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마 버틴 여당 지지율, 먼저 떨어지는 국정 지지율

윤호우 선임기자 입력 2019. 9.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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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5월로 되돌아갔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격차가 지난 5월 가장 좁혀졌다가 여름에 크게 벌어진 후 9월에 다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한국갤럽이 9월 첫 주(9월 3∼5일) 정기여론조사에서 ‘총선투표 의향 비례대표정당 조사’를 한 결과 민주당은 38%, 한국당은 26%(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였다. 이 같은 결과는 공교롭게도 4개월 전인 5월 4주 때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의 비슷한 질문(당시에는 비례대표 정당이 아니라 투표 의향 정당)에 대한 답변 수치(38%, 26%)와 똑같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갤럽의 총선투표 의향 정당 조사에서 민주당-한국당의 격차는 5월 4주 가장 좁혀졌는데, 9월 첫 주 조사에서 이때의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똑같은 질문의 7월 4주 갤럽 정기조사에서는 민주당이 41%, 한국당이 19%로 격차가 22%포인트나 벌어졌지만 9월 들어 12%로 줄어든 것이다. 5월은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지도체제가 올해 초 구축된 후 한국당이 대규모 장외투쟁을 했던 시기였다. 보수 대권주자로서의 황 대표 리더십이 잠깐 빛을 발휘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7월부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명단) 배제 논란이 일면서 반일-친일 논란으로 여권은 야당과 지지율 격차를 크게 벌렸다. 하지만 8월 중순부터 시작된 조국 임명 논란이 지지율 격차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9월 1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며 대화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민주당 지지율 무당층으로 옮겨간 듯

엄경영 소장은 “한국당은 조국 장관 임명을 전후해 50∼60대 이상에서 지지율이 오른 것이 전체 지지도 상승을 견인했다”면서 “조국 임명 논란으로 한국당 지지층이 결집했지만 다른 연령에선 확장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엄 소장은 “민주당에서는 20∼40대 일부가 무당층과 유보층으로 빠져나간 것이 한국당과의 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이어졌다”고 봤다. 한국당의 이전 지지자들이 한국당을 다시 지지하고, 민주당 지지층의 일부가 이탈해 무당층으로 흡수되고 있는 흐름으로 본 것이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이탈했다기보다 조국 임명 논란 이후 ‘샤이 진보’들이 여론조사에 침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여권으로서는 30∼40대의 지지로 한국당의 60대 이상 지지와 맞서야 하는데, 20대를 비롯해 30대의 지지 이탈은 앞으로 총선 정국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갤럽의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도 ‘5월 지지율 격차 축소’ ‘7월 지지율 격차 확대’ ‘9월 지지율 격차 다시 축소’ 양상은 그대로 나타났다. 5월 2주 조사 때 민주당 40%, 한국당 25%였던 것이 8월 2주 조사에서는 민주당 41%, 한국당 18%로 최대한 벌어졌다. 9월 첫 주 조사에서는 민주당 40%, 한국당 23%였다. 민주당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한국당이 지지율을 조금 회복한 것이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우리공화당 등은 큰 변화가 없었다.

정당 지지율 격차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지역은 충청권이다. 갤럽의 조사에서 이전 조사들과 비교해보면 충청권에서 민주당-한국당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에 이어 충청권도 민주당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국면으로 들어간 것이다. 엄경영 소장은 “충청권에서 양당의 격차가 10%포인트까지 줄어든 것은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여권 지지층 중 향후 여성 지지층의 선택도 주목할 부분이다. 홍 소장은 “그동안 민주당의 여성 지지층이 견고했다”면서 “하지만 조국 장관 임명 후 거듭되는 논란에도 여성 지지층의 우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국 임명의 여파는 정당 지지율 격차보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 변화에서 시선을 끌었다. 갤럽의 9월 1주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조사에서 ‘잘한다’는 평가는 43%로 떨어졌다. ‘잘못하고 있다’는 49%에 달했다. 리얼미터의 조사(tbs 의뢰, 9월 16∼18일 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긍정평가)는 43.8%로, 지금까지의 조사결과 중 가장 낮았다. 반면 국정수행 부정평가는 53.0%로 취임 후 가장 높았다. 홍형식 소장은 “여론조사를 보면 지금까지 민주당의 지지율은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끌어올렸다”면서 “조국 임명 논란으로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먼저 영향을 받은 후 다음 순서는 정당 지지율에 순차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당, 벌써 원희룡·권영진·홍정욱 거론

지지율 격차가 점점 줄어드는 여론조사 추이에 대해서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조국 장관 임명 전후 엄청난 보도가 터져나오고 자극적인 내용이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 결과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의견이 한쪽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논란이 지속되면서 벌써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여권 지지율이 빠져나가는 상황에 접어들었다고 보았다. 안일원 대표는 “리얼미터의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조국 이슈 초반과 지금의 변화는 통계적으로 오차범위 내 변화라 크게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검찰의 수사와 언론의 보도를 감안해보면 여론조사에도 상당한 편향이 있을 수 있다”면서 “결국 의혹 수사가 결론이 나야 올바른 여론을 알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일단 사안의 중대성으로 봤을 때 여론조사에 미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면서 “여권 지지층이 견고하다는 점과 노무현 정부 때의 학습효과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센터장은 “하지만 장관 임명 후에도 추가 의혹이 제기되면서 대통령 국정 지지율과 여권 지지율에서 일부 이탈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면서 “여권이 세대교체 물갈이로 정치개혁에 나서려는 것은 최근의 위기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권이 수세적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한국당의 지지율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는 데에는 한국당에 대한 미덥지 않은 유권자들의 시선이 있다. 한국당 지도부의 위기도 이 같은 흐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는 4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부터 9월 조국 청문회 정국에 이르는 동안 여러 차례 실수를 했다는 당내 평가를 받고 있다. 황교안 대표체제 역시 총선 이후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홍정욱 전 의원 등이 차기 대권주자로 벌써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결국 황 대표도 삭발에 나서야 할 만큼 정치적으로 절박한 상황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서는 릴레이 삭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보수연대나 세대교체 등의 요구가 내부에서 거세지고 있다. 유리한 상황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지금 한국당 상황으로는 지지율을 주워담을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윤희웅 센터장은 “여권에는 불리해졌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한국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비토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게다가 보수에는 선택지가 나눠져 있어서 한국당이 독점적으로 반사효과를 얻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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