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예쁘고 친절한 사람? 고통받는 승무원들
[편집자주] 출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잠들기 전 눌러본 SNS에서….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상 속 불편한 이야기들, 프로불편러 박기자가 매주 일요일 전해드립니다.
승무원을 바라보는 시선이 여전히 왜곡돼 있다. 항공기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전문 직종이지만 그저 친절해야만 하는 서비스직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 승무원들의 용모에 중점을 두고 복장을 제한하는 행태가 지속하며 직업의 성 상품화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대다수 승객은 승무원을 안전 요원이 아닌 서비스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 직장인 양모씨(32)는 "여행을 수없이 다녔지만 승무원을 한 번도 안전 요원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 친절한 미소와 말투로 승객을 대하는 서비스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학생 서모씨(26)는 "남성 승무원은 승객을 보호하는 업무를 한다고 생각되는데, 여성 승무원은 승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일을 주로 하는 것 같다. 승무원 업무에 남녀 차이가 있는 건 아니겠지만 그렇게 느껴진다. 그래서 남성 승무원이 많은 비행기를 타면 더 든든하다"고 전했다.
사회가 변하고 시대가 달라졌지만 승무원을 '하늘 위의 꽃'으로 보는 시각도 그대로다. 직장인 정모씨(28)는 "'승무원' 하면 가장 먼저 '젊고 예쁘다'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늘의 꽃'이라고도 불리지 않냐"며 "해외 여행을 가는 친구들이 우스갯소리로 '승무원 보러 공항간다'고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잘못된 인식은 승무원에 대한 승객들의 부적절한 태도로 이어진다. 승무원들은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 등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년차 승무원 김모씨(31)는 "휴대폰으로 승무원의 다리 등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심증만 있어서 확인을 못한 경우도 많다"며 "직접적인 성추행이 아니더라도 무척 곤란해지는 상황이 있다. 승객이 개인 연락처를 물어볼 때다. 완곡하게 거절하면 내릴 때까지 집요하게 물어봐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승무원의 전문성보다 어린 나이와 외모를 강조하는 광고는 이 같은 문제를 심화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배우 이수민을 전속모델로 발탁했다. 당시 17살이었던 이수민은 '아시아나항공 역대 최연소 모델'이라는 수식어를 얻게 됐다. 미성년자를 모델로 발탁한 데 대해 일각에서 우려가 흘러나왔다. 여성 승무원에게 어린 여성의 이미지를 투영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승무원들은 유니폼을 비롯한 용모 규정도 자신들의 이미지를 악화하는 데 한몫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유은정 대한항공 승무원은 "유니폼은 기내 환경에 맞지 않고 여성 상품화 이미지로 보인다"며 "승객들의 짐을 올려줄 때 블라우스가 올라가 허리살이 보이는 등 민망한 경우가 있다. (유니폼에) 바지가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항공사에 비해 색이 밝고 몸에 꽉 끼어서 생리대를 착용하면 생리혈까지 비친다"고 꼬집었다.
국내 항공사 2년차 승무원 권모씨(27)는 "회사에서도 우리를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외모에 대한 평가 비중도 높다. 승무원이 돼도 몸매 관리에 대한 압박이 상당하다. 채용에서도 외모를 우선시하는 행태가 여전하다. 요즘엔 외모가 아닌 '능력'을 본다고 하는데 그 능력 안에 외모가 포함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승무원들은 승객보다 회사가 먼저 승무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7년차 승무원 김씨는 "승무원에 대한 이미지는 항공사가 만든다. 그저 예쁘고 친절한 승무원 이미지만 부각한다면 승무원을 대하는 승객의 태도도 딱 지금 수준에 머물 것"이라며 "승무원이 서비스직으로만 생각돼 갑질에 노출되는 일이 더는 없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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