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제주 前 남편 살해' 고유정, 또 얼굴 가리고 침묵..유족들 "얼굴 들라" 울분

권오은 기자 입력 2019.06.12. 10:07 수정 2019.06.12.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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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前)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36)이 또 머리로 얼굴을 가린 채 침묵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12일 고유정을 검찰에 송치(送致)했다. 고유정은 이날 오전 10시 2분쯤 남색 운동복 차림으로 경찰서 밖으로 나왔다. 고유정의 모습이 보이자, 경찰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비난하며 고성을 질렀다.

12일 오전 ‘제주 전 남편 살인사건’의 피의자 고유정이 제주동부경찰서 밖으로 나와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왼쪽 사진). 지난 6일 진술녹화실에서 나와 유치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숨기려 길게 머리를 늘어뜨린 고유정의 모습과 동일하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이날도 고유정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려 얼굴을 가렸다. 신상공개 결정 다음 날인 지난 6일 머리를 풀어헤친 채 고개를 숙여 자신의 얼굴을 감췄던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고유정은 당시경찰 조사에서 얼굴 공개를 피하는 이유가 "아들과 가족 때문"이라면서 "얼굴이 노출되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의 얼굴이 공개된 것은 지난 7일 오후 제주동부서 유치장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진술녹화실로 이동하던 중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던 것이 유일하다. 고유정은 언론에 공개될 때와는 달리 당시 머리를 묶고 있어 얼굴이 그대로 노출됐다.

취재진이 고유정에게 다가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없느냐" "남겨진 아이한테 하고 싶은 말 없느냐" "후회하지 않느냐" 등의 질문을 했다. 고유정은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해달라"는 말을 세 차례 반복했지만, 고유정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약 1분 동안 취재진 앞에 섰던 고유정은 이내 호송차에 올랐다.

피해자인 전 남편 강모(36)씨 유족들은 고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얼굴을 들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또 막아서는 경찰을 향해 "살인자를 보호하는 것이냐"고 외쳤다.

고유정은 지난달 25일 오후 8시에서 오후 9시 16분 사이 제주시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인 피해자 강모(36)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지난달 27일 오전 11시 30분쯤까지 약 이틀 동안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다음날 완도행 여객선에서 7분에 걸쳐 시신 일부를 바다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경기 김포의 아버지 소유 아파트에서 남은 시신을 2차 훼손한 뒤, 31일 종량제봉투에 담아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유기한 혐의도 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7일 오후 4시쯤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유정은 구체적인 살해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문 채 ‘우발적 범행’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경찰은 이 주장이 허위라고 판단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은 범행 수법 등을 인터넷에서 사전에 검색했고,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수면제를 비롯해 흉기와 청소 도구까지 미리 준비했다. 고유정 주장과 달리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라는 것이다.

박기남 제주동부경찰서 서장은 지난 11일 최종 수사 브리핑에서 "피의자는 피해자가 성폭행하려고 하자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피해자의 DNA가 남아 있는 흉기 등 압수품이 89점에 이르는 점 등을 볼 때 피의자의 주장은 허위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강씨의 혈흔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약독물 감식 결과를 토대로, 고유정이 수면제를 이용해 강씨를 무력화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유정은 구체적인 계획범죄 동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경찰은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조사한 결과, 피의자가 전 남편과 자녀의 면접교섭으로 인해 재혼한 현 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등 피해자의 존재로 인해 갈등과 스트레스가 계속될 것이라는 극심한 불안 때문에 범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고유정을 검찰에 송치한 뒤에도 증거 보강을 위한 수사를 계속해 범행 동기나 방식 등을 규명할 방침이다. 고유정이 제주항~완도항 항로에 유기한 피해자 시신 수색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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