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유시민을 왜 고발하지 않나" 기자들이 들고 일어났다

신혜연 2019. 10. 10.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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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유튜브 알릴레오 3회 방송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의 자산관리를 맡은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차장과의 인터뷰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연합뉴스]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인터뷰 왜곡 논란과 관련한 KBS 사측의 후속 조치에 일부 KBS 기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KBS 성재호 사회부장은 10일 오전 사내 보도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KBS의 김경록 PB 인터뷰가 왜곡됐다는 의혹을 반박하며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해당 사내 게시판에는 KBS 사측의 사후 대응을 옹호하거나 반대하는 댓글과 게시물이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S 사회부장 "짐 내려놓겠다" 보직 사퇴 의사

성 부장은 3000자 분량의 글에서 "(KBS의 김경록) 인터뷰 90% 이상은 정 교수의 펀드 투자와 관련된 얘기다. 이 얘기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저는 지금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 PB의 인터뷰 내용이 검찰에 유출됐단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성 부장은 "검찰 수사가 순수하지 않다고 해서 검찰을 상대로 취재조차, 보도조차 안 할 수는 없다"며 "취재 과정에서 검찰이 인터뷰한 사실 자체를 알아챘다고 해서 그걸 마치 기자가 인터뷰 내용을 통째로 검찰에 넘긴 것처럼 비난하는 것은 억지고 '거짓 선동'"이라고 주장했다.

성 부장은 해당 글의 마지막에 "이젠 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고 밝혔다. 현재 맡은 사회부장 보직 사퇴 의사로 해석된다. KBS 측에서는 "보직 사퇴 여부도 확실치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8일 유튜브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는 김 PB의 인터뷰를 내보내면서 KBS가 김 PB의 인터뷰를 하고서도 보도하지 않았고,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KBS는 9일 공식입장을 내고 알릴레오에서 제기한 KBS 관련 보도 의혹에 대한 후속 조치로 외부 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취재 보도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담당하도록 하겠다고도 밝혔다.

KBS 여의도 사옥. [연합뉴스]
이 같은 KBS 사측 대응에 대한 반발 의견도 나왔다. 검찰을 출입하는 A 기자는 10일 사내 게시판에서 "유 이사장의 (인터뷰 내용 검찰 유출) 주장은 명백한 허위사실을 담고 있다"며 "회사는 왜 민형사상 조치를 망설이고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A 기자는 또 "유 이사장은 사건 초기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전화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단 의혹을 받는 사람"이라며 "이 사건의 플레이어로 의심받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을 회사가 수용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특별취재팀 구성' 사후 조치, "기자들도 몰랐다"
B 기자도 같은 날 게시판에서 회사의 특별취재팀 편성 계획에 대해 "대통령, 청와대, 유시민씨, KBS가 거짓말했다고 주장하는 일부 시민들, 아니면 당장 국정감사를 앞두고 자리를 지켜야 하는 사장과 간부, 그 누구를 위한 조치인지 도통 모르겠다"며 "적어도 국민의 알권리와 진실을 고려한 조치라고는 결코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B 기자는 또 회사 결정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기자들을 조사 대상으로 만드냐"며 "회사는 묵묵히 제역할을 해온 기자들을 한순간에 질낮은 '기레기'로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B 기자의 게시글에는 50여개가 넘는 지지 댓글이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KBS의 조국 관련 보도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도 나왔다. C 기자는 10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핵심은 비슷한 맥락의 인터뷰 내용을 어떻게 활용하고 전달했느냐의 차이"라며 "KBS 법조팀은 옳고 그름을 떠나 전체 인터뷰 중 단 두 문장을 활용해 검찰의 논리구조에 집어넣었다"고 주장했다. C기자는 "성 부장을 중심으로 한 취재팀은 확증편향적 시각을 가지고 있으며 정 교수를 비롯한 조국 장관 일가에 대한 시각이 검찰과 동일하다"고 비판했다.


KBS 노조 "외부 조사위 구성 중단해야"
KBS 공영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유시민씨의 주장만 듣고 법조 출입 기자들을 조사하고 특별취재팀을 새로 만들겠다고 밝힌 것은 조국에게 유리한 보도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으로 들리는 대목"이라며 "이제 내부에서조차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 측도 "충분한 소통 없이 외부 조사위원회 구성과 특별취재팀 구성을 발표했다"며 "이에 본부노조는 현재 진행 중인 외부 조사위 구성을 중단할 것을 사측에 요구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사측 "보도본부 의견 최대한 수렴해 반영할 것"
이에 대해 KBS 사측은 이날 오후 ‘사장과 보도본부 지휘부 결정’이라는 제목의 입장문 통해 “전날 발표한 외부 조사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우선적으로 보도본부 자체 점검을 실시하겠다. 특별취재팀 구성과 관련해 운영 일체도 보도본부 결정으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또 “이 내용을 위한 계획 수립, 시행, 평가 등 일련의 과정에서 보도본부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반영한다”고 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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