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이 없다] '친일 행적'있어도 '훈장'은 그대로?

곽승규 2019. 8. 1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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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네, 꼭 필요하지만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법안을 알아보는 '법이 없다' 시간입니다.

강 앵커, 얼마 전 그 뉴스 기억하세요?

정부가 친일파 후손한테 친일 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는데 재판에서 졌죠.

◀ 앵커 ▶

기억이 나고 말고요.

저 그때 그 뉴스보고 정말 화가 났었거든요.

대표적인 친일파였던 이해승의 후손을 상대로 낸 소송이었죠.

◀ 앵커 ▶

네, 정부가 당시 환수하려고 한 토지가 200만 제곱미터에 달했는데요.

결국 정부가 돌려받게 된 게 겨우 4제곱미터였어요.

◀ 앵커 ▶

4제곱미터면은 옛날 기준으로 1평, 고작 1평이잖아요.

◀ 앵커 ▶

가끔 시청자분들이 뉴스보다 너무 화가 나서 리모콘을 던져버렸다, 이런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늘 소개할 이 뉴스 좀 위험할 것 같습니다.

◀ 앵커 ▶

네, 국가에서 훈장을 받은 친일파 10명 중 9명이 여전히 훈장을 유지하고 있다는데요.

먼저 곽승규 기자의 보도를 보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 리포트 ▶

고려대학교 설립자로 알려진 인촌 김성수.

일제강점기 언론·교육 분야에서 활동한 공로로 훈장을 받았지만 이후 친일행적이 드러나 지난해 훈장을 박탈당했습니다.

훈장 취소 이후에는 관할 지자체가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 그의 호를 딴 도로명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친일 행적이 뚜렷한 인물 중 김성수처럼 훈장이 취소된 경우는 열 명 중 한 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런 사실은 간단한 검색만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친일 경찰로 악명높은 노덕술.

그의 이름을 입력하자 이승만 정부시절 3건의 훈장을 받은 기록이 나옵니다.

독립운동가 수 백 명을 앞장서 고문한 그의 훈장을 당장 박탈해야한다는 목소리에도 훈장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상훈법에서 친일 경력을 서훈 취소 요건으로 따로 두고 있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 앵커 ▶

네, 법이 없다의 곽승규 기자 스튜디오에 나와있습니다.

곽 기자, 노덕술 이런 사람보면 훈장이 주여줬단 말이에요.

근데 지금 이게 취소가 안 되고 있다는 거잖아요?

◀ 기자 ▶

맞습니다.

인촌 김성수의 사례를 먼저 살펴보면 김성수는 훈장을 받았을 때 사유가 독립운동이랑 관련이 있습니다.

일제시대 때 교육,언론 분야에서 기여했다고 받은 건데 이후에 친일행적이 드러났잖아요.

그러다보니까 공적조사 자체가 거짓이 된 것입니다.

반면 노덕술 같은 경우는 기존에 받은 훈장이 독립운동과 무관합니다.

한국전쟁에서 기여했다고 받은 건데요.

사실 이 부분도 좀 의아한 부분이 상당히 있습니다.

정확하게 어떤 활약을 해서 받았는지는 비공개이거든요.

사실 이 친일행위라는 게 말 그대로 반민족적인 심각한 행위인데 이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는 거죠.

◀ 앵커 ▶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거예요.

이거는 박탈해야한다고.

그런데도 불구하고 왜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것일까요?

◀ 기자 ▶

이 법과 함께 더불어 생각해봐야할 법안이 국립묘지에서 친일파 인사를 이장하는 문제입니다.

5개정도가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있거든요.

제가 이 법안들을 나름 친일심판법이라고 이름을 붙여 파악을 해봤는데 이것만 봐도 어느 정당에서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야 모두 이 법안을 중점처리 법안으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첫 단계인 법안심사소위도 아무것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가장 답답한 건 독립유공자와 그 후손들일 것입니다.

이들의 외침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 리포트 ▶

상훈법 개정을 위해 국회를 찾은 항일·독립운동 단체 회원들.

어느덧 100세가 된 생존 독립유공자 임우철 애국지사도 함께했습니다.

[임우철/애국지사] "(상훈법) 개정안 반대하는 국회회원은 의원직을 사퇴하라."

임 지사가 목청 높여 말한 법안은 3년 전 국회에서 발의됐습니다.

훈장 취소, 그러니까 서훈 취소 요건에 친일 경력을 추가해 반민족행위자에게 바로 적용하자는 것입니다.

하지만 법안만 발의됐을뿐 첫 단계인 법안심사소위에서조차 3년째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인재근/의원 (상훈법 개정안 발의자)] "올해만 해도 국회가 몇 번 열리지 못했잖아요. 행안위만 법안 2천 개가 밀려있어요, 지금. 그거에 밀리다보니까. "

지난해 11월 독일 검찰은 유대인 학살을 도운 혐의로 수용소 경비병 출신의 94세 남성을 기소했습니다.

73년 전 일을 추적해 끝까지 심판한 건데 처벌은 커녕 훈장조차 박탈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이제 다음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249일.

그때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상훈법 개정안은 또 다시 사라지게 됩니다.

법이 없다, 곽승규입니다.

곽승규 기자 (heartist@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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