부할 필요가 있고 전문성 여부에 따라 결과가 크게 차이나게 된다. 하지만 상당수 DC형 가입자들은 운용사에 거의 일임한 채 정기적으로 오는 수익률 고지만 받아보는 실정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임금 상승률이 연금 수익률보다 높다면 DB형이 유리하고, 임금 상승률이 낮으면 반대로 DC형을 선택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제로(0) 수익률’ 퇴직연금 대안은 없나

퇴직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지난해 퇴직연금 평균 연간 수익률은 1.01%에 그쳤다. 은행 금리보다 낮은 수익률이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이다.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책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와 DC형 퇴직연금에 대한 디폴트옵션이 거론된다. 근로자 동의를 받아 회사가 계약한 금융기관이 운용하는 기존 계약형 제도와 달리, 기금형 퇴직연금은 노사와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 ‘기금운용위원회’를 설립해 결정하는 식이다.

여기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면 개인의 전문성 결여와 시간 부족에 따른 운용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폴트옵션은 DC형 상품에서 투자자가 별도 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금융회사가 임의적으로 금융상품을 선택해 투자하는 제도다. 디폴트옵션이 없다면 개인 허락을 받아야 하므로 운용에 제약이 많다.

‘타깃데이트펀드(TDF)’도 대안으로 떠오른다. TDF는 은퇴 시점(Target Date)을 정해 해당 기간 자산운용사가 알아서 펀드를 통해 주식과 채권 비중을 맞춰 관리하는 상품이다. 자산운용사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어 안정성과 수익률 상승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권용원 금투협회장은 “최근 5년간 퇴직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은 1.9%로 국민연금(4.0%)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며 “퇴직연금 수익률이 최소 4∼5%는 나올 수 있도록 기금형 퇴직연금과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 등 수익률 개선에 노력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200조원의 시장을 잡아라’… 분주한 은행들

연평균 1%대의 퇴직연금 수익률로 은행들도 조직을 정비하고 수수료를 낮추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IBK기업은행의 퇴직연금 DC형 단순 평균 1년 수익률은 1.66%로 나타났다. 신한(1.83%), 국민(1.71%), 기업(1.67%), 하나(1.67%), 우리(1.59%) 농협(1.51%) 등 지난해보다 소폭 개선된 수치지만 여전히 1%대에 그쳤다.
KB금융지주는 지주 자산관리 부문 아래 KB국민은행·KB증권·KB손해보험 연금사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인 연금본부와 연금기획부를 새로 개설했다. 세 계열사는 KB금융 계열사 중 퇴직연금 사업을 진행한다. KB는 이번 개편으로 그룹 내 투자은행(IB) 부문과 증권, 손보 등 계열사 간 협업을 통해 고객 수익률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또한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TDF 2050’도 출시한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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