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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21세기판 강제징용"..日 방사능 제염 노동, 이대로 괜찮나?

최유경 입력 2019. 09. 29. 07:04 수정 2019. 09. 29.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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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안부, 강제징용, 제염 노동자…"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렸다"

일본에 기술을 배우러 갔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방사능 제염 작업에 투입돼 피폭 피해를 당한 베트남 노동자 소식, 얼마 전 전해드렸습니다. 일본은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관련법까지 개정해 외국인 노동자의 방사능 제염 작업 투입을 합법화했습니다. 지난 4월 개정된 법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됩니다. 같은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역사는 반복된다더니 어떻게 변함이 없냐. 우리나라 강제징용 강제노역 위안부 사건이 일어난 그 시절 그 방법 그대로..." (jar3****)
- "21세기 강제징용" (pn98****)
-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생각을 하지? 보상도 제대로 안 하는 거 봐라. 일제 때 강제징용 당한 분들 어땠을지 상상을 못 하겠네." (wkds****)

많은 시청자가 대번에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를 떠올렸습니다. 괜히 기시감이 든 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하듯, 일본 시민단체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기능실습생 제도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매우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정부는 기능실습생 문제도, 위안부 문제도 정부가 직접 관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핑계일 뿐이죠. 민간의 문제라고 치부하면서 정부가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됩니다. 문제의 근원은 큰 모순을 안고 있는 제도 그 자체에 있습니다." (사사키 시로/전통일노조 서기장)

핵심은 '속았다'는 겁니다. 강제징용 노동자도, 위안부 피해자도, 제염 작업에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도 모두 자신에게 닥칠 위험과 고통의 수준을 알지 못했습니다. 일본 정부는 그때도 그랬고, 지금도 민간에 책임을 미루고 있습니다. '민간이 운영했고 국가는 관여하지 않았으며, 강제성이 없었다.' 놀라울 만큼 똑같은 변명에 우리는 분노하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 커져가는 '피폭의 외주화' 공포…우리는 떳떳한가

곤 씨 등 베트남 기능실습생 3명은 길게는 2년 동안 후쿠시마 지역에서 제염 작업과 배관 공사 등에 투입됐습니다. 이들은 ‘내부 피폭’ 판정을 받고 회사를 상대로 1,230만 엔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베트남 노동자의 방사선 피폭 사실이 전해지면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3월 외국인 기능실습생의 제염 작업 투입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4월 새로 만들어진 '특정기능' 입국 자격은, 반대로 이를 합법화하고 있습니다. 이제 특정기능 실습생으로 입국한 노동자들은 제염작업에 얼마든지 합법적으로 투입될 수 있는 겁니다.

곧바로 일본 정부가 위험을 외주화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일손이 부족하다는 게 제도 도입의 이유인데,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언어가 서툰 외국인 노동자들의 안전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남의 일인 것처럼 말하기엔 우리나라 역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정미 정의당 의원실 자료를 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국내에서 산재 승인을 받은 외국인 '사망자'는 모두 305명으로, 매년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외국인 노동자 산재 승인 7,314건 중 40%(2,630건)는 건설 관련 업종 사고였습니다. 건설 업계는 현장 안전이 가장 중요한 분야인 만큼, 정부 차원의 안전 대책이 시급해 보입니다. 역시 민간의 일로 방치하기엔, 너무 많은 노동자가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 '최고 수치 4.83'…후쿠시마에서 2박 3일, 방사능 영향은?

이번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후쿠시마 출장이 결정된 후,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들은 건 안전에 대한 우려였습니다. '정말 방사능으로부터 안전한 게 맞는지', '사고 원전에 얼마나 가깝게 가는 건지', '방진복은 구비해가는 건지' 등 걱정 섞인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3일간의 후쿠시마 출장으로 건강에 유의미한 영향이 있지는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입니다. 물론 긴 시간이 지난 후 나타날 변화에 대해서까지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겠지만, 이론적으론 그렇습니다.


KBS 취재진은 후쿠시마 출장 이후 방사선 영향 검사를 받았습니다.


후쿠시마에서 돌아온 KBS 취재진은 출장 기간 동안의 방사선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 25일 서울 노원구에 있는 원자력병원을 찾았습니다. '내부오염 검사'를 통해 몸 안에 남아있는 방사능을 측정하고, '혈액 검사'를 통해 임파구 수와 이동원 염색체 이상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섭니다.

취재진이 받은 모두 네 가지 검사 중 결과가 나온 건 아직 '전신계수기 검사'뿐이지만, '피폭'을 당했다고 볼 만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정밀 검사 결과는 앞으로 2~3주 후에 나올 테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아도 된다고 합니다.

담당 전문의는 도쿄 올림픽을 앞둔 상황에서 한일관계까지 악화하면서, 최근 후쿠시마를 방문한 국내 취재진이 많았다고 전했습니다. 다들 검사를 받고 갔지만, 아직까지 문제가 있었던 경우는 없었다고 합니다. 인체에 영향을 주는 건 100mSv(밀리시버트)/h를 넘어가는 방사능인데, 일반적으로 후쿠시마를 찾은 취재진들이 노출되는 방사능은 뮤Sv(마이크로시버트)/h 단위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후쿠시마 원전 근처 도로나 마을에선 기준치를 훌쩍 뛰어넘는 방사능 수치가 측정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희 취재진이 이번 출장에서 노출된 방사능 최대 수치는 4.83뮤Sv/h였습니다. 원전에서 5km 정도 떨어진 지점에서였는데요. 일본 정부의 안전 기준치가 0.23뮤Sv/h인 점을 생각하면, 기준치의 20배가 넘는 엄청난 수치인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흉부 X선을 한 번 촬영할 때 0.1~03mSv에 노출되고 위에 X선을 투시할 때마다 5~10mSv에 노출되는 걸 생각하면, 이 수치는 당장 크게 걱정할 만한 수치는 아니라는 이야깁니다. 물론 비교적 낮은 수치의 방사능이라도 오랜 기간 누적되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지만, 보통 출장은 일주일 내외로 다녀오기 때문에 검사에서 유의미한 방사선량이 측정되기는 어렵다는 거죠.

주목해야 할 건 원전 폐로 작업이나 제염 작업에 투입되는 노동자들입니다.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까지, 방사능 수치가 높은 곳에서 지속해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경우는 단기 취재와는 완전히 다를 겁니다. 보호장구나 생활수칙 등 안전에 대한 대비가 충분히 된 상황도 아니라면, 더욱 위험할 테죠. 정부가 끊임없이 관리 감독하고, 위험에 철저히 대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최유경 기자 (6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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