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용환 역사학자 " 100% 문제 덩어리, 너무 위험한 책"

이원형 입력 2019. 8. 28.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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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9년 8월 28일 (수요일)

■ 대담 : 심용환 역사학자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심용환 역사학자 "<반일 민족주의> 100% 문제 덩어리, 너무 위험한 책"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내일, 8월 29일이 '경술국치일'입니다. 일제가 한일병합조약을 강제로 체결하고 공포한 날인데, 우리로서는 국권을 빼앗긴 치욕스러운 날이죠. 그로부터 109년이 지난 대한민국의 모습은 어떨까요? 태극기를 들고, "지금은 친일이 애국이다"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서점가에는 '친일 찬양' 사상을 담은 책이 베스트셀러 1위 자리에 놓여 있습니다. "일제는 조선을 수탈하지 않았다," "강제징용은 없었다," "일본군 '위안부'들은 자발적이었다," 이런 주장들입니다. '반일 종족주의'에 담긴 극단적 내용들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지, 전문가로부터 이야기 들어봅니다. 역사학자인 심용환 역사N교육연구소장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심용환 역사학자(이하 심용환)> 네, 안녕하세요. 심용환입니다.

◇ 이동형> 제가 경술국치 이야기를 했는데, 완전한 자주독립을 이뤘다, 혹은 이루지 못했다? 역사학자는 어떻습니까?

◆ 심용환> 이뤘는 줄 알았는데, 이루지 못했나? 약간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혼돈스럽습니다.

◇ 이동형> 요즘 들어서 더 그렇죠.

◆ 심용환> 그렇죠.

◇ 이동형> 오늘 해볼 이야기가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인데, 읽어보셨겠죠?

◆ 심용환> 읽어봤습니다. 맨 처음에 책이 나왔을 때는 이렇게 팔릴 줄 몰라서 또 비슷한 거 하나 나왔구나, 했는데, 그다음 주에 가보니까 박스채 놓고 팔리는 것을 제가 보고 사서 다 읽어봤습니다.

◇ 이동형> 조국 후보자가 이 책을 향해서 "구역질나는 책이다" 이렇게 비난했는데, 호기심인지, 어쨌는지, 책이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 심용환> 이게 결정적인 계기였던 것 같고요. 그 이후에 현재 전국 모든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1위가 되었으니까 저도 당황스럽습니다.

◇ 이동형> 아직 가치관이 정립이 안 된 어린 학생들이 읽는다면 상당히 문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 심용환> 책도 굉장히 글을 쉽게 써가지고, 단순하게 썼기 때문에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써서 오해나 혼란도 많이 생길 것 같고, 그 전까지는 어찌되었건 이 사람들이 이렇게 교과서를 개정하거나 이런 시도를 했었지, 실제로 이렇게 대중서를 내서 대중 히트를 친 사례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사회적 혼란을 이뤄낼지, 이것은 지켜봐야 할 문제지만, 상당히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 이동형> 전반적으로 책이 문제가 있다고 느꼈습니까? 본인이 읽으셨을 때?

◆ 심용환> 100% 문제 덩어리고요. 모든 챕터가 사실은 어느 정도의 역사 상식을 가지고 있다면 거의 충격적인 내용들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 이동형> 이 책에 대해서 일본 전문가가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된다면 일본 보수파들이 한국을 공격하는 데 반드시 이용될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요. 지금도 사실 이 책이 인용되고 있거든요?

◆ 심용환> 그렇죠. 번역돼서 나온다고 하고.

◇ 이동형> 일본 방송에서 인용되고 있고, 또 일본 출판사와 계약을 이미 맺었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있어요. 그것도 역시 우려스러운 지점입니다.

◆ 심용환> 그렇죠. 갈등이 심한데, 더 심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되고.

◇ 이동형> 일본 우익들이 이거 봐라, 한국 학자들도 이렇게 쓰지 않느냐? 이렇게 할 것 같죠?

◆ 심용환> 네.

◇ 이동형> 그러면 책에서 다룬 내용을 하나씩 살펴보면요. 위안부 생활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선택과 의지에 따른 것이다, 그리고 미성년자는 없었다, 이런 이야기를 했단 말입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우리의 피해자들, 또 용기를 내서 직접 발언대에 서서 내가 과거에 이런 일을 겪었다고 말씀하신 피해자분들은 다 거짓말한 게 되는 겁니까?

◆ 심용환> 그렇게 되는 거죠. 실제로 김학순 할머니부터도 자기가 가장 어렸었고, 17살이었다는 증언에서 시작해서 20대도 꽤 있었지만 10대들이라든지, 충격적인 나이의 연령대가 동원됐던 것은 너무나 많은 증언으로 확보가 된 내용인데, 지금 그것을 다 틀렸다고 이야기하는 거니까 해도, 해도 너무한 주장을 하고 있는 거죠.

◇ 이동형> 그러면서 일본군 위안부는 매춘부다, 이런 주장이에요. 우리로써는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는데요.

◆ 심용환> 그렇죠. 말이 안 되는 얘기고요. 그러니까 실제로 왜 위안소를 만들었느냐.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게 위안소라는 시설이 있었고, 거기에 일하는 분들이 위안부였는데, 위안소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속칭 일본군의 사기 진작, 즉 어떤 부녀자 겁탈이라든지, 성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민간 여성들을 데려와서 운영하기 위해서 만든 별도 조직입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위안부나 위안소 시스템 자체가 기존에 있었던 성매매 업자들로부터 별도화된 시스템을 만들어놓은 건데, 이게 섞여 있다고 얘기를 하게 되는 거니까 연구의 기본 대전제를 뒤집는 거죠.

◇ 이동형> 증언자들의 말에 의하면, 물론 자발적으로 갔던 분도 계실 테고, 혹은 속아서, 돈 벌게 해주겠다, 공부 시켜주겠다, 그래서 속아서 가신 분도 있으실 테고, 강제로 끌려간 분도 있을 거란 말이죠. 그런데 지금 이영훈 교수가 이런 주장을 하면서 그에 합당한 근거는 댔습니까?

◆ 심용환> 이런 거죠. 그러니까 아주 강론들, 가장 애매한 것들, 이런 것만 다 긁어 왔습니다. 위안부 관련된 증언 중에서 조금 했다가 잘못된 내용이 밝혀진 것들, 아니면 그것을 증언하셨던 분이 문제를 일으켰던 것들만 싹 모아서 마치 부분이 틀렸으니까 전체가 다 틀렸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고 있고, 강제동원 얘기도 우리가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게 뭐냐면, 강제동원이라는 게 군에 의해서 끌려간 것도 강제동원이지만, 일자리로 갔다가 속아서 못 나오는 것도, 못 나오게 되니까 강제동원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아베도 계속 이야기하는 건 오직 군이 위협해서 끌고 가지 않았다고 얘기하면서 강제동원의 범위를 축소시키고, 이영훈 교수의 책도 사실은 그런 식으로 해서 자꾸 강제동원의 범위를 줄이면서 마치 우리의 상식이 틀렸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 거니까 위험하고, 참 정말 전략적인 발언을 하고 있는 거죠.

◇ 이동형> 강제동원 말씀하셨으니까. 이 책에서는 당시 조선인과 일본인 노동자가 똑같은 임금을 받았고, 임금 수준이 높았고, 생활도 굉장히 자유로웠다고 하는데, 최근에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이 있은 지 며칠 안 되는 그런 날이 되는 거죠. 그런데 그 우키시마호 폭침 사건이 있었던 그때 많은 우리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이 일본에 갔다가 조선에 돌아오는 배를 타고 폭침된 건데, 그 사람들의 주장에 의하면, 생존자들의 주장에 의하면, 끌려가서 정말 배를 곯았다. 그런데 이것은 조선인들만의 주장이 아니거든요. 그 당시 일본에 있었던 일본인들도 한국 청년들이 굉장히 배를 곯고, 쓰레기통을 뒤지고, 하수구를 뒤졌다, 이렇게 증언을 했단 말이에요. 일본 사람들조차도. 그런데 똑같은 임금을 받고 자유롭게 생활을 했다? 이렇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겁니까?

◆ 심용환> 이게 왜 나온 거냐면, 이게 되게 이런 말까지 쓰면 그렇지만 참 간악스럽다는 생각을 제가 하게 되는 게 1910년대, 20년대 때 노동 이민을 했던 사람들이 있습니다. 초기에 아직 강제징용 전에 일자리를 찾아서 일본에 넘어가서 일했던 사람들이 있는데, 그 사람이 있고, 나중에 강제징용돼서 끌려온 사람들이 있고, 강제징용이 본격화되니까 정상적으로 먼저 일하러 갔던 사람들도 강제징용처럼 취급을 받게 되거든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고생을 하는 건데, 지금 이 책에선 앞에 초기에 먼저 넘어갔던 사람들의 초기 좋은 임금 조건만 가지고 얘기하면서 나머지는 없었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거의 모든 책의 논조가 그런 식으로 진행되니까 참 답답한 거죠.

◇ 이동형> 공동저자인 이우연 씨도 유엔 인권 이사회에 가서 강제동원이 없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 심용환> 네, 심지어 일본인, 본인 명의가 아니고 일본인 극우 논객이 만들어놓은 자리에 본인이 대신 가서 이야기하는 말도 안 되는 행동을 또 했었죠.

◇ 이동형> 일본의 돈으로 갔다, 이런 얘기도 있었고요.

◆ 심용환> 그렇죠.

◇ 이동형> 앞서 이영훈 교수 위안부 이야기하다가 강제동원으로 넘어왔는데, 이영훈 교수가 과거에도 토론 프로그램에 나가서 이런 주장을 했다가 엄청난 반발과 논란을 일으키고 할머니들한테 가서 사과를 했단 말이죠. 제가 잘못 알았다, 앞으로는 제대로 공부를 하겠다. 다시 지금 와서 뒤집는 이유는 뭐에요? 그때 그러면 왜 사과한 겁니까?

◆ 심용환> 그분의 마음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고요. 그런데 하나 분명한 건 이게 이번에 책을 읽으신 분들은 처음 이 내용을 접하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이분들이 제일 처음에 활동했던 1990년대 중반 때부터 지금까지 사실 계속 반복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계시고, 논조가 내용이 전혀 바뀐 게 없습니다. 그리고 이분들이 처음 주장했을 때 그에 대한 반박이라든지, 또 일정 부분 맞는 얘기들은 또 수용하거나 하는 20, 30년간의 활발한 활동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분들은 30년 전의 얘기를 똑같이 하고 있는 거여서 왜 그럴까요? 라고 물어보면 저도 당황스럽습니다.

◇ 이동형> 90년대부터 시작됐다는 게 소위 말하는 식민지 근대화론 아니겠습니까? 일본이 우리를 침략한 것뿐만 아니고 발전시켜줬다. 그들이 와서 도로도 깔아주고, 철도도 놓아주고, 쌀도 수탈이 아니고 조선이 일본에 수출한 것이다. 90년대부터 있었던 얘기잖아요?

◆ 심용환> 그렇죠.

◇ 이동형> 이영훈 씨의 스승이 안병직 씨고, 그 사람부터 계속 똑같은 주장을 하는 거죠?

◆ 심용환> 그렇죠.

◇ 이동형> 최근에 밝혀진 겁니다만, 이들 연구가 또 일본의 회사 돈을 받아서 연구가 이루어진 것이고요.

◆ 심용환> 맞습니다.

◇ 이동형> 그래서 의도 자체가 의심스럽다, 이렇게도 볼 수 있는데, 교수님이 보시기에는 어떻습니까? 과연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해서요.

◆ 심용환> 이것도 반박이 많이 이루어졌죠. 김낙년 교수가 이 책에서 공저자로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일제 강점기 때 일정 정도 임금이 올라가고 수명이 늘어난 것은 도표로 확인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뭐냐? 100년을 쭉 늘려서 보면 일제 강점기 때 도표 기간은 정말 완만한 성장. 거의 정체 상태인 거고, 아무리 여러 통계 지표를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경제 성장이라는 것이나 어떤 눈에 띄는 관계 변화는 1960년대 이후입니다. 그러니까 1950년대 때 영향도 없고, 그러니 일제 강점기 때 영향을 줄 리도 없는 거고.

◇ 이동형> 그러니까 식민지 근대화론 이론이 맞다면, 해방이 되고 나서 1950년대까지 계속 경제가 좋아져야 하는데, 전혀 그런 게 없었다는 거잖아요?

◆ 심용환> 그렇죠. 모든 것들은 60년대 이후이기 때문에 연결점을 찾을 수 있는 어떤 증거도 없고, 이에 대한 반박, 사료, 통계, 연구, 엄청나게 많이 나와 있는데, 또 20년 된 주장을 계속하고 계신 겁니다.

◇ 이동형> 수탈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수탈이 아니고 수출이라고 표현을 하던데요?

◆ 심용환> 수탈 문제도 지금 연구가 많이 되어서 예전에 농민들만 고생했다고 느꼈는데, 최근의 연구 결과는 지주들조차도 굉장히 많은 고통을 받았다는 것들에 대한 연구도 많이 진행되었고, 만일 이게 수출이 돼서 잘 먹고 잘살게 됐다고 하면 뭔가 바뀌었을지 모르겠지만, 실제로 산미증식 계획이라든지, 농촌 진흥운동과 같은 것들이 다 실패했고, 그것이 실패했다는 일본 스스로 당혹스러워하는 문서들도 다 남겨져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이렇게 단선적인 식민지 근대화론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주장이죠.

◇ 이동형> 한일 청구권 협정 관련해서도 애당초 한국은 배상 청구할 게 없었다. 그러니까 일제의 한국 지배는 불법이 아니다. 그래서 배상 청구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 심용환> 이것은 주익종 교수가 했던 주장인데, 이 때 있었던 모든 현상을 다 그냥 받아들여라, 이게 핵심 논조죠.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아니잖아요. 이 당시 너무 불확실했었고, 문제도 많았고, 지금 새롭게 이야기해야 하는 것도 많고,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이 주익종 교수의 주장은 이미 흘러왔으니까 따지지 마, 그리고 그 맥락 속에서 보면 다 맞아, 이런 식으로 주장을 하는 거니까 사실은 우리가 더 성숙한 인권적 관점이라든지, 과거 시대를 재해석하는 관점 자체에 대해서 애초에 원천적으로 논지를 차단하려고 하는 전략적인 수단으로 볼 수 있는 거죠.

◇ 이동형> 이네들이 주장하고 있는 것이 우리를 친일파라고 말해도 좋다, 상관없다, 우리는 학자의 양심으로 연구를 했고, 그 결과를 이야기하는 거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단 말이죠. 같은 학자의 입장에서?

◆ 심용환> 이것은 너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는 생각이 들고요. 책을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책이 이게 역사책인지, 정치책인지 구분이 안 됩니다. 시작부터 너희들은 종족주의에 빠져있지, 민족주의자가 아니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거짓말하는 사람들이고, 한국인들은 일본인보다 거짓말하는 사건·사고의 비율이 4배 이상 많다, 이런 식의 이야기가 앞뒤에 계속 나오거든요. 만일 학자적 양심이면 정말 학문적인 책을 써야 하는 건데, 이분들은 학자적 양심과 정치적 양심이 뒤섞여 있지 않나? 심지어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이런 이야기까지 나오니까 역사책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이동형> 이분들이 과거에 뉴라이트 교과서 쓰려고 했던 분들이잖아요?

◆ 심용환> 그렇죠. 국정 교과서 시도했던 분들이고.

◇ 이동형> 그런데 역사책을 쓰려고 했던 사람들이 역사학자는 없고, 다 경제학자였단 말이죠?

◆ 심용환> 사실 이 주장하시는 분들 대부분 다 경제사학, 경제학, 정치학, 이런 분들이지, 역사학자들은 이번 책에는 아예 없습니다.

◇ 이동형> 그게 조금 이상한 부분인데, 그래서 오히려 정치책처럼 느껴질 수 있는 것이고요.

◆ 심용환> 그렇죠.

◇ 이동형> 종족주의와 민족주의의 차이점은 뭐에요? 왜 민족주의라고 쓰지 않고 종족주의라고 썼을까.

◆ 심용환> 그거는 이런 것인 것 같습니다. 민족 하면 우리나라 사람들 어쨌든 좋게 생각하잖아요. 우리가 한 민족이라는. 그런데 종족주의라고 이야기하면서 어떤 너네들이 생각하는 민족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굉장히 자존감 낮은 종족에 불과하다. 이게 무슨 철학적인 배경이 있다기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민족의식 자체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기 위한, 그래서 일본을 싫어하면서 형성된 우리만의 집단주의적인 태도다, 라고 얘기하는데요. 책이 재밌는 게 뭐냐면 계속 권위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비판하는데, 사실 최근의 우리나라 사회문화 현상과도 너무 다른 것 같고, 또 이영훈 교수가 굉장히 존경해 마지않는 박정희 대통령 같은 분들이 그런 군사주의적이고, 집단주의적 문화를 만들지 않았었나. 본인이 비판하는 내용이 본인이 추앙하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문화, 그러니까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어서 당혹스럽기는 합니다.

◇ 이동형> 6972님께서 "왜 그러면 이런 책을 판매 금지를 안 하죠?"라고 했는데, 이 책으로 명예훼손을 할머니들은 당했을 것 같고요. 할머니분들이나 아니면 강제동원 노동자들 같은 분들이 이 책에 대해서 법적 조치를 취했으면 어땠을까.

◆ 심용환> 그러면 아마 더 많이 팔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어찌 되었건 "구역질난다" 발언이 이 책 판매의 촉매제가 됐고, 예전에 '제국의 위안부' 사태 때도 소송이 벌어지면서 오히려 책의 판매고가 급상승하는 모습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오히려 그렇게 무조건 감정적으로 세게 대응하는 것보다도 꼼꼼하게 확인하면서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그냥 지나가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 이동형> 이 '제국의 위안부'라는 책은 법정에서 유죄 판결도 받고 했습니다만, 어쨌든 여러 사료 중 하나가 문제가 있다고 하고, 일본의 책임도 있다고 하고, 이 책보다는 나은 책 같아요?

◆ 심용환> 훨씬 나은 책이죠. 비교가 안 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그거는 비교가 안 됩니다.

◇ 이동형> 그러니까 그 책도 사실은 유죄를 받았는데, 이 책 정도면.

◆ 심용환> 그 책은 나름 일본과의 화해도 이야기하고, 제국주의 일본에 대한 비판도 했는데, 이건 정말 그런 내용도 하나도 없으니까 그만큼 역사가 퇴행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고요. 아휴 답답합니다.

◇ 이동형> 제가 지금 질문 드린 것 말고라도 이 책에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습니까?

◆ 심용환> 예를 들면 현재 국사 교과서를 많이 비판합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현재는 국사라는 말을 쓰지 않고 한국사라는 말을 씁니다. 그러니까 이미 국사 교과서를 비판한다는 것 자체가 최근에 어떻게 교육 환경이 바뀌었는지 모르시는 것 같고요. 토지조사사업 때 우리나라가 토지가 40%를 뜯겼다고 하는 게 거짓말이라는 얘기를 하시는데, 현행 역사책에는 그런 얘기가 하나도 안 나옵니다. 그래서 이분들이 지금 어떤 망령과 싸우고 있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고, 이분들이 90년대 초기 이런 이야기를 하셨을 때는 꽤 신선했었고, 일리도 있었기 때문에 수용한 것들도 있고, 많이 바꾼 것들도 있는데, 그만큼 역사학계나 기존 연구가 바뀌었다면 이분들도 세상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닫고, 본인들도 새로운 주장을 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해나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 이동형> 아니러니한 게 이 사람들이 지금 이승만 학당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거기서 유튜브 방송을 하고, 이승만 학당에서 한 유튜브 방송 내용을 가지고 이 '반일 종족주의'라는 책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어쨌든 이승만 전 대통령은 독립운동가 출신이고.

◆ 심용환> 그렇죠. 임시정부를 중요시 여겼고.

◇ 이동형> 물론 친일잔재 청산을 방해한 그런 것은 있습니다만. 왜 하필 이승만 학당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이렇게 할까.

◆ 심용환> 이분들이 옛날에는 완전히 극좌파 사상가들이었거든요. 거기서 대한민국의 발전된 모습에 넋이 나가면서 확 극우파가 되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 이동형> 안병직 교수부터 시작해서.

◆ 심용환> 그렇죠. 그러다 보니까 완성자로서의 박정희 시스템을 바라보니까 누군가 완성했으면 누군가가 기초를 놨으니까 그게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그리고 기초를 누가 놨으면 그 밑에 누군가 정지작업을 해줘야 하니까 그게 일제 강점기라는 거꾸로 피라미드를 쌓는 식의 주장들을 한다고 봐야 정확한 것 같습니다.

◇ 이동형> 그러면 지금 심 교수도 학계에 계시니까. 심 교수가 이렇게 주장하는 건 아니죠? 학계 전반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이 책에 대해서?

◆ 심용환> 그렇죠. 제가 여기 나와서 제 주장을 하는 시간은 아니고, 그동안 쌓인 연구와 보편적 주장 속에서 말씀을 드리게 되는 거고, 분야, 분야 하나에 지금 전문 연구자들이나 전공자나 연구 성과가 얼마나 많은데, 그것을 또 제가 일방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인 거죠.

◇ 이동형> 유튜브 이승만 TV에서 시리즈로 이 강의를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저도 유튜브를 하고 있거든요. 한두 달 됐는데, 이동형 TV. 제 구독자가 조회수보다 훨씬 많다고 하네요, 그쪽이. 부끄럽네요.

◆ 심용환> 저도 얼마 전에 조금 시작했는데, 너무 미미한 숫자라 차마 말은 못 하겠고, 열심히. 저야 그렇다 치는데, 작가님마저 그러시면 안 됩니다.

◇ 이동형> 이 책을 읽는 분들이 비판하려고 읽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어떻게 된 책인가 한 번 보자, 이런 식으로. 또 무방비하게 받아들이시는 분도 있을 것 같고. 아직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한테 당부드리고 싶은 말은, 읽지 말라는 겁니까?

◆ 심용환> 읽고 싶으시면 읽으셔도 되는데, 다만 본인이 역사 지식이 조금 없으면 진짜 읽으면 혹할 책이거든요. 그래서 읽어보시는 것을 제가 보지 말라는 말은 못 하겠고, 기존에 쓰인 다른 역사책, 혹은 본인이 만약에 예를 들어서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에 관심이 있으면 관련 대중이 볼 수 있는 좋은 책들 많거든요. 그런 것을 보면서 비교해서 견주어보시면 무엇이 옳은지, 정확하고 쉽게 판명이 날 것 같습니다. 이왕 촉발된 논쟁, 기존에 쓰인 많은 연구들과 비교 검토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 이동형> 젊은 친구들이 만약에 이런 유튜브를 보면서 저게 맞다고 판단하면 어떻게 될 것인지.

◆ 심용환> 그리고 이영훈 교수도 원래는 경제사학으로 일제 강점기 토지나 이런 것을 연구하셨던 분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승만 학당의 교장이 되어 있고 하면서 본인이 연구하거나 관심 갖지 않았던 부분에 대해서 주장을 많이 하는데, 이렇게 계속 돌아가는 식으로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진짜로.

◇ 이동형> 최근에 일본이 우리에게 무역보복을 가하면서 소위 말하는 신 친일파라고 할까요?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심용환>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이 되고요. 문제는, 제가 가장 걱정되는 건 이 세대들이나 기성세대들이 이렇게 생각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저는 염려가 되는 것보다 차라리 20대나 20대 이하의 젊은 층들이 마치 이게 굉장히 새롭고, 속된 말로 '신박한' 이론, 이런 식으로 받아들여서 오용될까, 그게 가장 걱정이 됩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뭐라고 하더라도 아무리 역사교육은 시험에서 보는 암기 교육적인 성격이 너무 강하고, 그런 문제들이 많아서요. 특별히 학교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 심용환>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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