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白凡의 친일파論

기자 입력 2019. 8. 16. 13:30 수정 2019. 8. 1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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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친일파(親日派)'라는 말이다.

여당으로부터 친일파 공격을 받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이없고 모욕적이다. 친일파 후손은 여당에 더 많더라"며 반격한 게 그런 예다.

30여 년 전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친일 인사의 재산 환수 소송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한국당이 문 대통령을 친일파라고 공격하자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후일담을 소개하며 적극 해명했다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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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직 논설위원

한국 사람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친일파(親日派)’라는 말이다. “당신은 친일파”라는 공격은, ‘도저히 상종 못할 ××’라는 정도의 모멸적 욕설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공인(公人)이 친일파로 낙인찍힌다면 일종의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보니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이런 경우 친일파 낙인을 벗어나기 위한 거센 충돌로 이어지는 게 다반사다. 특히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로 한·일 경제전쟁이 벌어진 이후 친일파 공방은 한국 정치권에서 낯익은 풍경이 됐다. 여당으로부터 친일파 공격을 받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어이없고 모욕적이다. 친일파 후손은 여당에 더 많더라”며 반격한 게 그런 예다. 친일파 프레임은 반일(反日) 인식이 누구보다도 확고한 것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부담인 모양이다. 30여 년 전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친일 인사의 재산 환수 소송을 변호했다는 이유로 한국당이 문 대통령을 친일파라고 공격하자 청와대 참모회의에서 후일담을 소개하며 적극 해명했다니 말이다. 친일파 공격은 종종 법정 다툼으로도 비화한다. ‘반일 종족주의’를 펴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는 조국 법무부 장관 지명자가 자신을 ‘부역·매국 친일파’라고 비난하자 “나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우리나라가 일본 압제에서 벗어나 해방된 게 1945년이니 현재 74세가 안 되는 사람은 일제강점기를 단 하루도 경험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가 친일파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국가적 비극이다. 문 대통령은 3·1운동 100주년을 앞두고 지난 2월 26일 국무회의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주재하면서 “친일청산은 정의로운 나라로 나아가는 출발”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정작 그 기념관의 주인공으로 대한독립을 위해 헌신했던 백범은 전혀 다른 친일파론(論)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백범을 가까이에서 모셨던 최서면(91) 국제한국연구원장은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해방 후 한 인사가 ‘친일파 처단’ 필요성을 언급하자 백범은 ‘일본이 바로 이웃에 사는데 친일파는 많을수록 좋다. 없다면 만들어야지 그게 무슨 소리냐’며 질책했다”고 증언했다. 백범이 만약 그런 말을 2019년 8월 입 밖에 꺼냈다면, 백범은 민족 지도자가 아니라 ‘부역·매국 친일파’로 한국 역사에 기록됐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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