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침뱉은 청년들 "위안부에 더 모욕감 주려 일본어 썼다"

정은혜 2019. 7. 1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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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뉴스1]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은 한국인 청년들은 애초부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조롱하려고 이런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10일 경기 안산상록경찰서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입건된 20~30대 남성 4명이 범행 동기를 밝혔다.

이들은 지난 6일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하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범행 당시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은 이유로 "위안부 피해자들을 조롱하려고 그랬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시 일본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서도 "일본말을 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더 모욕감을 줄 것 같아서"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이러한 사실을 전달하고 할머니들에게 A(31)씨 등 청년 4명에 대한 고소 의향을 재차 확인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92) 할머니는 청년들에게 "왜 내 얼굴에 침을 뱉느냐"고 꾸짖기도 했다.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이옥선 할머니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모욕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이 가능한 친고죄다. 앞서 경찰은 할머니들에게 고소 의향을 물었지만, 할머니들은 "청년들이 잘못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놔둔 우리 사회의 책임도 있다"며 A씨 등이 사과하면 받아들이고 고소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할머니들은 A씨 등의 모욕 행위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심각하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을 받으면서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한다면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다만 나눔의집 측은 A씨 등이 사과를 거부할 경우에 대비해 할머니 6명을 대리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최근 A씨 등이 연락을 해왔는데 그들 사이에서 할머니들께 사과하는 것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같아서 일단 고소장을 냈다"며 "처벌보다는 사과하도록 하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할머니들의 뜻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A씨 등은 지난 6일 0시 8분께 안산시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서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하고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를 목격한 시민 2명이 각각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자들은 A 씨 무리 중 1명이 일본어를 구사한 점을 근거로 이들이 일본인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지만, 이들은 모두 한국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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