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전기요금 인위적 억제 관행 없앤다..'원가주의' 확립

이정현 기자 입력 2022. 7. 5.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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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 5일 국무회의 심의·의결
정부 주도 요금결정 체계 손질..전기요금위원회 독립성 강화 등
윤석열 대통령이 5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국무회의실에서 열린 제30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7.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새로운 에너지정책 방향에 '전기요금 원가주의'를 명시화했다. 정부나 정치권이 그동안 여러 정치·환경적 상황을 이유로 억눌러 온 전기요금을 앞으로는 철저히 '원가'를 반영해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현행 정부 주도의 요금결정 체계도 뜯어 고친다는 구상도 함께 내비쳤다. 한국전력의 재정건전성이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가운데 실현 여하에 따라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 확립 입장을 밝혔다. 이날 정부는 대통령 주재 30회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포함한 에너지정책 방향을 공식화했다.

정부의 '전기요금 원가주의' 정책 추진은 한전의 심각한 재정난에서 출발한다.

한전의 1분기 영업손실은 7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총 적자액(5조860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증권가에서는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한전 적자가 3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사상 최악의 적자에 한전은 부동산, 해외 발전소 매각 등 6조원대 자구노력 계획을 발표·추진 중에 있지만, 연료비 상승분을 반영한 요금 현실화 없이는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달 27일 정부가 올 3분기 적용할 연료비조정단가의 분기 조정 폭까지 개정하면서 법정 기준 내 연간 올릴 수 있는 최대 금액까지 요금인상을 단행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3분기(7~9월) 전기요금에 적용될 연동제 단가를 1kWh당 5원으로 확정했는데 이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연료비조정단가의 분기 조정폭(±3원/kWh)을 넘어선 것이다.

지난해 도입·시행 중인 연료비 연동제는 분기당 조정폭을 ±3원/kWh, 연간을 ±5원/kWh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번 3분기 전기요금 인상을 위해 약관 개정까지 해가며 연료비조정단가의 분기 조정 폭을 기존 연간 조정폭(±5원/kWh) 범위 내에서 조정 가능하도록 했다. 한전의 재정난에 대한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같은 단발성 요금인상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는데 전기요금 결정체계 전반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어왔다.

정부도 이 같은 인식에 공감하고 있다. 이에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계에 다다른 현행 전기요금 결정체계의 대수술을 예고한 상태다.

다음달 1일부터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평균 월 1천525원, 가스요금은 가구당 월 2천220원의 부담이 늘어난다. 오는 10월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또 동시에 인상된다. 가계와 자영업자 등의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30일 서울시내 다세대주택의 전기 계량기 모습. 2022.6.30/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굵직한 방향은 정해졌다. 철저한 '원가주의' 반영이다. 전기가 소비자에게 제공되기까지 발생하는 전 과정의 소요비용을 반영하는 총괄원가 보상원칙 및 원가연계형 요금제로의 전환을 확립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시스템에 따른 '요금 현실화'없이는 지금까지의 관행을 깨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기요금의 경우 정부 주도로 결정되다보니 정권의 고려에 따라 불가피한 인상요인이 발생할 때도 요금 인상은 짓눌려왔다. 이 때문에 시스템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막자는 게 이번 정부의 '원가주의' 확립의 핵심이라 볼 수 있다.

더 직접적으로는 전기요금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해 전기요금 결정의 전권을 부여한다.

현재는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산정해 정부에 제출하면 산업부와 기재부가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요금 현실화'를 가로막는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정부는 전기요금위원회의 역할·권한 강화를 위해 전기위원회 사무국 조직을 키우고, 인력을 보강하는 등 전문성 강화도 지원할 예정이다.

국내 전력판매 독점권을 쥔 한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력시장 개방도 추진한다.

전력시장에서 한전의 독점적 기능을 3자에게도 수행하도록 시장을 자유화하는 방식이다. 한전은 그대로 사업자로 존재하면서 민영사업자가 주로 판매부문에만 참여하는 형태로, 소매시장을 개방해 다양한 사업자의 진입을 허용하는 식이다.

새 정부 경제정책 기조인 시장경제체제 형태로, 민간 경쟁체제 방식을 통해 경쟁력 확보를 꾀하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저전원, 저탄소전원 대상 계약시장 개설 등 전력시장을 다원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또 거래당일 5~15분 단위 실시간시장 및 보조서비스 거래시장을 도입한다.

단계적인 가격입찰제(PBP) 전환과 함께 수요측(판매사업자 등)도 입찰하는 양방향 입찰제도 도입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는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어 그 위원회에서 물가도 판단하고, 서민들의 경제수준, 원가 수준을 반영해 요금을 정하도록 하는 게 정치권의 부담도 없애고 요금 현실화를 할 수 있는 당면 과제"라며 조속한 정책 추진을 촉구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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