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근로자 개념'부터 잘못됐다고 본 EU
[경향신문]
ㆍ통상집행위 자료 공개
ㆍ‘특수노동자’ 근로자 지위 보장 못 받아…노조법 2조 등 지적
ㆍ노조 임원 조합원 한정 등 경사노위 공익위안도 기준에 미달
ㆍ관련법 개정안 9월 국회 제출, 경영계 등 반발로 난항 겪을 듯
유럽연합(EU)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이 미흡하다며 마지막 분쟁해결 절차인 전문가 패널을 소집했지만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U가 요구하는 노동권의 수준이 국내 현실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7일 EU가 홈페이지에 공지한 내용을 보면, EU는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하며 근로자 개념을 정의한 한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조1항 등 4개 법 조항을 지적했다. 노조법 2조1항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이 보장되는 ‘근로자’를 ‘임금·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월급이 아니라 건당 수수료를 받는 화물차 운전자, 퀵서비스 또는 택배 노동자, 대리운전, 학습지교사, 방송작가 등 특수고용노동자는 법상 ‘근로자’ 지위를 보장받지 못한다. EU는 전문가 패널 소집 요청 문서에서 “화물차 운전자와 같이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이들과 해고자 및 실업자가 결사의 자유에서 배제된다”고 지적했다.
EU는 해고자 등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한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노조법 2조4항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근로자’의 문호를 특수고용노동자와 해고자, 실업자로까지 넓혀 이들의 노조 활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EU는 ‘노조의 임원은 그 조합원 중에 선출되어야 한다’고 규정한 노조법 23조1항과 노조의 설립 신고증을 행정당국이 반려하거나 교부할 수 있도록 한 노조법 12조1항도 지적했다.
EU는 “근로자 개념에 대한 제한적인 정의와 해석, 노조원 중에 노조 임원이 선출되어야 한다는 요건은 결사의 자유 원칙에 위배되므로 한·EU FTA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세실리아 말스트롬 EU 통상집행위원은 지난 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한·EU FTA는 양측 모두에게 큰 경제적 이익을 가져왔다. 하지만 무역은 근로자의 권리와 함께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까지 나온 제도개선안 중 가장 진전된 것으로 평가받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안조차도 EU의 기준에는 미달한다는 점이다.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은 해고자 및 실업자의 노조 활동은 제한하지 않기로 했지만, 특수고용노동자의 결사의 자유는 추후 논의 과제로 미뤘다. 또 기업별 노조에 한해 노조 임원 자격을 현재 재직 중인 조합원으로 한정하도록 했다.
오는 9월까지 정부 입법안을 마련해야 하는 고용노동부의 고민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9월 정기국회에 관련 법 개정안과 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을 함께 제출할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 경영계 등의 반발이 만만치 않아 법 개정 자체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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