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교대 '여학생 품평' 남자대면식 통해 대물림

송성환 기자 2019. 3. 19.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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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저녁뉴스]

지난주 서울교대에는 화면에 보이는 것처럼 대자보 두 장이 붙었습니다. 그동안 국어교육과 남학생들이 1학년 여학생들의 신상을 책자로 만들어 선배들에게 전달해 왔단 내용입니다. 교통정리, 그러니까 남자 선배들이 마음에 드는 여자 신입생들이 서로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책자를 만들었다는 건데요. 이 과정에서 심각한 성희롱 발언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서울교대에서는 10년 전에도, 그리고 국어교육과가 아닌 다른 과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단순히 한 학과나 한 학교의 문제가 아닌 교대 전반의 '남자 모임' 문화가 원인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먼저 송성환 기자가 서울교대 졸업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2000년대 서울교대 국어교육과에 입학한 A교사는 그해 3월 한 모임에 초대됐습니다.

남자 대면식이란 이름으로 학과 내 남학생들만 모이는 모임이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선배들은 고학번 선배부터 마음에 드는 1학년 여학생을 선택한 뒤 다른 남학생들은 넘보지 말란 식으로 이른바 '교통정리'를 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A교사 /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졸업생

"누군가를 이야기하면 그 여학생에 대한 품평이 그 자리에서 이뤄져요. 걔 어떻다더라, 생긴 건 어떻고 몸매는 어떻다더라는 얘기도 물론 이뤄지고…"

여학생을 한 명씩 불러오란 지시도 있었습니다.

인터뷰: A교사 / 서울교대 국어교육과 졸업생

"학내 기숙사에 있는 여학생 한 명 아무나든지 불러내야만 했어요. 말하자면 술자리에 불려온 여학생이 되는 거죠. 못 불러내면 안 돼요, 신입생은. 그럼 그날 난리 나요."

사회과교육과를 졸업한 다른 교사도 비슷한 일을 겪었습니다.

남자선배들은 술자리에 여학생들을 불러오게 했고 신입생들끼리 신체접촉을 강요했던 겁니다.

인터뷰: B교사 / 서울교대 사회과교육과 졸업생

"남학생이 엎드려 있으면 여학생이 그 위에 앉아서 팔굽혀펴기를 한다든지, 왜 저런 걸 하지 싶기도 하고. 불쾌하게 생각하는 여학우들도 있었는데 그런 걸 문제 제기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어요."

교육학과 재학생들은 남자 대면식에서 여학생들에 대한 성희롱이 있었다며 최근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학교 역시 이 같은 성폭력 문제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지난주 국어교육과 학생들의 신고 이후에야 뒤늦게 조사에 나섰습니다.

파문이 확산되면서 서울교대는 비대위를 꾸리고 이번 성폭력 사안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단 총장 명의의 담화문을 발표했습니다.

졸업생들도 조사대상에 포함해 문제가 있을 경우 조치를 취할 계획입니다.

서울시교육청은 대학 조사 결과 현직 교사의 가해사실이 파악될 경우 자체 감사 등을 통해 징계절차를 밟는단 입장이어서 이번 논란이 학교 현장에까지 파문을 일으킬 전망입니다.

EBS 뉴스 송성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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