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에 손 올린 상사.."이거 동료애야"

류원혜 인턴기자 2019. 6. 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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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직장 내 성희롱에 노출..성희롱 가해자 '형사 처분' 법안 추진 중
이지혜 디자이너 /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지난해 1월 '미투 운동'(Me Too, 나도 당했다)이 시작되고 1년여가 흘렀지만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성추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올해 상반기 내 입법을 목표로 성희롱 가해자를 형사 처분(형벌을 가하는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전국 공공기관 400곳과 민간사업체 1200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직원 중 14.2%가 성희롱을 당했다. 남직원은 4.2%가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성희롱 가해자는 대부분 남성(83.6%)이었고, 직급은 주로 상급자(61.1%)였다. 피해자 연령은 20대 이하(12.3%)가 가장 많았다. 결국 '20대 여성'이 직장 내 성희롱에 가장 노출돼 있는 셈이다.

◇야근수당 물어보니 "너 시간당 얼만데?"…'유흥업소 종사자' 취급까지
2년차 직장인인 A씨(25·여)는 "상사와 차타고 외근 나갔을 때 악수하자면서 내 손을 주물렀다. 불편해서 손을 빼니까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면서 "상사는 '이거 동료애야. 다른 사람한테 이상하게 말하는 건 아니지?'라고 하더라"고 전하며 얼굴을 붉혔다.

이어 "하루는 부장이 '같이 있고 싶다'고 야근을 시켰다"며 "야근수당은 주시냐고 묻자 '너 시간당 얼만데?'라고 했다. 너무 불쾌했다"고 밝혔다. 유흥업소에서 시간당 술값과 봉사료 등에 추가로 도우미 신청 시 요금을 받는 것과 회사 직원을 비교한 셈이다.

직장인 김모씨(26·여)도 "이사가 내 볼에 뽀뽀한 적이 있다"며 "본인 친구의 딸이 나와 동갑인데 그 친구는 어릴 때부터 봐서 여자로 안 느껴진다고 했다. 그럼 난 여자로 보인다는 것이냐"며 분통해 했다.

이 외에도 20대 여성 직장인들은 "이야기하면 끝도 없다"면서 성희롱 당한 경험들을 토로했다. 이들은 나이든 남자 상사가 새벽에 보고 싶다고 연락하고, 지나갈 때 엉덩이를 만지고, 여자는 애교가 있어야 한다며 애교를 부려보라고 하는 등의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지난해 3월 직장 내 성희롱이 5년 사이 3배 증가했다는 자료와 함께 "직장 내 성희롱은 개인의 일탈 행위거나 사적 문제가 아니다. 성별 권력관계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남성 중심적 직장 문화에서 여성노동자가 성희롱 대상이 되기 쉬운 현실임을 방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자료=여성가족부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82% "참고 넘겼다"
여가부가 발표한 '2018년 성희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8명(81.6%)이 성희롱을 당하고도 별다른 대처 없이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큰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서'(49.7%),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31.8%) 순으로 조사됐다. 조직의 문제해결 의지에 대한 낮은 신뢰와 2차 피해 우려로 적극 대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A씨는 "마음으로는 수십 번 고발했다. 적극 대응하고 싶어도 피해자에게 오는 불이익이 두렵다"며 "회사에서도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고 쉬쉬한다. 그런 태도 때문에 피해자들이 점점 숨어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만약 성희롱 피해를 신고했다가 회사로부터 부당해고·징계·인사처분을 당했다면,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하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 또는 고소를 제기하면 된다.

A씨는 이어 "정부에서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실제 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이 없다"며 "그런 정책은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성희롱 예방에 효과도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각 기관 성희롱 방지 체계는 어느 정도 구축됐으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시스템 개선방안을 마련해 직장에서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고충을 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지난 3월 밝혔다.

◇고용부 "직장 내 성희롱, 형사 처분"…상반기 내 입법 목표
직장 내 성희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자, 정부는 가해자를 형사 처분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처벌 수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고용노동부(왼쪽), 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이너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노동법학회는 해당 내용을 담은 연구용역 보고서를 고용부에 제출했다.

이에 고용부 관계자는 "상반기 내 입법을 완료하는 게 목표"라며 "국회 논의가 시작되면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 입장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형법과 성폭력특례법상 △강간 △강제추행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은 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성희롱은 별도의 처벌 규정이 없어 신체적 접촉이 없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그동안에는 성희롱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한 후 금전적 배상으로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 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정부에서 관련 법안을 검토 중인 만큼 성희롱 가해자도 형사 처분이 가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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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원혜 인턴기자 hoopooh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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