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시집' '풀꽃'의 시인 나태주가 들려주는 행복 이야기

이영경 기자 2019. 2. 5.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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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나태주 시인. 서울문화사 제공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만나지 말자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하지 말라면 더욱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그것이 인생이고 그리움/바로 너다.”(‘그리움’)

지난달 24일 종영한 tvN드라마 <남자친구>에서 남자 주인공 김진혁(박보검)이 차수현(송혜교)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하면서 이 시를 읊었다. 나태주 시인(74)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수록된 ‘그리움’이란 시다. 드라마가 방영된 후 시집은 ‘박보검의 시집’으로 불리며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나태주 시인은 신작 산문집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서울문화사)에서 드라마와 시집에 관한 일화를 이야기한다. 나 시인의 시들이 인터넷을 통해 회자되고 인기를 얻으면서 특별히 인터넷에서 많이 인용되는 시들을 모아 출간한 시화집이 바로 <꽃을 보듯 너를 본다>다. 처음엔 많이 나갈 것이라 생각지 않았지만, 시집은 2년 반 만에 17만부가 판매되며 인기를 끌었다. 나 시인은 “놀라운 일이고 하나의 사건”이라며 “시들이 될수록 많은 독자들에게 가서 그들 가슴의 꽃이 되고 샘물이 되고 악수가 되길 바란다. 멀리멀리 날아가 낯선 곳에 뿌리내려 싹을 틔우고 자라 꽃을 피우는 한 떨기 민들레 꽃이 되어라. 그것은 또 하나 나의 꿈이다”라고 말했다.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풀꽃’)

나태주 시인의 대표시는 바로 ‘풀꽃’이다. 24자밖에 되지 않는 이 짧은 시는 2003년 발표된 후 ‘국민시’가 되었다. 시인은 산문집에서 ‘풀꽃’의 탄생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이 시는 나 시인이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할 때 아이들을 위해 쓴 글이다. 풀꽃 그림 그리기를 할 때 아이들이 제멋대로 그려오길래 ‘얘들아 풀꽃도 자세히 보면 예쁘고 오래 보면 사랑스럽단다’고 잔소리처럼 말하다 ‘얘들아, 너희들도 그래’라고 말하곤 그 말을 그대로 쓴 시다.

나 시인은 “어떤 아이든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말을 잘 안 듣거나 말썽을 부려 미운 구석이 있는가 하면 예쁘고 사랑스런 구석이 있다. 실은 이 시는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가 아니라 그 반대인 아이들을 위해서 쓴 시”라고 말했다.

‘풀꽃’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2년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글판에 올라가면서다. 드라마에도 한 차례 인용되기도 한 시는 이제 한국인이면 누구나 아는 시가 되었다. 나 시인은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어떤 것도 오래 자세히 보지 않았고 그 누구도 오래 자세히 보지 않았다. 바쁘게 ‘빨리빨리’ 살다 보니 섬세하면서도 진지한 삶의 태도가 부족했던 것”이라며 “‘풀꽃’의 의미는 작고 보잘것없는 모든 것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라며 삶의 태도에 대한 하나의 충고이고 발상의 전환이라고 전했다. “나 자신이 그런대로 잘 사는 사람임을 인식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임을 발견, 괜찮다, 괜찮다, 이만하면 됐다, 그런 다스림과 함께 만족하는 마음을 가져 행복한 마음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일흔이 넘은 시인은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에서 인생, 사랑,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운데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는 바로 ‘행복’이다. “우리들이 꿈꾸고 소망하는 행복한 삶은 결코 남의 것이 아니다. 나 자신 안에 이미 내재해 있는 것이고 이미 준비된 일이고 뻔하고 뻔한 일들이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 행복을 찾아내고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고 좋은 쪽으로 기르고 성장시키는 일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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