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가' 먹는 강아지, 왜 그럴까요?

2019. 2. 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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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강아지 식분증 원인과 교정법
비교적 흔한 일이라 과잉 반응은 금물..강아지 공장·펫숍 환경 문제 탓도
강아지 식분증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똥만 안 먹으면 너무 착한 아이인데….”

2년 전 유기견 마이콜(6살)을 입양한 최아무개씨는 강아지가 자신의 똥을 먹는 것을 발견하고 큰 충격을 받았다. 출근 뒤나 모두 잠든 깊은 밤, 가족들이 지켜볼 수 없을 때 배변판 위의 똥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행동 교정에 좋다는 파인애플도 먹여 보고, 사료에 배변 접근방지제도 뿌려봤지만 마이콜의 ‘식분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식분증은 강아지가 분변을 먹는 증상을 말한다. 최근 강원도 강릉의 한 애견분양 가게에서 3개월 된 몰티즈 집어 던져 사망케 한 충격적 사건이 있었다. 식분증이 있는 강아지를 환불해주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똥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개가 똥을 먹는 일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과연 개가 자신의 배설물을 먹는 것은 이상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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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강아지의 식분은 흔한 일

강아지 식분증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크게는 영양결핍 등 생리학적 원인과 환경이나 학습에 따른 행동학적인 이유 두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어린 강아지들이 자신의 똥을 먹는 경우는 비교적 흔하다. 생후 2~3개월 된 어린 강아지들은 하루에 4~5끼를 먹어야 하는데, 제대로 영양이 공급되지 않으면 단백질과 미네랄 등 부족한 영양분을 자신의 배설물을 먹으며 채우게 된다.

단순한 호기심에 먹기도 한다. 넓은 장소와 충분한 놀이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어린 강아지들이 장난삼아 냄새를 맡고, 맛보다 습관으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미 개를 보고 배운 것일 수도 있다. 어미 개는 새끼가 태어나면 본능적으로 천적으로부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대소변을 핥아먹는 습성이 있다.

어린 강아지들이 똥을 먹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엄격한 배변훈련이 식분증을 부추기기도 한다. 제대로 배변훈련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주인이 엄하게 야단을 치면, 강아지들은 자기가 왜 혼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박정윤 올리브병원장은 “똥을 배변판에 싸지 않아서 혼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쌌다는 이유로 혼나는 줄 알고 흔적을 재빨리 없애기 위해 먹어치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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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적 환경과 시스템

성견의 식분증은 좀 더 유의 깊게 살펴야 할 필요가 있다. 갑자기 똥을 먹기 시작했다면 질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생충에 감염되었거나, 췌장염·췌장 기능 부전으로 인한 소화효소 부족이 원인일 수 있다. 당뇨나 갑상선 질환 등 갑자기 식욕이 늘어나는 증상과 관련된 질환인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양바롬 오래오래 동물영양클리닉 원장은 “똥을 먹는 것 자체가 질병은 아니지만, 일단 걱정이 된다면 동물병원에 내원해서 검사를 받고 질병 유뮤를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식분증이 ‘이상 행동’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람 눈에 혐오스럽고 이상하게 보일 뿐 생각보다 많은 개가 여러 이유로 똥을 먹는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벤저민 하트 박사가 2012년 미 수의학회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대상 개 중 16%가 심각한 식분증을 보였으며 24%가 배설물을 한 번 이상 먹은 것으로 관찰됐다.

성견이 되어서까지 식분증이 사라지지 않는 갱의 경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게티이미지뱅크

다만, 공통으로 식분증이 생기기 쉬운 ‘문제적 환경’에 대해 지적했다. 성견이 되어서까지 식분증이 사라지지 않은 개의 경우, 제대로 된 돌봄을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유기견 보호소, 개농장, 펫숍 등 일반 가정보다 영양 상태나 사육 환경이 열악한 곳에 있던 개들은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 혹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똥을 먹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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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없는 똥을 만들어라

이렇게 시작된 식분증은 짧은 시간에 고쳐지지 않는다. 권혁필 에듀펫 반려동물문화학교 대표는 인내심을 강조했다. 권 대표는 “중장기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점차 똥에서 관심을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 대표가 제안한 식분증 교정법 핵심은 ‘똥을 맛없게 만드는 것’이다. 강아지들은 말랑한 식감이나 냄새에 이끌린다. 배변 뒤 바로 산책하러 나가거나, 더 맛있는 간식을 줘서 변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이다.

개 식분증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윤홍준 월드펫 동물병원장도 섬유질 함량이 높고, 소화가 잘되는 사료로 바꾸는 방법을 추천했다. 윤 원장은 “근본적인 방법은 지방 함량이 적고, 소화흡수율이 높은 사료를 먹여 똥을 푸석푸석하고 맛없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이다. 박정윤 원장은 ‘식분증 몰티즈 사망사건’을 언급하며 “강아지 공장에서 태어나 펫숍 생활을 한 강아지는 그럴 수밖에 없다. 식분 습관을 고치려면 우리 개가 왜 그러는지 지켜보고, 복합적인 여러 원인과 이유를 하나씩 고쳐나가는 나가는 사랑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동물학대범만의 문제가 아닌, 누구라도 동물을 살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이 저지른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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