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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논란으로 번진 '야동 차단'

이기문 기자 입력 2019. 02. 19.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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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불법사이트 차단 新기술 도입.. 靑게시판 24만명 "반대" 청원

정부가 최근 이전보다 강화된 방식의 해외 음란·불법 사이트 차단 기술을 도입하자, 신규 기술이 사실상 우회적인 감청 통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 사이트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확보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인터넷 통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청원에는 18일 오전 현재 24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지지 서명을 했다. 주로 "정부가 음란물 차단을 명분으로 인터넷 통제를 강화한다"는 주장이다.

네티즌의 반발에 놀란 주무부처 방송통신위원회는 "차단 대상이 되는 사이트는 독립 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결정하며 차단 과정에서 어떤 형태의 감청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논란의 중심에는 'https(보안을 강화한 인터넷 데이터 통신 규약)'라는 인터넷 통신 기술이 있다. 예전에는 이 방식을 채택한 해외 음란물 사이트를 차단하지 못하다가 이번에 통신업체와 협력해 차단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정부 "음란물 차단 위해 불가피" 정부의 해명대로 접속차단 대상 사이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경찰청이나 국정원의 입장을 받아 심의해 결정한다. 현재 접속차단 해외 불법 사이트는 895곳이다. 불법 도박(776건), 불법 음란(96건) 사이트가 대부분이다. 정부는 사이트 명단을 KT·SK브로드밴드와 같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에 넘겨 차단토록 하는 식이다.

문제는 신규 기술인 https의 등장이다. 이용자가 스마트폰·PC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할 때 필요한 일종의 사이트 주소를 정하는 규약이다. 예전에 주로 쓰이던 규약인 http는 모두 차단했지만, 보안을 강화한 업그레이드 버전인 https는 막지 못했었다. 이번에 방통위가 기술적으로 차단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http가 전화번호와 주소를 겉면에 고스란히 드러낸 우편물 봉투라면 https는 오가는 내용을 암호화한 봉투"라며 "신규 방식은 전 세계 주요 사이트 대부분에 적용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박이나 음란물 사이트들은 그동안 이 기술을 적용해 차단 조치를 피해왔다. 방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정부 차단 기술은 단계별로 달라져왔다"며 "사이트 차단 조치를 해도 네티즌들이 우회 접속과 같은 다른 방식을 발견해 계속 접속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차단 과정에서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한 개인의 기록을 정부가 들여다볼 여지가 생긴 것이다. 정부는 "실제 통신 내용은 모두 암호화돼 있어, 개개인의 정보는 국가가 보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네티즌들은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분야의 시민단체인 오픈넷 관계자는 "정부가 적용한 기술은 이용자 접속 정보를 읽고 송수신을 방해하는 감청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접속차단 기술이 발전하면서 통신 정보에 대한 국가기관과 통신업체의 영향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기관이 마음만 먹으면 개별 사용자의 통신 정보를 쉽게 볼 수 있어 인터넷 이용자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티즌 "국가가 개인의 인터넷 접속을 감시하면 안 돼" 전문가들 사이에선 기술적으로 실제 감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희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 사이트 규제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공론화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몰래카메라와 같은 불법 성인물을 규제한다는 명분은 좋지만 어떻게 규제할지에 대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권헌영 한국인터넷윤리학회장(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은 "단순하게 관문을 걸어 잠그는 차단 방법은 전제 국가에서나 쓸 법한 방법"이라며 "미국의 경우 인터넷 공간은 최대한 자유롭게 둬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음란 사이트 접속 차단 조치를 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어차피 정부가 아무리 인터넷 규제를 강화해도 불법 콘텐츠를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태명 성균관대 교수는 "대대적인 인터넷 검열을 시행하는 중국에서도 우회방법이 널리 사용되는 만큼 완전하게 검열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https 이용자가 PC나 스마트폰에서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는 방식을 정한 인터넷 규약이다. 예전 주로 쓰이던 규약은 http(hypertext transfer protocol)였다. 예컨대 'ht tp://www.chosun.com'과 같은 식이다. 이용자가 이 주소를 입력해 조선일보 사이트의 서버(대형 컴퓨터)를 찾아와, 각종 데이터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이용자와 서버 간 오가는 정보를 해커가 가로채서 가져갈 우려가 있다. https는 인터넷에서 오가는 데이터를 암호화해 보안을 강화한 것이다. 네이버, 다음 등 국내 사이트를 포함해 전 세계 주요 사이트의 절반 이상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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