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택시업계에 냉랭한 여론, 불친절과 시대흐름이 키워드

세종=신준섭 기자 입력 2019. 1. 12.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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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업계 관행 개선이 먼저"

카카오 카풀 갈등으로 두 명의 택시기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며 사회 문제화됐지만, 여론의 반응은 택시업계에 싸늘한 편이다. 고인에 대한 애도와는 별도로 택시업계가 주장하는 ‘카풀 반대’에는 동의하지 않는 기류가 강하다. 11일까지 쏟아진 카풀 갈등 관련 기사마다 달리는 댓글들을 살펴보면, 크게 네 가지 방향성이 보인다.

‘노 프렌들리(No friendly)’한 서비스
눈에 자주 띄는 댓글은 택시 서비스 이용자들의 경험담이다. 저마다 사연은 다르지만 ‘승차 거부’ 경험을 공유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많은 편이다. 가까운 거리를 가려는데 승차를 거부당한 경험이 택시업계의 파업이나 카풀 반대 요구에 반발하는 형태로 댓글을 장식한다.

또 한 가지 주요한 댓글은 ‘불친절’에 관한 내용이다. 해외 여행이 보편화한 시대인 만큼 일본 등 타국 사례와 비교하는 댓글이 비일비재하다. 일부 사례이기는 하겠지만 한국 택시기사가 타국에 비해 친절하지 않다는 여론이 택시업계의 요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댓글로 반영되고 있다.

시대의 흐름, 어쩔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불러온 시대적 상황을 조언 형태로 전하는 댓글도 살펴 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영국 노동자들이 증기기관 때문에 일자리를 잃었다며 증기기관을 때려부셨어도 산업혁명은 일어났고 세상은 그렇게 바뀐다”며 “따라가지 못하면 뒤쳐진다”는 댓글을 달았다. 무인 자동차 시대를 바라보는 상황에 카풀 반대가 시대 흐름을 막지 못한다는 의견도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러한 어려움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규제 혁신에 대해 그분들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경제 현실이 바뀌고 있는데도 옛날 가치 그대로 고집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보인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유연한 대화 태도 보여주시면 좋겠고 규제가 풀리면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이 주어지도록 사회적 합의를 위해 정부가 적극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카카오 카풀이 아니더라도 이미 택시를 대체할 수단은 있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의 제언에 힘이 실린다. 승차공유 서비스 ‘타다(TADA)’가 대표적이다. 택시요금보다는 20% 정도 비싸지만 승차거부가 없기 때문에 이용객이 급증하고 있다. 출시 이후 한 달 사이에 10만명이 타다 애플리케이션을 스마트폰에 내려받았다.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저변을 넓히려는 ‘카셰어링(Car Sharing)’도 전통적인 택시의 위치를 위협한다. 카셰어링이란 원하는 장소에서 필요한 시간만큼 차를 빌리는 서비스다. 그 동안은 지정된 곳에서만 차를 빌리고 반납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이 규제가 엷어진다. 세종시와 부산시는 이달 중 권역 내 전 지역에서 카 셰어링 대여·반납이 가능해진다.

싸울 상대는 국가가 아니라 고용주
일부 댓글은 정부를 상대로 삼은 택시업계의 반발에 ‘상대’가 바뀐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내놓는다. 10여 시간을 넘게 일해도 5시간만 근무한 것으로 인정하고 ‘사납금(社納金)’을 걷어 가는 법인택시업계의 관행을 비판하는 것이다.

실제 사납금은 법인택시기사를 저임금 장시간 근로로 몰아 넣는 주범으로 꼽힌다. 서울노동권익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법인택시의 경우 하루 평균 13만5000원의 사납금을 회사에 내야 한다. 이보다 덜 벌면 손해이다보니 5시간 근무만 인정한다는 회사와의 계약을 지킬 수가 없다. 국토교통연구원이 지난해 817명의 택시기사를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법인택시기사는 하루 평균 11.1시간을 일하고 월평균 25.6일을 근무했다. 사실상 주 6일을 근무하는데도 벌이는 월평균 150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국회에서도 나온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2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인택시기사들의 월급을 보장하면서 실제 근로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택시업계 동조 여론도
댓글을 살펴 보면 택시업계의 사정에 동조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일부는 동조와 함께 다시 한 번 파업하라고 힘을 싣기도 한다. 택시업계는 지난달 20일 총파업으로 카풀을 반대한 바 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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