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미술관이 공식 인증한 고흐의 '짝퉁' 팔아요

정상혁 기자 입력 2019.04.2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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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고흐미술관이 만든 '한정판 위작'.. 붓놀림, 물감의 높낮이, 균열까지 재현
손으로 직접 만져가며 그림 체험도

위작(僞作)이라고 다 같은 위작이 아니다. 미술관이 공식 인증·제작하는 '한정판 위작'도 있다. 세계 최대 반 고흐 컬렉션을 자랑하는 네덜란드 반고흐미술관이 2014년 론칭한 일종의 초정밀 위작 '뮤지엄 에디션(Museum Edition)'이다. '해바라기' '꽃피는 아몬드 나무' 등 고흐 대표작 9점을 선정해 260점씩만 제작한 것인데, 다 팔려도 추가 생산하지 않는다.

반고흐미술관이 복제한 '일몰 무렵 오베르성이 있는 풍경'. 그림 앞 안내판에 '만져 보세요'라고 적혀있다. /정상혁 기자

'뮤지엄 에디션'이 정식으로 공개되는 서울 태평로 우정아트센터 체험전 '빈센트 반 고흐를 만나다'를 위해 최근 방한한 아드리안 돈스젤만 매니징 디렉터는 "지금은 다행히 미술관 관람객이 많은 편이지만 향후 관람료 외 수익 모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며 "당초 수지타산을 고려해 250점만 제작하기로 했으나 중국에선 '250'의 의미가 '멍청이'여서 260점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후지필름과 공동 개발한 3D 기술(릴리보그래피)을 통해 복원 전문가들이 주형(鑄型) 직물에 원작 표면의 붓놀림과 물감의 높낮이·균열까지 초정밀로 재현해내고, 이후 레이저 스캐닝과 3D 프린팅으로 색상을 넣는 등 밀리미터(㎜) 수준의 검수를 거친다. 캔버스 뒷면에 붙은 과거 전시된 미술관의 라벨까지 복제된다. 무료로 풀린 저작권, 작품 보호를 위해 점차 그림의 국외 반출 전시가 어려워지는 현실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미술관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가격은 한 점당 2300만원 수준. 아드리안은 "현재까지 전 세계 수백 점이 판매됐다"고 귀띔했다.

이 위작은 교육용으로도 활용된다. 돈스젤만은 "고흐는 물감을 두껍게 바르는 화가로 유명한 만큼 시각장애인이나 학생들이 손으로 직접 만져가며 그림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장 그림 앞에는 'Please do touch(만져 보세요)'라고 적힌 이례적인 안내판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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