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코히, 카라이, 모찌.. 지나친 일본화(化)

이재은 기자 2019. 2. 6.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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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메뉴 일본어로만 적힌 식당·카페 늘어.. "꼭 필요할 때만 올바른 표기법 따라 사용해야"
/사진=이미지투데이, 이재은 기자

"여기가 한국인지, 일본 오사카인지 모르겠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뭘 판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젊은층 사이에서 일본 가정식, 일본식 디저트 등 음식이 인기를 끌면서 일본어로 된 간판과 메뉴판, 상품 등이 크게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이미 널리 쓰이는 단어가 있어 굳이 일본어를 쓰지 않아도 될 곳에까지 일본어를 사용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SNS(사회연결망서비스)에서 '산도'를 검색하면 9000여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검색된다. 산도는 샌드위치의 일본식 외래어 표기인 '산도위치(サンドイッチ)'의 앞 두 글자를 딴 준말이다. 일본식 샌드위치가 인기를 끌면서 등장한 '타마고산도'(계란 샌드위치)나 '후르츠산도'(과일 샌드위치), '가츠산도'(돈까스 샌드위치) 등을 검색할 경우 각각 4만2000, 2만4000, 1만1000개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산도는 일본어 범람의 한 예시일 뿐이다. 맛챠(말차·가루녹차), 코히(커피), 모찌(찹쌀떡), 케키(케이크), 스테키(스테이크), 앙버터(팥버터빵·あんこ(앙꼬·팥)バター(버터)의 준말) 등도 자주 쓰인다.

카페 등의 이름을 일본식으로 읽어 한국어로 음차해 적어뒀거나, 아예 일본어 히라가나나 가타카나로 적어둔 곳도 많다. △ダンオク(당옥) △구르미산도(くもサンド) △東洋菓子店ご褒美(동양과자점고호비) △しあわせ(시아와세·행복) △ろうきょ(로쿄·누추한 집) △もぐもぐ(모구모구·우물우물) △サンド(산도·샌드위치) △パパのダイニング どんぶり(파파노다이닝 돈부리) △こころべんとう(코코로벤또·마음 도시락) △ももち(모모치·수가 많음) 등이다.

아예 일본식으로만 메뉴를 써 두어 밑의 한글 설명을 읽지 않으면 무슨 메뉴인지 알기 어렵게 해둔 식당들도 적지 않다. 전주의 한 돈까스 전문식당은 간판을 일본어로 걸어두고 모든 메뉴를 일본식으로 음차해 적어뒀다. 히레카츠, 가라아게, 카츠동, 토마토치즈카츠, 탄탄멘, 오야꼬동, 야끼도리카레, 아부리사케동, 사케야끼, 아게다시두부 등이다.

이처럼 일본어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데 대해 반감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다. 직장인 한모씨(25)는 "이전에 초밥집을 갔는데, '엔가와'(광어 지느러미) '이카'(오징어) 등 모든 메뉴가 일본어로만 써있었다"면서 "몇개는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어서 '이게 뭔 뜻이냐' 물었더니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대답이 돌아와 당황했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일본어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최근에는 대기업이 만드는 완제품에도 일본식 이름을 붙인 제품이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은 냉장우동 제품군을 선보이면서 2017년 12월 가쓰오우동과 함께 와카메우동, 얼큰우동 등을 출시했다. 당시 '미역 우동'을 굳이 일본식인 '와카메 우동'으로 써야했냐는 반응이 나왔지만, 사측은 제품의 차별화를 위해 일본식 표현을 앞세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어 최근 CJ제일제당은 '얼큰우동'이란 이름으로 판매하던 제품을 일본식인 '카라이우동'으로 바꾸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세븐일레븐 가츠산도(왼쪽)와 타마고산도/사진=세븐일레븐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지난해 11월 일본식 샌드위치를 선보이면서 돈까스 샌드위치와 계란 샌드위치를 각각 '가츠산도'와 '타마고산도'라는 이름으로 출시했고, 편의점 CU는 지난해 선보인 쫄깃한 식감의 롤케이크를 '모찌롤'이라는 이름으로 내놨다.

/사진=CU 인스타그램

이 같은 무분별한 일본어 사용은 한국어 화자의 언어인식에 혼란을 줄 수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문 '일본어 언어의식 및 간판언어에 대한 연구'(2010, 중앙대 일어교육)에 따르면 한국에서 사용되는 일본어 간판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는 답변이 522명 중 362명으로 약 70%를 차지했다. 이 논문에서 진옥자씨는 "무분별하게 일본어를 수용하고, 남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실용적으로 꼭 필요할 때만 올바른 표기법에 따라 사용해 한국인의 언어의식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아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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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 기자 jennylee1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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